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冊使)와 배신(陪臣)이 따르는 문제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조선국왕의 회첩(回帖)
4. 囬揭
멀리 생각하건대 바닷가의 풍토가 다르고 무더위 또한 심할 것이니 불곡은 매번 안부를 생각할 때마다 저절로 자고 먹는 것이 편치 않습니다. 곧바로 보내 주신 서찰을 공손히 받들어 보니 덕음(德音)이 크게 빛났습니다. 이어서 역관을 면대하여 물어보니 근래 안부를 신명이 보살피고 있다는 소식을 모두 알게 되어 만 겹으로 감격과 위로가 교차하니 마음에 다 담을 수가 없습니다. 기요마사주 001가 섬으로 돌아가며 진영을 불사른 것과 부산이 안정된 것은 귀부주 002가 진정하고 주선한 힘이 아닌 것이 없었으니 불곡은 더욱 감탄하고 우러러 마지않습니다. 일러주신 도해할 배신에 관한 일은 저번에 심 유부주 003의 자문을 받고, 불곡은 이미 「일본이 먼저 화호(和好)를 끊고 화가 구묘(丘墓)에 미쳤으므로 한 하늘을 지고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니 이치상 상호 통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답하였습니다. 그 후 귀부와 정부(正府)주 004가 이자(移咨)하니 말의 뜻이 간곡하였으므로 불곡이 이제 배신과 함께 계획을 의논하는 사이에 정부가 일본군 진영을 탈출하여 마침내 (책봉사의 도해가) 중지됐다가 지금 또한 귀부가 게첩으로 유시하여 이에 이르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귀부는 황명의 엄중함으로 장차 큰 파도가 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건너가게 되었으므로 불곡이 일개 배신을 보내 사신을 받들어 수행하는 것은 그 사체가 당연하여 그 손익과 굴신(屈伸)을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다만 지난번 요동의 자문을 받으니 병부에서 제본을 올려 의논하여 (일본으로 보낼) 배신을 요구했으나 (조선에서는) 칙서에 실린 바가 아니었기에 이미 격문(檄文)을 보내 거절했으니 병부에서 제본을 올려 의논한 것이 이미 이와 같다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듯합니다. 하물며 지금 소방은 또한 이미 주본(奏本)을 갖추어 아뢰었으니 오래지 않아 마땅히 천조(天朝)의 결정이 있을 것이고, 또한 심 유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마땅히 저들 사정을 더욱 깊이 살펴 편의에 따라 의논해서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이 중대하므로 감히 경솔하게 명을 받들지 못하니 점점 더 송구해집니다. 행여 귀부가 다시 일본의 사정을 조사하여 어느 때에 모두 철수하는지 그리고 정절(㫌節)주 005이 바다를 건너는 것은 정확히 어느 날인지를 명백히 분부하여 소방으로 하여금 준행할 수 있게 한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나머지는 역관에게 면대하여 여쭐 것입니다. 두루 잘 헤아려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 각주 001)
- 각주 002)
- 각주 003)
- 각주 004)
- 각주 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