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제 토기

먼저 전형적 구연부에 융기대가 부착되고 각목이 시문된 말갈 토기는 발해 전통 토기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고찰에서 생략할 것이다. 발해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중 수제 토기는 윤제 토기보다 많지 않다. 곧 크라스키노 성에서 출토된 토기 중 수제 토기는 2%에 불과하고, 마리아노쁘까와 아우로쁘까 유적의 수제 토기 비율 또한 7%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주 007}

각주 007)

겔만 (2008), 앞의 글.

본문에서는 이 가운데 크라스키노 성지의 아래층에서 나온 수제 토기만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아래층에서 출토된 수제 토기는 위층 출토의 전통 말갈 토기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제 토기의 계보설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최종 검토에서 제외하도록 하겠다. 물론 이런 토기의 수량은 많지 않지만 발해 초기 토기에 대해 이해를 줄 수 있다.
수제 토기는 1996년 크라스키노 성지 내 사원지 남쪽 부분 80cm 깊이에서 처음 출토되었다. 그 이후 사원이 건축되기 이전 층에서도 여러 번 출토되었다.^{주 008}

각주 008)

Болдин В.И. Отчет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Приморский край 1996. // Гельман Е.И. Керамика краскинского городища. // Архив ИА РАН. - Р-1, 20579.(볼딘 B.N. (1996), 「1996년도 크라스키노 성지 발굴 성과」)

비슷한 토기는 수분하 유역의 발해 유적에서도 확인된다. 수분하 강의 동쪽 유적에서는 이 토기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이 토기는 말갈 토기와 몇 가지 유사성이 있지만 차이가 많다.
남 연해주에 분포된 말갈 토기는 트로이츠꼬예 그룹(흑수 말갈) 말갈 족의 것이다. 트로이츠꼬예 그룹 말갈 토기는 구연부가 직립하거나 외반하는 발형 토기로 특징적인 것은 구연부와 동체부의 돌대문이다. 크라스키노 성지 아래층에서 나온 토기는 동체부에 돌대문이 없고, 구연부가 모두 외반된 것이다. 토기 정면 기법과 크기에도 차이가 있는데, 말갈 토기는 동체부에 문양이 거의 없어진 격자 타날문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연해주에 퍼져 있는 트로이츠꼬예 말갈 토기와 그 토기 전통이 다른 것임을 보여 준다.
수제 토기는 고리형 점토 띠로 테 쌓기를 하여 제작하였는데, 이 사실은 토기 조각과 완형 토기의 점토 띠 흔적으로 알 수 있다. 테 쌓기 방법을 이용하였다는 것은 토기의 내면을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내면에는 점토띠의 아래쪽 가장자리가 납작한 평행선을 이룬다. 점토 띠 안쪽 가장자리는 특별히 비스듬하게 경사져 있는데, 토기를 제작할 때 이러한 경사가 안쪽을 향하도록 하였다. 점토 띠의 너비는 보통 3~4cm이며, 가끔 5cm인 경우도 확인되는데, 두께는 5~6mm이다. 하나의 토기는 5~8개의 점토 띠로 만들어진다. 테 쌓기로 성형한 토기는 정면한 후 드물지만 약간 마연하는 경우도 있으나 회미해서 잘 확인되지 않는다. 말갈 토기에 있어서 또 다른 정면 기법은 박자로 타날하는 것이다.
바닥은 평평한 점토 덩어리로 제작되었다. 동체부와 바닥을 접합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바깥쪽 변두리를 따라 손가락으로 눌러 붙임으로써 모가 나게 하는 접합 방법으로서, 가장자리가 특별한 형태를 띠게 된다. 둘째는 동체부의 하부 점토판을 안쪽으로 약간 굽혀 넣어서 바닥과 접합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단순히 모가 나게 접합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저부와 동체부가 접합된 부분의 내면에는 도구로 긁어서 골랐기 때문에, 침선이 확인된다. 구연부는 수평으로 평평 외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