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단사(紅端祠) 천왕당(天王堂)에서 시찰의 평안을 위해 제사드린 후, 장파(長坡)에 도착
○ 10월 15일 30리를 가서 홍단사(紅端祠)에 도착하였다. 송아지를 잡고 곡식을 데쳐서 사당의 신(神)에게 제사를 지내고 다음과 같이 빌었다.
물을 떠서 띠풀을 벤 곳에 뿌리고 작은 정성을 고하였다. 사당의 편액은 천왕당(天王堂)이라 하였는데 어느 때부터 건립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체로 산신령을 봉안하고 백성들이 기도하는 장소이다. 사당의 뒤편에 또 세 개의 작은 사당(小祠)이 있으니 백산당(白山堂), 흑산당(黑山堂), 대원당(大願堂)이다. 흑산이란 이름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혹 어두운 곳에서 신(神)을 구하는 것이겠지! 기도를 마치고 20리를 가서 장파(長坡)에 도착하였다. 이곳이 바로 백두산 밑 초입이다. 다시 산으로 들어갈 행장을 차리고 하루를 머물렀다.
“삼가 아뢰오니, 높고 빛나는 악령(嶽嶺)주 548이 우리 대동(大東)을 진무(鎭撫)합니다. 여러 산들의 조산(祖山)이며 여러 강물의 종주(宗主)입니다. 왕업의 발자취가 시작되었으니 주(周)의 기산(岐山)주 549이며 한(漢)의 풍패(豊沛)주 550입니다. 비석이 산봉우리에 세워져 있으니 우리 강역이 끝나는 곳입니다. 이에 왕명을 받들고 높이 솟은 곳을 오릅니다. 짊어지고 의지하여 오르며 눈보라를 무릅쓰니, 저 백성들은 어떠한 마음이겠습니까. 내 몸처럼 아프니 바라옵건대 존령(尊靈)주 551께서는 우리 어리석은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말없이 도움을 내려주셔서 길이 처음과 끝을 편안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