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젠의 역심(逆心)
一 (六) 1616(元和 2)년 내가 에도에 올라갔을 때, “돌아가신 쓰시마노카미에게 조선통신사 초빙을 하명하셨으나, 오사카 전투주 001 때문에 통신사를 연기하라고 하시어 초빙하지 않았습니다. 오사카 전투에서 승리하여 천하가 통일되었으므로 전에 부친에게 명하신 통신사를 초빙할까요?”라고 여쭈었다. 다이도쿠인(台德院)님주 002이 “합당하다고 생각되니 [통신사가] 일본에 오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시종(侍從)에 임명되어 명을 받들었다. 그 다음에 “부젠의 부친과 조부가 쇼타유(諸大夫)에 임명되었으니 현 부젠도 그렇게 임명하여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더니, [부젠을] 쇼타유에 임명한다고 하명하셨다. 그때 부젠을 데리고 갔는데 내려오라고 하자 나중에 돌아가겠다고 하고는 후에도 남아 있었다. 내가 쓰시마로 내려 온 후 요시카와 구로우도(吉川藏人)·야나가와 세베에(柳川瀨兵衛)가 올라가서 통신사의 건을 조선에 전해야하고, 또한 쓰시마의 일들도 의논해야 하니 빨리 [쓰시마로] 내려오라고 전했다. 게다가 우리들 관위(官位)의 장속(裝束)도 부젠에게 갖고 오라고 전하였더니 나의 장속을 부젠이 가져왔다. 그때 부젠에게 “근무하는 태도가 거만하다. 조부(祖父)이래 해왔던 일이지만 소홀함 없이 신경써서 일하라.”고 하자, 부젠이 “결코 딴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다. 다른 뜻이 없다는 내용으로 서약서(起請文)주 003을 작성할 것이고, 군신의 도리에 조금도 틀림이 없이 모든 일을 잘할 것이다.”라고 했다. 주종(主從)관계라는 게 몇 대(代)에 걸치다 보면 새로운 상황을 맞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나서 역심(逆心)을 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