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고고학에서 시기구분과 편년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 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절대연대가 알려져 있는 유물 혹은 유적의 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고, 또 넓은 면적에 걸쳐 층위발굴이 된 유적이 거의 없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그런데 크라스키노성은 1980년부터 시작된 오랜 발굴조사 덕분에 비교적 넓은 면적이 조사되었고, 또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층위발굴이 이루어져 유적 자체의 시기구분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북지역 사찰구역 석축담장 남서쪽의 제51구역에서 확인된 도로의 5개 생활면은 이곳의 도로 생활면들과 사찰구역 석축담장 그리고 성벽의 상대적인 조영순서를 보여 주었다. 또한 서북지역 남부 주거구역에서는 모두 6개의 생활면이 구분되었고, 그중몇몇 생활면들에서는 절대연대자료가 확보되어 유구들 간의 상대적인 연대는 물론이고 절대연대도 파악이 가능하게 되었다. 절대연대는 그 외에 다른 발굴구역들에서도 확보된 것이 있다. 중북지역 주거구역에서도 도로의 5개 생활면이 조사되어 크라스키노성 전체적으로 도로에는 5개의 생활면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크라스키노성에서 조사된 층위자료들은 유구들 간의 시간적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각 생활면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한 분석은 유물들의 시기구분과 편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유물의 수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모든 유물들과 생활면을 결부시켜 연구하는 것은 향후의 과제라고 하겠다. 하지만 제51구역 도로 생활면에서 출토된 와당들은 상대적으로 수량이 적으면서도 각 생활면에서의 문양의 변화가 관찰되어 와당의 시기구분에는 큰 도움이 된다.

크라스키노성의 층위자료들에 의한 시기구분과 절대연대자료들은 발해고고학의 시기구분과 편년문제를 해결하는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