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머리말
중앙아시아와 내륙아시아의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를 조사하다 보면, 몇 가지 제재와 주제들이 지속적으로 그려져 왔음을 알게 된다. 제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산양을 중심으로 하는 동물 형상들이다. 동물 제재는 석기시대부터 그려지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문화 주체들이 이들의 변형을 통하여 제각기 특색있는 시대 양식을 창출했다. 또한 그 문화 주체들이 바뀜에 따라 전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제재와 주제들이 하나씩 새롭게 등장하였는데, 그것은 말이나 낙타를 탄 사냥꾼, 활이나 도끼 그리고 창 등 무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 기마전사, 성교, 의례, 군무, 반수인, 합성동물, 마차 등의 형상들이다.
이 가운데 기마상은 말의 가축화 과정 및 이용과 관련하여 주목을 끄는 주제이며, 초기 청동기시대부터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기마상도 제작 주체와 사회 상황 등이 변함에 따라 목동에서 사냥꾼 그리고 전사 등으로 성격이 바뀌었으며, 그에 곁들여 안장과 등자도 차례로 등장하였다. 또 마갑과 마면갑을 갖춘 기마무사가 창을 들고 있는 모습, 창을 쥐고 서로 싸우는 모습과 같은 전투장면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암각화 속에 그려진 형상들을 통해서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전투도를 통해서는 그와 같은 주제가 등장한 사회적인 배경과 함께 각 시대별로 유행하였던 무기, 전투 방법, 투구 그리고 갑옷 등의 변화상을 살필 수 있다.
이 가운데 기마상은 말의 가축화 과정 및 이용과 관련하여 주목을 끄는 주제이며, 초기 청동기시대부터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기마상도 제작 주체와 사회 상황 등이 변함에 따라 목동에서 사냥꾼 그리고 전사 등으로 성격이 바뀌었으며, 그에 곁들여 안장과 등자도 차례로 등장하였다. 또 마갑과 마면갑을 갖춘 기마무사가 창을 들고 있는 모습, 창을 쥐고 서로 싸우는 모습과 같은 전투장면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암각화 속에 그려진 형상들을 통해서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전투도를 통해서는 그와 같은 주제가 등장한 사회적인 배경과 함께 각 시대별로 유행하였던 무기, 전투 방법, 투구 그리고 갑옷 등의 변화상을 살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차 형상도 주목을 끄는데, 이러한 그림을 통하여 그것의 용도, 기술력, 계급 분화 등과 더불어 조형 방식의 변화 과정을 짚어낼 수 있다. 마차는 청동기시대부터 그려지기 시작하였으며, 철기시대와 고대 유목민 제국으로 이어지면서 그 구조 및 양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살필 수 있게 해 주었다. 초기의 다시점 화법에 의거하여 나열식으로 그려지던 마차도는 기원 전후기에 접어들면서 포착시점이 하나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서 입체감 있는 형상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즉 이 시기에는 중첩과 단축이라는 새로운 조형방법이 도입되었는데, 그에 따라서 양감이 있는 형상과 원근감 있는 공간이 화면 속에 등장하였다.
그밖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추는 춤이나, 반수인, 두세 마리의 종이 다른 동물이 하나의 형상으로 합성된 환상적인 동물, 해와 달 등의 도상들을 통해서는 각 시기별 제작 집단의 신화, 꿈, 종교 및 의례, 세계관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성교와 출산 그리고 가족도 등으로는 남녀 관계를 포함한 가정생활의 일정 부분을 복원할 수 있다. 또한 바위그림 유적지와 그곳에 바쳐진 각종 희생제물이나 각 형상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숭배, 모의 살해, 덧그리기 등의 흔적들을 통해서는 제작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의 지역 주민들에게 이와 같은 유적지와 형상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살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바위그림은 문헌이나 고고유물들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는 선사와 고대 여러 민족과 문명사를 조형 언어로 기록한 그림책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그림책 속 형상 하나하나를 통해서 그것들을 제작한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와 세계에 대한 관념, 믿음 그리고 당시의 첨단 문명이기와 사회상황 등에 관한 각종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림 속 형상들을 통하여 동질의 문화권을 구분할 수 있으며, 주변 지역과 했던 교류와 충돌 그리고 문화 주체 교체와 이동 등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바위그림은 문헌자료가 없던 선사시대 인류와 삶 그리고 문화상의 변화 과정 등을 파악하고 또 복원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북아역사재단은 그동안 남부시베리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러 지역 바위그림을 현지 학술기관들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왔으며, 이를 통하여 한국 선사와 고대 문화의 계통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리고 역시 같은 목적으로 2010년에는 키르기스스탄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 유적지들을 조사하였다. 이것은 물론 암각화라는 조형 언어로 기술된 그림책을 통하여 중앙아시아라고 하는 광역의 문화권 속에 꽃핀 이 지역 선사와 고대 문화주제들의 시기별 문화적 보편성을 추출하고 또 동일 문화권역과 지역적 독자성 그리고 시대의 추이에 따른 문화의 변화 과정 등을 밝히기 위함이다.
그밖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추는 춤이나, 반수인, 두세 마리의 종이 다른 동물이 하나의 형상으로 합성된 환상적인 동물, 해와 달 등의 도상들을 통해서는 각 시기별 제작 집단의 신화, 꿈, 종교 및 의례, 세계관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성교와 출산 그리고 가족도 등으로는 남녀 관계를 포함한 가정생활의 일정 부분을 복원할 수 있다. 또한 바위그림 유적지와 그곳에 바쳐진 각종 희생제물이나 각 형상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숭배, 모의 살해, 덧그리기 등의 흔적들을 통해서는 제작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의 지역 주민들에게 이와 같은 유적지와 형상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살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바위그림은 문헌이나 고고유물들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는 선사와 고대 여러 민족과 문명사를 조형 언어로 기록한 그림책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그림책 속 형상 하나하나를 통해서 그것들을 제작한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와 세계에 대한 관념, 믿음 그리고 당시의 첨단 문명이기와 사회상황 등에 관한 각종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림 속 형상들을 통하여 동질의 문화권을 구분할 수 있으며, 주변 지역과 했던 교류와 충돌 그리고 문화 주체 교체와 이동 등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바위그림은 문헌자료가 없던 선사시대 인류와 삶 그리고 문화상의 변화 과정 등을 파악하고 또 복원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북아역사재단은 그동안 남부시베리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러 지역 바위그림을 현지 학술기관들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왔으며, 이를 통하여 한국 선사와 고대 문화의 계통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리고 역시 같은 목적으로 2010년에는 키르기스스탄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 유적지들을 조사하였다. 이것은 물론 암각화라는 조형 언어로 기술된 그림책을 통하여 중앙아시아라고 하는 광역의 문화권 속에 꽃핀 이 지역 선사와 고대 문화주제들의 시기별 문화적 보편성을 추출하고 또 동일 문화권역과 지역적 독자성 그리고 시대의 추이에 따른 문화의 변화 과정 등을 밝히기 위함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카크샬-토 산, 알라이 산, 투르케니스탄 산, 쿤게이 알라 토 산, 총 알라이 산맥 등 텐샨[天山]과 파미르 산맥의 지맥들로 이루어진 해발 평균 고도가 2,750m나 되는 산악 국가이다. 키르기스스탄은 남동쪽으로 중국,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서북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유라시아 평지 스텝 지역이 키르기스스탄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고원 산악지대로 변하는데, 바로 이와 같은 지형 조건 때문에 키르기스스탄은 동서 문화 교류에 장벽이자 중개지역 역할을 동시에 하였다.
지금까지의 고고학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키르기스스탄 내에서 약 20여 개의 구석기 유적, 타쉬 쿄뮤르 바위그늘과 같은 중석기시대의 유적, 아크 춘쿠르 동굴과 같은 신석기시대 유적이 있다. 또한 기원전 2천 년기부터 1천 년기 초 청동기시대에는 주변지역과 활발히 교류한 목축민들이 특색있는 무덤, 생활 이기(利器), 무기, 장신구 등을 남겨놓았다. 초기 철기시대에는 사크와 스키타이 등으로 기록된 유목 국립들이 이 지역에서 변형된 스키타이 시베리아 문화를 창출하였다.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 초까지는 기마 전투 국립 우순이 이 지역 패자가 되었으며, 552년에는 투르크족이 여러 국립들을 통합하여 투르크 제국을 건국하였다. 8세기 중반에는 유목 국립 카를루크(Kharlykh)가 수야브에 수도를 정하면서 새로운 패자로 등장하였다.
지금까지의 고고학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키르기스스탄 내에서 약 20여 개의 구석기 유적, 타쉬 쿄뮤르 바위그늘과 같은 중석기시대의 유적, 아크 춘쿠르 동굴과 같은 신석기시대 유적이 있다. 또한 기원전 2천 년기부터 1천 년기 초 청동기시대에는 주변지역과 활발히 교류한 목축민들이 특색있는 무덤, 생활 이기(利器), 무기, 장신구 등을 남겨놓았다. 초기 철기시대에는 사크와 스키타이 등으로 기록된 유목 국립들이 이 지역에서 변형된 스키타이 시베리아 문화를 창출하였다.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 초까지는 기마 전투 국립 우순이 이 지역 패자가 되었으며, 552년에는 투르크족이 여러 국립들을 통합하여 투르크 제국을 건국하였다. 8세기 중반에는 유목 국립 카를루크(Kharlykh)가 수야브에 수도를 정하면서 새로운 패자로 등장하였다.
이렇듯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석기시대부터 수렵과 유목민들이 차례로 흥기하면서 각기 특색있는 문화상을 남겨놓았다. 그와 같은 문화상들이 조형 언어 형식으로 번역되어 고스란히 바위 표면에 새겨져 있다. 따라서 키르기스스탄 암각화는 이 지역은 물론이고 중앙과 내륙아시아의 선사와 고대 문화를 파악하고 또 그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 등을 연구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다. 그동안 여행가나 각 분야 전문 연구가들이 이와 같은 암각화들을 지속적으로 발견하였으며, 그에 관한 정보들이 여행기를 비롯한 각종 보고서와 단행본 속에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조사 및 연구 성과물들을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키르기스스탄국립대학교 역사-지역학부 및 박물관연구소와 협정을 체결하고, 2010년 7월 5일부터 8월 5일까지 탈라스, 나르인, 으이스이크-쿨 등 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세 개 주에 분포하고 있는 총 여덟 곳의 선사와 고대 암각화 유적지를 공동으로 조사하였다. 이 조사를 통하여 이 지역 내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 유적지 현황과 공간적 특성, 중심 제재와 주제, 각 형태의 조형 방법과 시대 양식 그리고 그것들의 현재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조사 기간 중 모두 1,893개의 암면에 그려진 형상들을 파악하고 그 제재를 분류하였으며, 약 300여 개 암면에 그려진 형상들을 채록하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관련 도면들을 유적지, 제재 및 주제별로 분류하였고, 또 채록한 형상들을 일러스트 파일화하여 연구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였다.
조사를 통하여 이 지역이 비록 고원 산악지대인데도 선사시대부터 중앙유라시아라고 하는 광역 문화권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유적지들은 청동기시대부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였으며, 그 후 투르크 시대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각 문화기별 시대양식이 반영된 형상들이 지속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서 동물 중심의 제재가 사람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그 가운데서도 특히 다양한 모습의 기마전사와 마차 등이 새로운 제재들로 등장하였음을 짚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책은 2010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집필했다. 글은 조사 개요와 유적지 현황, 키르기스스탄의 지정학적 상황, 고대 문화, 암각화 연구사, 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암각화의 세계 그리고 맺음말 등의 순서로 구성하였으며, 공동 조사원들이 분담하여 집필하였다. 그리고 키르기스스탄 암각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현장 조사 과정에서 찍고 채록한 사진과 도면을 함께 수록하였다. 물론 각 유적지별로 그동안 이루어진 학술조사 성과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키르기스스탄국립대학교 역사-지역학부 및 박물관연구소와 협정을 체결하고, 2010년 7월 5일부터 8월 5일까지 탈라스, 나르인, 으이스이크-쿨 등 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세 개 주에 분포하고 있는 총 여덟 곳의 선사와 고대 암각화 유적지를 공동으로 조사하였다. 이 조사를 통하여 이 지역 내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 유적지 현황과 공간적 특성, 중심 제재와 주제, 각 형태의 조형 방법과 시대 양식 그리고 그것들의 현재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조사 기간 중 모두 1,893개의 암면에 그려진 형상들을 파악하고 그 제재를 분류하였으며, 약 300여 개 암면에 그려진 형상들을 채록하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관련 도면들을 유적지, 제재 및 주제별로 분류하였고, 또 채록한 형상들을 일러스트 파일화하여 연구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였다.
조사를 통하여 이 지역이 비록 고원 산악지대인데도 선사시대부터 중앙유라시아라고 하는 광역 문화권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유적지들은 청동기시대부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였으며, 그 후 투르크 시대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각 문화기별 시대양식이 반영된 형상들이 지속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서 동물 중심의 제재가 사람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그 가운데서도 특히 다양한 모습의 기마전사와 마차 등이 새로운 제재들로 등장하였음을 짚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책은 2010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집필했다. 글은 조사 개요와 유적지 현황, 키르기스스탄의 지정학적 상황, 고대 문화, 암각화 연구사, 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암각화의 세계 그리고 맺음말 등의 순서로 구성하였으며, 공동 조사원들이 분담하여 집필하였다. 그리고 키르기스스탄 암각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현장 조사 과정에서 찍고 채록한 사진과 도면을 함께 수록하였다. 물론 각 유적지별로 그동안 이루어진 학술조사 성과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