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축국(天竺國) 굴다(屈多)의 표(表)
천감(天監) 연간 초에 천축국의 왕 굴다(屈多)가 장사(長史) 축나달(竺羅達)을 보내 표를 받들어 말하기를, “엎드려 듣건대, 그쪽 나라는 강에 의지하여 바다 옆에 있다고 하고, 산천이 두루 견고하며, 모든 심오하고 현묘한 도리(道理)가 다 갖추어져 있고, 국토를 장엄(莊嚴)하게 꾸며서 마치 화성(化城)주 001과 같다고 합니다. 궁전(宮殿)은 잘 치장되었고, 도로와 여항(閭巷)은 평평하고 탄탄하여 인민이 그 거리와 골목을 가득 메우며 즐겁고 기쁘게 안락한 생활을 누린다고 들었습니다. 대왕이 외유하실 때는 사방에서 군대가 수종하고, 대왕께서는 영명(英明) 성철(聖哲)하여 모르는 것이 없고 어질고 사랑이 많으셔서 중생(衆生)을 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국중(國中)의 신하와 민이 정법(正法)을 준행하고, 대왕께서는 인자하고 특출하셔서 도로써 교화하시며, 군생(羣生)을 자비(慈悲)로 대하시어 버리는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대왕께서는] 항상 정토의 계율로써 수양하여, 도를 전하는 것이 미치지 않은 곳, [그리고] 중생을 고해로부터 구제하는 불법이라는 배[法船]에 오른 적이 없는 이들에 대하여, 빠져있는 고해(苦海)로부터 그들을 구제한다고 들었습니다. 백관(百官)과 백성(氓庶)이 생활이 안락하여 두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제천(諸天)이 보호하여 잡아주고, 만신(萬神)이 시종하며, 천마(天魔)주 002도 항복하여 귀의하여 우러르지 않는 자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왕의 몸은 단정 엄숙하여 마치 해가 처음 나올 때 같고, 어짐(仁)과 덕택이 두루 적시는 것은 마치 커다란 구름 같아서 그쪽 진단(震旦)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신(臣)이 거주하는 국토는 수라천(首羅天)이 수호하여 나라가 안락합니다. 왕이 일대 일대 서로 이어져 끊어진 적이 없습니다. 국중(國中)에는 불교 칠보(七寶)의 형상주 003이 모두 있고, 수다한 불교의 보물들로 국토가 장엄하게 꾸며져 있으며, 신이 스스로 닦고 단속하여 마치 왕법(王法)의 교화를 받은 듯합니다. 신(臣)의 이름은 굴다(屈多)이며, 대대로 이어온 왕실의 자손입니다. 오직 대왕의 성체(聖體)가 화평하시기만을 바랍니다. 지금 이 나라의 뭇 신하들과 백성들 그리고 산천의 진귀한 것 모두를 가지고 귀속하고자 하오며,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대왕께 정성을 드립니다. 사인(使人)인 축달다(竺達多)는 그 본성이 충성스럽고 믿을 만한 까닭에 지금 보냅니다. 대왕께서 만약 바라시는 진기한 이물이 있으시다면, 마땅히 모두 받들어 보내겠습니다. 이곳의 경토(境土)는 바로 대왕의 국(國)이니, 왕의 법령(法令)과 선도(善道)가 모두 받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두 나라(二國)의 신사(信使)가 왕래하는 것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신이 돌아올 때, 바라건대 사신 하나를 내리셔서 성명을 갖추어 선포하시고, 마땅한 칙명을 갖추어주십시오. 정성으로 두드리오니, 바라는 바가 헛되이 돌아오지 않게 하시고, 말씀드린 바가 합당하다면, 바라건대 채납하여 주십시오. 지금 유리로 만든 타호(唾壺)와 잡향(雜香)과 고패(古貝) 등의 물품을 받들어 바칩니다.”라고 하였다.
- 각주 001)
- 각주 002)
- 각주 003)
색인어
- 이름
- 굴다(屈多), 축나달(竺羅達), 굴다(屈多), 축달다(竺達多)
- 지명
- 천축국, 진단(震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