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보리[麥]는 없으나 마(麻)와 벼[稻]가 있고, 양이나 닭, 생선도 있으며, 잠사(蠶絲)는 없지만 길패화(吉貝花)로 면포를 짠다. 야자술을 마신다. 혼례의 준비물로 야자술이 첫 번째이고, 빈랑이 그 다음이며, 그 다음에야 반지를 들 수 있는데, 그런 연후에 길패포(吉貝布)나 금은(金銀)으로 산출한 뒤 예식을 치른다. 상장(喪葬)의례는 역시 시체를 관에 넣은 뒤 대나무 상여에 실어 산중에 갔다가 버리는데, 2월에 농사를 시작할 때 제사를 드리며 대략 7년이 지나면 더 이상 제사를 드리지 않는다. 12월 7일이 설[歲節]이다. 땅이 뜨겁고 바람과 비가 많다. 백성들은 잔치를 할 때마다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발(鈸)을 두드리면서 노래와 춤을 즐긴다. 접시는 없고 대나무나 패다엽(貝多葉)을 그릇 삼아 음식을 담는데 식사를 마친 뒤에는 버린다. 이 나라는 저문국(底門國) ^{주 001}

각주 001)

底門國: 『武備志』 「航海圖」에서는 ‘艼麻山’으로, 『東西洋考』에서는 ‘地盤山’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모두 Tiuman을 음차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말레이반도 남부 Pahang의 東岸에 위치하며 潮滿島로 음역된다.

과 이웃하고 있는데, 약나무(藥樹)가 있어서, 그 뿌리를 달여서 고약으로 만들어 이를 복용하거나 몸에 바르는데, 창칼로 상처를 입어도 죽지 않는다. 전대(前代)에 조공을 올린 적이 없어서 사적(史籍)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