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의안강정황태후(仁聖懿安康靜皇太后)의 제문(祭文)
34. 祭文
유(維) 만력 24년 세차(歲次) 병신 윤8월 을축삭 9일 계유, 조선국왕 신 이(李) 휘(諱)는 삼가 배신 공조판서 이축을 차견(差遣)하여 대행인성의안강정황태후 영연(靈筵)에 감히 밝혀 고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하늘이 내린 거룩한 품성은 문왕(文王)의 배필이 될 만하였고, 동관(彤管)에서 기록한 내용주 001은 필연코 법도에 들어맞았습니다. 6년 동안의 지치(至治)는 새벽닭이 울 때 시작되었으니주 002 누가 강건(剛健)의 덕에 유정(柔貞)의 도움이 없었다고 말하겠습니까.주 003 장락궁(長樂宮)주 004의 높은 자리에 기거하시면서도 온화하게 힘쓰시니 뭇 생명이 어머니로 모시고 실로 모두 젖먹이처럼 사모하였습니다. 스물네 해 동안 천하에서 봉양을 받으셨으니 대효(大孝)가 신령을 감동시켜 마땅히 오랫동안 사셔야 하였는데, 어찌하여 하늘의 뜻이란 헤아리기가 어렵단 말입니까.주 005 태음(太陰)인 달이 갑자기 가려지니 슬픔이 황궁을 감싸며 아픔이 궁벽한 이곳 바닷가까지 두루 미칩니다. 생각하건대, 신은 누추한 땅에서 백성과 사직을 이었으나, 외람되이 은혜와 사랑을 받았고 중국과 같이 여겨 주셨습니다. 몸소 달려가지는 못하지만 정성이 어찌 감히 남보다 뒤지겠습니까. 멀리서 보잘것없는 예물을 올리니 흠향하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희생(犧牲)과 예주(醴酒), 여러 가지 제물로 제사를 올려 고합니다. 흠향하소서.
- 각주 001)
- 각주 002)
- 각주 003)
- 각주 004)
- 각주 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