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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한원

후서(後敍)

서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대당 현경 5년(660) 3월 12일 계축일에 병주 태원현 염평리에서 낮잠을 잤다. 옛 성인 공자께서 옷을 입고 관리가 집무하는 청사의 당상에 앉아 있는 꿈을 꾸었다. 나는 자리 앞에 엎드려서 그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무엇 때문에 『춘추』를 지으셨습니까?” 내 형 월석이 옆에 있다가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기린이 잡힌 일에주 001
각주 001)
麟은 ‘獲麟’의 줄임말. 춘추시대 魯 哀公 14년에 기린이 잡힌 일을 가리킨다. 孔子가 이 소식을 듣고 『春秋』의 저술을 마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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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하여 지으셨을 따름이다.” 내가 대답하였다. “선생께서는 단지 기린이 잡힌 일에 감응하였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을 뿐입니다. 그 깊은 뜻이 어찌 반드시 기린이 잡힌 일에 있었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당시에 정사와 도는 점차 쇠퇴하였고주 002
각주 002)
陵夷는 처음에는 번성하다가 나중에는 쇠퇴함을 이르는 말. 『漢書』 卷10 成帝紀에 “帝王之道日以陵夷”라는 구절이 있고, 해당 부분의 顔師古注에 “陵 丘陵也 夷 平也 言其頹替若丘陵之漸平也”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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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음악은 쇠락하였다. 그러므로 당시의 일로 인하여 잘한 것을 칭찬하고 잘못한 것을 꾸짖어서 한 왕의 법을 보여주었으니, 어찌 오로지 기린[이 잡힌 일]에 있겠는가?” 내가 또 물었다. “『논어』에서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쐬며 시를 읊고 돌아간다’고 하였는데, 감히 묻건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또한 각각 그 뜻을 말한 것이다.” 내가 또 물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찍 죽고 장수함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옛 성스러움과 지금의 어리석음을 장수한다고 말하는가? 일찍 죽는다고 말하는가?” 대답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죽으니, 누가 그 일찍 죽고 장수함을 알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체로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것이 저절로 사라져서 생사의 영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면, [장수한] 팽조와 단명한 사람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내가 또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주나라 때 사람인데 어째서 여전히 존재하고 계십니까?”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대가 도달할 바가 아니다.” 내가 또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성인이신데, 또한 살고 계시는 곳이 있습니까?” 곧 동쪽으로 난 창 아래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나는 여기에 거처한다.” 내가 동쪽으로 난 창 앞을 돌아보니, 평상 위에 검은 무늬 없는 비단과 붉은 색의 안감이 있어 붉은 요를 펴 놓은 것 같았다. 두 명의 시자가 있어 앞에 서 있었는데, 말이 끝나자 잠에서 깨었다. 걱정하며 일어나서 한숨 쉬며 탄식하고 말하였다. “옛날에 선생님께서는 큰 성인이셨는데도 오히려 ‘나는 쇠퇴하고 오래되었다. 다시 꿈에서 주공을 뵐 수 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보잘 것 없는데 선생님께서 어찌 [나를] 아셨겠는가? [타고나신] 성현을 신령함으로 뵈었다.” 감응하여 서술했으니, 마침내 이 책을 저술하였다.

  • 각주 001)
    麟은 ‘獲麟’의 줄임말. 춘추시대 魯 哀公 14년에 기린이 잡힌 일을 가리킨다. 孔子가 이 소식을 듣고 『春秋』의 저술을 마쳤다고 한다. 바로가기
  • 각주 002)
    陵夷는 처음에는 번성하다가 나중에는 쇠퇴함을 이르는 말. 『漢書』 卷10 成帝紀에 “帝王之道日以陵夷”라는 구절이 있고, 해당 부분의 顔師古注에 “陵 丘陵也 夷 平也 言其頹替若丘陵之漸平也”라고 되어 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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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서(後敍) 자료번호 : hw.k_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