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의 진압에 관한 황제의 조서(詔書)
35. 詔書謄黃
봉천승운(奉天承運) 황제는 조서를 내리노라. 짐은 대업[丕緖]을 이어 화(華)와 이(夷)의 군주가 되어 내외가 평안한 지 이제 20년이다. 밤낮으로 삼가고 오직 경천근민(敬天勤民) 이것만을 생각하여 거동을 단정히 하며 정양하고 감히 태만하지 않았다. 이에 변경을 잘 다스려 백성과 휴식하기만을 도모하였으니 어찌 변란이 갑자기 삭방(朔方) 사이에 일어나리라 예상했겠는가. 역적 발배(哱拜)와 발승은(哱承恩) 부자라는 놈들은 본래 오랑캐의 종자로 외람되게 의관을 갖추고 화를 일으키려는 마음을 품어 평소 사나움에 의지하여 마침내 반졸(叛卒) 유동양(劉東暘), 허조(許朝), 토문수(土文秀) 등을 이끌었다. 무어(撫御)가 정도에 어긋나고 군량 조달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빌려 기회를 틈타 화를 부추겨 무리를 짓고 모반을 일으켜 조정의 관원을 장살하고 성에 웅거하여 견고함에 의지하였다. (이어서) 망령되게 안녹산의 고사를 의도하며 감히 원호(元昊)주 001와도 같은 사심(邪心)을 싹틔워 변발을 하고 오랑캐를 따라 왕의 칭호를 참칭하여 거짓 격문(檄文)을 전파하고 칙서를 멋대로 훼손하였다. 창고를 약탈하고 죄수를 놓아 주며 금백(金帛)을 거두어 갔으며, 관아에 불을 지르고 친번(親藩)을 협박하고 오랑캐를 유인하여 지원으로 삼아 백성에 해독을 끼치고 포악을 자행하였다. 영주(靈州)주 002를 탈취하여 기각(掎角)을 이루고 섬서[關陜]를 엿보아 중원을 범하려 도모하여 구새(九塞)가 이로 인하여 역참이 소란해지고 삼진(三秦)주 003이 그 때문에 동요했으니 진실로 신인(神人)이 함께 분노하고 죄악이 하늘에 이를 정도였던 것이다. 다행히 황천[皇穹]이 화를 싫어하고 종묘사직에 복을 드리워 대소 신하가 안에서 모책을 만들고 문무 장신(將臣)이 바깥에서 힘을 떨쳐 군사들이 완강한 오랑캐를 꺾고 견고한 성에 물을 대어 견양(犬羊)과 같은 무리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고 승냥이와 같은 무리들이 기운을 빼앗겼다. 이미 웅비(熊羆)와 같은 군사들이 모두 모여 마침내 주야로 함께 공격하니 솥 안의 물고기가 여전히 지느러미를 떨쳐 보기를 생각한들 우리 안의 도망가는 짐승일 뿐이어서 죽음에서 벗어날 꾀는 없었다. 군사들이 모두 용력을 과시하며주 004 먼저 오르니, 군흉(羣兇)이 마침내 사로잡혀 참수되었다. 삼순(三旬) 동안 천명을 거슬렀고주 005 간우(干羽)주 006의 춤에도 교화되지 않아, 6월에 군대를 일으키니주 007 마침내 험윤(玁狁)주 008을 이겼다는 첩보(捷報)를 아뢰었는데, 멀리부터 승전보[露布]를 전해 오니 환호성이 우레와도 같았다. 한 지방이 거꾸로 매달리는 것과 같은 고통을 풀어 주고 3면에 친 촘촘한 그물을 열어 주었으며, 공을 논하여 상을 주고 죽은 자를 조문하고 부상당한 자를 부지하였으며, 참람된 자들을 쓸어버리듯이 평정하였고 지방을 평안하게 하였다. 지난번 유동양 등을 전장에서 먼저 주륙하기도 했고 지금 합문(闔門)에서 도륙하기도 하였으며, 지금 가두어 송치한 발승은 등은 헌부(獻俘)주 009하고 천여 리에 걸쳐 구변(九邊)에 수급을 돌려보내어 가깝게는 족히 충의한 자들의 불평한 마음을 씻어 주고 멀게는 족히 반란의 무리에게 무장(無將)의 경계주 010를 드리어 주니 하늘에 거스르는 이 중 누가 능히 국법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으며, 법을 범하는 자가 과연 자신과 일가에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백성들이 불행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천지의 지극한 인으로 어찌 이를 즐기겠는가. 이에 특별히 사해[薄海]의 내외, 구변과 사이(四夷)의 군사와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니 분수를 지키려는 자는 양민이 될 것이요, 몸을 보전하려는 자는 정도[常道]를 행하여 삼가 왕법을 준행하여 함께 태평을 누리도록 하라. 아아, 잔학하고 포악한 이들을 제거하여 천토(天討)의 공변됨을 환히 빛내니 지난날을 거울삼아 앞날을 경계할지어다. 황륜(皇綸)이 전파됨을 귀 기울여 듣고 천하에 포고하여 모두 알게 하라.
만력 20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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