1910년 1월 12일

№ 53

확인함.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소모프 각하께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각하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가 결렬된 시기부터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나지 않고 그곳에 머물고 있는 전(前) 대한제국 공사 이범진은 현재 물질적으로 극히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그의 개인 재산을 몰수하여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각하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 이범진은 보잘 것 없는 보조금(한 달에 100루블)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돈은 폐하의 명에 따라 대한제국 공사관 직원 전체가 귀국할 때 지출할 일시불 할당액 5,016루블 대신 그에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보조금을 제공하는 기간은 내년(1910년) 3월로 끝나는데 이범진이 이전과 같은 액수의 종신연금을 달라는 청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청원을 들어주는 것은 현재로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곤란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 우리 입법기관에서 이 돈을 할당한 근거를 밝혀야 할 일이 생기면 이 문제의 비밀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일본인들은 이것을 꽤나 민감하게 주목할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이범진을 러시아 주재 한국 비밀요원이라 보면서 그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것을 극히 안 좋게 보고 있습니다. 극동의 현 정세에서는 여기서 비롯되는 오해의 발생 소지를 피하고 그럴만한 조그만 원인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고려해 볼 때 저는 러시아 정부가 이범진에게 연금을 주는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는 것은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 이 한국인을 물질적인 생계수단 없이 방치해 두는 것은 우리의 미덕에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그 같은 상황에서, 그리고 이범진이 자신의 안전이 우려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볼 때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책은 대한제국 정부로 하여금 이범진에게 연간 1200루블 정도라도 매년 연금을 주도록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외교 무대에서 그가 오래 동안 복무했다는 점은 이런 액수를 그에게 할당할 수 있게 해주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네 자작^{주 001}

각주 001)

소네 아라스케(曾彌荒助).

과 대화할 때 각하께서는 필요하다면 각하의 생각에 개인적인 성격을 부여하시되 현재 이 한국인이 러시아정부로부터 받는 금전적 보조에 관해서는 결코 언급하지 마시고 문제를 내밀하게 다루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러시아 제국정부가 전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미묘한 모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고 애쓰다가 이 문제의 해결 방법도 찾으려 했다고[이하 지운 부분-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문제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고] 통감부에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하 지운 부분-솔직한 의견 교환은 러시아와 일본 간의 상호관계를 굳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하 사선으로 그은 부분. 문단 옆 공백에 물음표가 있음-대한제국 황제의 친척인 이범진에게 연금을 주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에서 일본인들의 위세를 높여줄 것이며 그가 귀국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그가 귀국하면 틀림없이 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 편에 설 것입니다-로부터 일본인들을 해방시켜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페테르부르크나, 일본인들의 선택에 따라 한국 국경에서 떨어진 다른 도시에 머물게 되면 한국 내부 문제에 전혀 개입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상에서 열거한 논거들을 가지고 각하께서 소네 자작에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머물고 있는 전 대한제국 공사의 운명을 보장해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설득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각하께 저의 완전한 존경과 충심을 새로이 확신시켜 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