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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암각화의 세계

6. 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암각화의 세계

2010년의 한·키르기스스탄 공동 암각화 조사를 통하여 키르기스스탄의 탈라스와 나르인 그리고 으이스이크-쿨 등 세 개 주에 분포하는 모두 여덟 개의 암각화 유적지에서 1,893개 암면에 그려진 그림을 확인하였으며, 그 가운데 총 3,256개의 형상을 파악하였다. 탈라스 주에는 세 개 유적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차츠이케이는 다시 볼쇼이와 말르이로 구분하였으며, 각각 암면 312개와 354개에서 그림이 그려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미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두 유적지에서 중심적인 제재는 산양이었다. 산양은 단독으로 그려진 것과 늑대 등 맹수의 공격을 받는 모습, 사냥감으로 그려진 것 등 다양한 장면이 확인되고 있으며, 그 양식도 서로 간에 차이가 있다.
차츠이케이 암각화 유적지에서 가장 주목을 끈 주제는 창을 든 사람 형상들이다. 이 암각화 유적지에서는 창을 든 사람, 창을 들고 서로 싸우는 사람, 창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 창과 칼을 든 주술사 등이 발견된다. 창을 든 사람들의 자세는 모두 두 손을 위로 치켜들고 창을 쥔 모습이다. 창을 들고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하는 모습은 중앙아시아 다른 나라 암각화에서는 극히 살피기 어려운 주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을 든 개마무사나 기마전투도 등은 몽골 호브드 아이막의 조스틴 하드 암각화나 고비 알타이의 돈드 햐린 혼드 암각화, 카자흐스탄의 바양 주레크 암각화 그리고 고구려 고분 중 안악3호분이나 덕흥리, 삼실총 등의 벽화 가운데서 살필 수 있다.
창을 든 사람
기마전투도(삼실총)
창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
또한 총-사르-오이나 오르노크 등지의 암각화 속에서는 특정 시기 사람들이 입었던 옷과 장신구, 지니고 다녔던 무기 등을 살필 수 있는 사람 형상이 개체별 또는 집단적으로 그려져 있다. 사람들은 어깨와 무릎 부분은 넓고 허리 부분이 좁은 소위 ‘비트레우골’ 모양을 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인데, 흥미롭게도 대부분 다리는 세 개다. 또한 이들 사람 형상들은 허리 부분에 가로로 선이 나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잡고 있는 모습이지만, 일부는 손에 칼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비트레우골 모양의 옷을 입은 사람들
비트레우골 모양의 옷을 입은 사람들
기마상 2
코크-사이 유적지에서는 연속 마름모꼴 무늬가 장식된 말을 탄 기마상이 한 손으로 새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그 바위에는 투르크 고대문자가 동시에 새겨져 있다. 새를 들고 있는 기마상은 투르크 시대 카간과 같은 높은 신분의 사람을 형상화한 것인데, 이와 유사한 형상을 이 유적지의 다른 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곁들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차츠이케이에서 보았던 깃발을 든 기마상이다. 말을 타고 새를 들고 있거나 깃발을 든 형상과 앞에서 언급한 창을 든 기마전사 등은 고대 중앙아시아의 바위그림 속에서 살필 수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밖에도 손가락을 크게 과장해서 그린 사람, 머리에 뿔 세 개가 달린 사람이 활을 든 모습, 허리에 무기를 차고 활을 든 사냥꾼, 무릎을 구부리고 활을 쏘는 사냥꾼, 활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 총을 든 사냥꾼, 가족, 춤, 집단적인 에로틱 장면 등도 확인되었는데, 이들은 비록 개체 수는 적지만 눈길을 끄는 주제들이다. 활을 들고 다양한 자세를 취한 사람 그림도 있는데 한 손으로 든 모습, 두 손을 수평으로 나란히 하여 든 모습, 두 손을 머리 위로 하여 활을 든 모습 등이 있다. 이와 같은 형상들은 샤먼, 신적 존재, 신화 등과 관련된 주제들이며, 연구자들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깃발을 든 기마상(몽골, 돈드 햐린 혼드)
동물 가운데서 산양은 개체 수만큼이나 다양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산양의 일반적인 몸통 구조는 측면의 몸통, 뒤로 휘어진 뿔, 다리, 짧은 꼬리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그것은 시대에 따라 풍성한 양감을 띠거나 추상화되고 또 단순하게 선으로 처리되기도 하였다. 다리는 형상에 따라 네 개 또는 두 개 등의 변화를 보인다. 뿔도 두 개에서 한 개로 바뀌기도 하였다. 또한 예외적으로 배가 부른 모습이나 세 개 또는 네 개의 뿔이 달린 모습도 살필 수 있다. 그리고 산양들은 무리를 이루거나 늑대 등 맹수와 마주 보고 있는 모습, 사냥감으로 그려진 경우 등 다양한 장면을 보이고 있으며, 서 있는 모습에서 달리는 모습까지 움직임도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슴은 키르기스스탄 암각화 가운데서 산양 다음으로 많이 그려진 형상이다. 물론 개체 수는 산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위치와 의미를 지닌 제재 가운데 하나다. 사슴도 산양과 마찬가지로 측면 몸통에 짧은 꼬리를 하고 있으나, 가지가 두 개 또는 한 개 난 뿔이 여타 동물들과 구분된다. 키르기스스탄 암각화 속에서 사슴 뿔은 좌우 대칭을 이루는 가지가 난 뿔에서부터 나무 모양을 한 것에 이르기까지 특색있게 그려져 있다. 물론 사슴 형상들도 개별적 개체에서부터 사냥감 그리고 육식동물의 공격을 받는 모습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깃발을 든 기마상(몽골, 돈드 햐린 혼드)
소는 두 가지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 하나는 비교적 양감이 충실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추상화된 것이다. 전자는 몸통에 비해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고 뿔은 둥글거나 타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몸통은 견갑골 부분이 발달한 직사각형이거나 삼각형 두 개를 이어 붙인 것 같은 모양이고, 꼬리는 끝이 둥글거나 뭉뚝하다. 후자는 기본적인 생김새는 전자와 비슷하지만, 추상화되고 기호화 되었다. 낙타는 모두 등에 두 개의 혹이 달린 소위 ‘쌍봉’ 낙타이며, 소와 마찬가지로 양감이 있는 것과 추상화된 것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듯 동물 형상들은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몸통과 다리 등은 종을 불문하고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동물 형상들의 뿔이나 꼬리 등을 통하여 각 종별로 고유한 속성이 어떻게 드러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산양은 뒤로 휘감긴 뿔이며, 사슴은 가지가 난 뿔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암각화 속에서 소의 뿔은 주로 타원형 또는 원형으로 그려져 있다. 꼬리는 산양의 경우는 짧으며 끝이 위를 향하고 있다. 사슴도 산양과 비슷한 모양이다. 소나 말은 엇비스듬한 사선을 이루며 길게 표현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끝이 뭉뚝하거나 둥글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사슴
사슴 사진 도면
따라서 뿔과 꼬리는 혼재되어 있는 다양한 동물 형상들 중에서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알게 해 주는 판단의 기준이 된다. 만약에 이와 같은 징표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종을 분류하면서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형상이라고 판독한 것은 그와 같은 표징이 뚜렷하지 않거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키르기스스탄의 암각화는 그것이 고의적으로 훼손되지 않은 경우 원래 무엇을 형상화하고자 하였는지 알 수 있으며, 이로써 제작 집단의 확고한 조형 의지를 분명하게 살필 수 있다.
한편 제작 집단 및 시기의 차이에 따른 분명한 양식상의 차이도 읽어낼 수 있다. 그것은 몸통의 크기와 생김새, 뿔의 모양, 다리 모습 등으로 표출되어 있다. 따라서 서로 종이 다를지라도 같은 양식으로 그려진 경우, 이러한 형상들을 통해서 동시대의 시대양식을 파악할 수 있다. 초기 철기시대에 그려진 동물 형상들은 배가 홀쭉하고 엉덩이 부분을 치켜세우고 있으며, 앞뒤다리를 앞으로 약간 내디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스키타이 사크 시대에는 앞뒤다리를 포갠 모습인데, 흉노 시대가 되면서 다리를 서로 엇갈리게 하여 움직이는 모습을 형상화해 놓았다. 그것은 다시 투르크 시대가 되면서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형상으로 바뀐다.
이처럼 각각의 형상들은 기본적으로 각 종의 속성을 내포하면서도 몸통이나 다리 모습을 변화시켜 고유한 시대양식을 창출하였는데, 그러한 점을 키르기스스탄의 암각화 속에서도 예외 없이 살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의 유사성을 통해서 키르기스스탄의 암각화도 중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선사 및 고대 암각화의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이 비록 고산지대에 속하지만, 이 지역의 선사 및 고대문화는 중앙아시아의 여러 지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보편성 속에서 나타나는 지역적 변형들은 제작 집단이 형상 하나하나를 통해서 그들이 품었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동물들의 일반적인 비례에 비할 때 몸통이 상대적으로 길어졌거나 뚱뚱해진 것, 꼬리가 길어진 것, 뿔이 지나치게 크게 과장된 것, 몸통이 뚱뚱한 것, 몸통에 비해 다리가 길어진 것 등이다. 또한 일부 동물들 가운데는 다른 종의 동물이 하나로 합성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좌우 대칭의 가지가 난 뿔에 긴 꼬리, 과장된 생식기, 사람 발 모양으로 표현된 발 등이다.
달리는 산양
키르기스스탄 암각화 속에는 제작 집단의 사유 세계를 살피게 하는 주제들도 그려져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카라-오이 유적지에 있는 그림인데, 암면 윗부분에는 빗살이 있는 동그라미와 없는 동그라미 사이를 선으로 연결한 기호가 그려져 있다. 또한 측면에는 동물이 한 마리 그려져 있는데, 그것의 머리에 난 두 개의 뿔은 마치 뱀처럼 그려져 있었다. 또한 이 동물의 꼬리도 뱀처럼 길게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왼쪽의 뿔이 바위의 측면과 윗면 등 두 면을 서로 이어주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뿔이나 꼬리가 이 바위 속의 합성동물처럼 생긴 동물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육지 동물과 뱀을 합성시킨 것이며, 그런 점에서 상상의 동물인 셈이다.
이 형상은 빗살이 있는 동그라미와 그렇지 않은 동그라미로 구성된 기호로 이뤄져 있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합성동물들이 발견되었지만, 이와 같은 그림은 아직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윗면에 그려진 기호는 천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뱀 모양을 한 뿔과 꼬리가 달린 동물은 이질적인 세계를 넘나드는 전달자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산양
이미 앞에서도 몇 번이나 지적한 것처럼, 키르기스스탄의 암각화 속에는 산양이 절대적이며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산양이 시기를 달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그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점은 산양이 이 지역 선사와 고대 암각화 제작 집단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몽골이나 카자흐스탄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는데, 이러한 점은 전 중앙아시아 수렵 및 유목민들에게 산양이 단순한 식량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동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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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중동부 지역 암각화의 세계 자료번호 : ag.d_0004_0010_0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