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을 물리치고 조서를 내린 황제를 치하하는 조선국왕의 표문(表文)
36. 本國賀平寧夏表
조선국왕 신 성(姓) 휘(諱)는주 001 아룁니다. 만력(萬曆) 21년(1593) 2월 4일 요동도사의 차래통사(差來通事) 백호(百戶) 계연방(桂聯芳)이 받들어 가지고 온 조서등황 1통을 본국(조선)에 먼저 보내 주셔서 삼가 준수하여 개독(開讀)하는 외에 신은 진실로 두렵고도 기뻐서 고개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며 삼가 표를 바쳐 칭하(稱賀)드립니다. 삼가 생각건대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고 하였으니 이미 한 번 노하는 위엄을 보여 왕사(王師)의 정토를 내어 잠깐 사이에 세 차례의 승첩[三捷]을 치계(馳啓)하니 화(華)와 이(夷)를 진동시키고 조야가 환호하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황첨(黃籤)주 002- 굳건함으로 중도(中道)에 거하였고 은위(恩威)로 아랫사람을 다스리시어 성교(聲敎)가 외방을 교화함에 미쳐서는 덕이 9주[九圍]에 스며들었으며 군사를 제어함에 기미에 대처함[幾先]을 요체로 삼으셔서 만리 밖까지 훤히 살피셨습니다.주 003 그런데 역수(逆豎)들이 감히 멋대로 흉계를 꾸며 웅번(雄藩)에 의지하여 명성을 구하고 화를 즐거움으로 삼아 거짓 격문(檄文)을 날려 뭇사람들을 겁주기를 하늘을 속일 수 있다고 말할 줄을 어찌 생각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태산이 알을 누르는 것과 같은 위세를 여지없이 행하였으니 누구인들 터전을 닦아 놓았다 하여 무너지지 않았겠습니까. 황천[皇穹]이 조용히 도우시어 다시 강역의 안정을 내리시니 성무[聖武]를 밝게 베푸시어 신인[神人]의 공분을 쾌히 씻어 주셨습니다. 성공이 묘당(廟堂)의 계책에 달려 있었다고 하나 결단은 폐하의 마음속으로부터 나왔으니, 삼가 생각건대 신은 융성한 시기를 만나 외람된 은혜를 입었습니다. (다만) 드높은 천조[叢霄]의 조회에 옥백(玉帛)이 모이고 있음에도 달려가 바치는 예를 행하지 못합니다. 사해에 문자와 수레바퀴가 통하고 있으니 멀리서 간절한 마음으로 축하를 드릴 뿐입니다. 신은 하늘을 바라보고 성총(聖聰)을 우러러 격절함과 황공함이 지극함을 가누지 못하고 삼가 표를 바쳐 칭하하며 아룁니다.
만력 21년 2월 10일.
조선국왕 신 성(姓) 휘(諱)는 삼가 표문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