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내용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검색
  • 디렉토리 검색
  • 작성·발신·수신일
    ~
암각화

머리말

Ⅰ. 머리말

 한국의 동북아역사재단과 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소장 D.체벤도르지)는 2008년 여름(7월 21일~8월 20일)에 몽골의 오브스 아이막을 중심으로 하여 아르항가이, 흡수굴, 헨티 등의 아이막 내에 분포하는 선사 시대의 암각화와 사슴 돌 유적지를 공동으로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지난 2007년도의 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솜 일대의 암각화 조사에 이어서 두 번째로 실시된 것이다. 공동 조사단은 이 기간 중에 모두 여섯 곳의 암각화와 두 곳의 사슴 돌 유적지를 조사하였다.
[사진 1] 나담(말경주)
 이 조사의 목적은 몽골의 서북쪽에 있는 오브스 아이막 내의 암각화 분포 현황과 그 중심 주제 그리고 각 형태의 양식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중앙아시아 선사 및 고대 암각화의 보편성과 주변 지역과의 문화적 상관성 그리고 한국 민족 문화의 계통성 등을 밝히기 위함이다. 조형예술 속에는 제작 당시의 사회상을 살필 수 있는 단서들이 조형 언어로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그것들이 대체문헌으로 재평가되고 있다.주 001
각주 001)
많은 학자들이 바위그림을 선사시대의 책이라고 하고 있다.
닫기
사실 바위그림은 무 문자 시대의 인류가 남긴 유일한 기록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상고사를 비롯하여 중앙아시아의 선사시대 문화사를 살필 수 있는 문헌 자료들은 안타깝게도 없으며,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대부분 화이관(華夷觀)에 입각하여 기술된 중국 사료들을 주 자료로 활용하여 한국 및 중앙아시아의 선사 시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 측의 사료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내용 등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문헌 사료가 안고 있는 이와 같은 문제점과 자료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당시의 사람들이 이용하였거나 남긴 생활이기와 조형 예술품 등을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와 같은 문헌 대체용 자료들은 주로 지표 속에 매장되어 있거나 바위, 돌멩이, 뼈 그리고 도구 등에 시문된 조형 예술품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고고학자나 선사 미술 연구자들은 관련 자료를 발굴·조사하는 등의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고 또 그 성과를 토대로 하여 지나간 시대의 문화상을 하나씩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2] 개마무사(조스틴 하드)
 문화는 풍토와 민족 그리고 시대의 차이에 따라 그 상이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러한 차이를 초월하는 보편성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앙아시아라고 하는 광역의 문화권 속에서 이 지역 문화의 보편성과 상이성을 추출하기 위하여 예니세이 강 중·상류 지역, 몽골,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국 북부 지역의 암각화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고자 하였고, 그 첫 번째 조사 대상지로 청동기 문화의 발상지 가운데 한 곳인 ‘하카스코–미누신스크’ 분지와 투바 공화국의 암각화를 지난 2006년에 조사하였다.주 002
각주 002)
동북아역사재단, 2007, 『중앙아시아의 바위그림』, 동북아역사재단/러시아과학아카데미 물질문화사연구소.
닫기

 2007년도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고비 알타이 아이막 일원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를 조사하였으며, 이 조사를 통해서 청동기와 철기 시대의 암각화는 물론이고 고구려 초기 고분벽화의 핵심적인 주제인 수렵도, 마차 행렬도, 개마무사도, 전투도 등과 동질의 그림들이 이 지역의 고대 암각화 속에 그려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곧 한국 민족 문화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북방의 수렵·유목민 문화와 친연성이 짙어짐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주 003
각주 003)
장석호, 2009, 「중앙아시아 고대 암각화와 고구려 고분벽화의 주제 및 양식 비교 연구」, 『(사) 중앙아시아학회 2009년도 춘계학술대회 발표요지』, 중앙아시아학회, 1~23쪽.
닫기
이 조사의 결과물도 자료집의 형식으로 발간하였다.주 004
각주 004)
동북아역사재단, 2008, 『몽골 고비 알타이의 암각화』, 동북아역사재단/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닫기

 그리고 2008년에는 오브스 아이막 내의 암각화를 조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주 조사지인 오브스 아이막에서는 ‘조라그트 하드’, ‘후렝 우주르 하단 올’ 등의 거대한 암각화 유적지를 조사하였다. 이 두 유적지는 그동안 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따라서 한·몽 공동 조사단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조사를 한 것이다. 그림의 내용은 주로 동물의 풍요로운 번식과 관련된 주제들이며, 양식을 통해서 볼 때 대부분의 형상들은 청동기 시대부터 철기 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이었다.
[사진 2] 개마무사(조스틴 하드)
 현장 조사를 위한 이동과 울란바타르에로의 귀경 길에서 아르항가이와 흡수굴 그리고 헨티 등의 아이막에 분포하는 암각화와 사슴 돌 유적지들도 조사할 수 있었다. 아르항가이 아이막의 운드르 올란 솜 하노이에서는 사슴 돌을 집중적으로 채록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분포 상황과 조형 양상 등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바가 없다. 또한 흡수굴과 헨티 아이막 내의 암각화들 역시 그 내용이 학술 서적 속에 부분적으로 소개된 바 있으나,주 005
각주 005)
Д. Дорж, Э.А. Новгородова, 1975, Петроглифы Монголии, Улан-Батор, 36쪽.
닫기
그 구체적인 규모 및 주제 등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이 지역의 암각화들이 한국 학계에는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었다.
 이번 조사를 통하여 흡수굴 아이막 체체를렉크 솜의 ‘후흐딘 오보’와 부렝토그토흐 솜의 ‘친군자빈 이흐 바가 모나’, 헨티 아이막 바트시레트 솜의 ‘라샨 하드’와 ‘우주르 하드’ 등지의 암각화 속에는 각종 동물 형상과 함께 사람 그리고 사람 및 동물 발자국이 집중적으로 그려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적은 수의 여성 생식기 형상들도 확인되었는데, 이는 사람과 동물의 신체기관 가운데 한 부분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동심원, 타원형 등 기하학적인 형상들도 라샨 하드 암각화 속에는 집중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라샨 하드 암각화 유적지에는 석기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동물, 기하학적인 형상, 사람과 동물 발자국 형상들, 유목 민족이 쓰던 여러 종류의 고대 문자와 한자 등이 묵서로 남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유적지 속에 선사 시대부터 역사 시대의 각종 형상과 기록들이 남겨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라샨 하드’의 암각화와 문자들은 몽골의 선사 시대와 고대의 연대기이며, 동시에 유적지 자체는 문화 구성체들의 성소라고 할 수 있다.
[사진 4] 말발굽(후흐딘 오보)
 그런데 한국의 안동 수곡리, 경주 금장대, 포항 칠포리 그리고 울산 천전리 등지의 암각화 속에도 유사한 유형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수곡리와 금장대의 암각화 속에는 사람과 호랑이 발자국 그리고 말발굽 등의 형상들이 새겨져 있으며, 금장대와 포항 칠포리 암각화 가운데는 적지 않은 수의 여성 생식기 형상이 새겨져 있다. 국보 제147호인 천전리 암각화 속에는 마름모꼴, 동심원, 타원형 등을 중심으로 한 기하학적인 형상, 원명(原銘)과 추명(追銘) 등을 포함하여 천 수백 개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따라서 2008년도에 한·몽 공동 조사단이 조사하여 제시하는 이와 같은 자료들은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나아가 한반도의 선사 및 고대 문화 연구 지평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자면, 이 지역 암각화의 성격, 편년, 지역과 시대 차이에 따른 주제와 양식의 동질성과 이질성, 양식 변화의 과정 복원 및 시대상 반영, 중심과 주변 그리고 주변의 다른 문화와의 상관성 등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동일 문화의 권역과 경계 지대 그리고 시대 변화에 따른 문화권역의 변화와 주변 지역과의 역학 관계 등의 문제를 파악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몽 공동 조사단이 수행한 조사와 그 과정에서 수집하여 제시하는 이 자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중국 중심의 세계관[華夷觀]이 이웃 나라의 선사 및 고대 문화 그리고 그 역사를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시켜 왔는지 지적하여 줄뿐만 아니라 또다른 중심을 지닌 문화권이 중앙아시아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속하여 왔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료 속에는 한국 민족 문화의 형성 과정을 보다 세분화시키고 또 그 계통성을 밝혀낼 수 있는 단서들이 집적되어 있다.
[사진 5] 묵서(라샨 하드)
 이 책은 논고편과 자료편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논고편에서는 조사 개요 및 유적지 현황, 오브스 아이막의 고고학 연구 현황, 오브스 아이막 암각화의 세계, 몽골 바위그림과 한국 선사 및 고대 미술의 상관성 등을 조사자들이 각각 분담하여 기술하였다. 자료편에서는 한·몽 공동 조사단이 2008년도에 현장에서 촬영하고 채록한 사진과 도면을 유적지 별로 소개하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진과 도면은 모두 현장에서 조사자들이 직접 촬영하고 채록한 것이다. 따라서 사진 한 장 한 장은 각 유적지의 현장 및 암면 상황과 그림의 내용을 생생하게 보여 줄 것이고, 도면들은 형상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크기와 세부의 디테일들을 분명하게 제시하여 줄 것이다. 특히 도면은 차후의 연구를 위하여, 1:1로 제작한 다음 2분의 1로 축소하여 스캐닝하고 그것을 다시 일러스트 파일화한 것이다.
 이렇게 파일화된 도면 자료들은 향후, 하카스코–미누신스크 분지, 투바, 몽골 그리고 주변 지역 등지의 암각화, 나아가 각종 생활이기 속에 시문된 동시대의 조형 예술과의 비교 연구 뿐만 아니라 신화, 민속, 종교 등 각종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전시 및 디자인 그리고 문화 상품 제작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001)
    많은 학자들이 바위그림을 선사시대의 책이라고 하고 있다. 바로가기
  • 각주 002)
    동북아역사재단, 2007, 『중앙아시아의 바위그림』, 동북아역사재단/러시아과학아카데미 물질문화사연구소. 바로가기
  • 각주 003)
    장석호, 2009, 「중앙아시아 고대 암각화와 고구려 고분벽화의 주제 및 양식 비교 연구」, 『(사) 중앙아시아학회 2009년도 춘계학술대회 발표요지』, 중앙아시아학회, 1~23쪽. 바로가기
  • 각주 004)
    동북아역사재단, 2008, 『몽골 고비 알타이의 암각화』, 동북아역사재단/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바로가기
  • 각주 005)
    Д. Дорж, Э.А. Новгородова, 1975, Петроглифы Монголии, Улан-Батор, 36쪽. 바로가기
오류접수

본 사이트 자료 중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였거나 사용 중 불편한 사항이 있을 경우 알려주세요. 처리 현황은 오류게시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 이메일 등 개인정보는 삭제하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머리말 자료번호 : ag.d_0002_0010_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