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의 말 : 흉노의 습속을 설명하며 흉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언급함
무릇 사태를 헤아려 의론을 세울 경우, 항구적인 안전을 도모하지 않고, 구차하게 한때의 상황에만 맞추려고 한다면, 먼 장래까지 경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정벌의 성과와 진조나 한조가 [흉노에게] 행한 일에 대해서는 엄우의 평론이 타당하다.주 001
고대의 선왕들은 땅을 측량하여 그 가운데에 왕기(王畿)를 세우고, 구주(九州)를 나누고, 오복(五服)을 나열해 놓고, [각지의] 토산물을 공헌하도록 하고, 외(外)와 내(內)[를 구분하는 제도]를 제정하였다. 어느 지역에는 형벌의 정치를 펴고, 어느 지역에는 문치의 덕을 밝혔다. [차이를 둔 것은]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정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춘추』에 제하(諸夏)는 내부로 보고, 이적은 외[족(族)]으로 [구별하여 기록하는 서법(書法)이] 있었다.주 002
이적의 사람은 탐욕스럽고 이익을 좋아하며 머리를 풀어 헤치고 좌임(左袵)주 003하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짐승의 마음을 갖고 있다. 중국과는 복식이 다르고 습속도 다르다. 음식이 같지 아니하며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 북쪽 가장자리 찬 이슬이 내리는 곳에 치우쳐 거주하며, 풀을 따르고 가축을 좇아 [이동하며], 사냥으로 먹고 산다. [중국과 흉노는] 산과 계곡으로 격절되어 있고, 사막으로 막혀 있으니, [그 구별은] 하늘과 땅이 바깥과 안을 단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성왕은 [오랑캐를] 금수로 길렀을 뿐, 더불어 [화친을] 서약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공격하여 정벌하지도 않았다. 서약한다면 재물을 쓰고도 배신당할 수 있었으며, 공격한다면 군대를 피로하게 하며 침공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 [흉노의] 땅은 경작해서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지 않고 그 인민은 신하로 기를 수도 없다. 그런 까닭에 외부에 두고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며, 멀리하고 가까이 두지 않는다. 정교(政敎)가 [흉노] 인민에게는 미치지 않으며, [천자의] 역법을 그 나라에 주지 않는다. 항복해 오면 경계하면서주 004길들이고, 떠나 버리면 방비하면서 지킨다. 그들이 [중국의] 의(義)를 흠모하면서 공물을 바칠 경우에는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대접한다. [요컨대] 말고삐와 쇠코뚜레[羈縻]주 005를 [잡은 것과 같은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문제 발생의] 원인이 저쪽에 있도록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대개 성왕이 오랑캐를 통제하고 거느리는 법도이다.주 006
고대의 선왕들은 땅을 측량하여 그 가운데에 왕기(王畿)를 세우고, 구주(九州)를 나누고, 오복(五服)을 나열해 놓고, [각지의] 토산물을 공헌하도록 하고, 외(外)와 내(內)[를 구분하는 제도]를 제정하였다. 어느 지역에는 형벌의 정치를 펴고, 어느 지역에는 문치의 덕을 밝혔다. [차이를 둔 것은]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정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춘추』에 제하(諸夏)는 내부로 보고, 이적은 외[족(族)]으로 [구별하여 기록하는 서법(書法)이] 있었다.주 002
이적의 사람은 탐욕스럽고 이익을 좋아하며 머리를 풀어 헤치고 좌임(左袵)주 003하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짐승의 마음을 갖고 있다. 중국과는 복식이 다르고 습속도 다르다. 음식이 같지 아니하며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 북쪽 가장자리 찬 이슬이 내리는 곳에 치우쳐 거주하며, 풀을 따르고 가축을 좇아 [이동하며], 사냥으로 먹고 산다. [중국과 흉노는] 산과 계곡으로 격절되어 있고, 사막으로 막혀 있으니, [그 구별은] 하늘과 땅이 바깥과 안을 단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성왕은 [오랑캐를] 금수로 길렀을 뿐, 더불어 [화친을] 서약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공격하여 정벌하지도 않았다. 서약한다면 재물을 쓰고도 배신당할 수 있었으며, 공격한다면 군대를 피로하게 하며 침공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 [흉노의] 땅은 경작해서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지 않고 그 인민은 신하로 기를 수도 없다. 그런 까닭에 외부에 두고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며, 멀리하고 가까이 두지 않는다. 정교(政敎)가 [흉노] 인민에게는 미치지 않으며, [천자의] 역법을 그 나라에 주지 않는다. 항복해 오면 경계하면서주 004길들이고, 떠나 버리면 방비하면서 지킨다. 그들이 [중국의] 의(義)를 흠모하면서 공물을 바칠 경우에는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대접한다. [요컨대] 말고삐와 쇠코뚜레[羈縻]주 005를 [잡은 것과 같은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문제 발생의] 원인이 저쪽에 있도록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대개 성왕이 오랑캐를 통제하고 거느리는 법도이다.주 006
- 각주 001)
- 각주 002)
- 각주 003)
- 각주 004)
- 각주 005)
- 각주 006)
색인어
- 이름
- 엄우
- 서명
- 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