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이 러시아 황제에게 보내는 서신
짐의 어진 형제 아라사국 황제 폐하께 공경하게 알립니다. 지금 듣자하니 여순(旅順)이 함락된 것은 비록 부득이한 사세(事勢)로 인한 것이지만 국가 간 교린(交隣)에 서로 애석해하는 점에 있어서는 짐이 이로써 분통하고 깊이 탄식함을 지금도 그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귀국과 같은 강대국의 용맹한 장군과 강력한 병사들이 반드시 오래지 않아 회복해 차지할 것을 기약하리니 이것을 우러러 기원합니다. 게다가 황천(皇天)이 귀국을 말없이 도와 개선가를 울림도 빨리 될 것입니다.
현재 일본이 우리나라를 무례하게 상대함이 극심하고 병력을 억지로 데려와 내정을 간섭하여 백성을 선동해 혼란스럽게 만들어 나라의 형세가 위태한 지경에 이르니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장차 시각을 다투는 재앙이 생길 듯 함에 짐이 오직 바라고 믿는 것은 귀국의 대군(大軍)이 빠른 시일로 경성(京城)에 이르러 일본의 악독한 싹을 쓸어 없애버려 짐의 사정의 곤란함을 널리 구원하여 길이 독립(獨立)의 권리를 공고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귀국의 군대가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날이면 내응하여 맞아들일 계책을 몰래 마련해 둔 것이 이미 오래되었으며, 이후로 의당 행해야 할 일은 전국의 인민들이 곳곳에서 도와 힘과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근일 수도 페테트부르크[彼得京]에 있는 공사 이범진(李範晉)이 서면으로 알린 것을 받아 보니 폐하가 외부대신 남서도을부(南西道乙孚, 람즈도르프)에게 명하여 우리 공관의 봉비(俸費)를 여러 차례 나누어 빌려 주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는 은혜에 매우 감격하였습니다. 이는 바로 격식을 넘어 특별하게 베푸는 후의(厚誼)이니 더욱 간절히 마음에 새기며 감사드립니다. 폐하의 덕화(德化)가 융성하고, 왕업(王業)이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광무 9년[1905년] 1월 10일
한성 경운궁에서 보냅니다.
폐하의 어진 형제 형(凞) 황제어새(皇帝御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