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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문궤

의병(義兵)을 권려(勸勵)하라는 유시(諭示)에 대한 조선국왕의 회자(回咨)

2. 回咨
  • 발신자
    조선국왕
  • 발송일
    1593년 1월 9일(음)(만력 21년 1월 9일)
발신: 조선국왕
사유: 보내온 자문을 받으니, 「의병[義師]을 권려하고 유시하여 함께 회복을 도모할 일입니다. 운운」 하였습니다.
 
이를 받고 삼가 살펴보건대 당직(當職)의 번병(藩屛)을 지키는 것이 형편없어, 도적의 무리가 침범하여 종묘사직이 쓸쓸한 폐허가 되었고, 살아 있는 백성들이 어육이 되었으며 땅을 잃고 군사는 적어져 한쪽 구석에 목숨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위로는 천조를 저버리고 아래로는 신민(臣民)에게 부끄러우니, 진실로 천지 사이에서주 001
각주 001)
‘覆燾’를 번역한 어구이다. 『中庸』의 “비유하면 천지는 실어 주고 덮어 주지 않는 것이 없다(辟如天地之無不持載 無不覆幬)”에서 인용되었다. ‘燾’는 ‘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한편 ‘天地’를 지칭하는 어구로도 쓰이는데, 여기서는 ‘覆燾之間’이라 하여 공간적인 용법으로 쓰였으므로 ‘천지’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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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죄할 수 없어 죄를 짊어지고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가 우러르면서 조심스럽게 지내다가, 삼가 성조(聖朝)의 천지와도 같은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되었습니다. 선대의 일을 곡진히 생각하여 형벌을 가하지 않으시고 은총을 전례 없이 내려주셨는데, 은혜는 바라지 않은 바인지라 마음이 두근거리고 두려워 밤낮으로 가슴을 치고 눈물을 삼켜 조금이라도 소생(生成)하게 해 주심에 보답하려 해도 실로 힘써 보답하기 어려웠고, 구차하게 세월만 보내다가 새봄을 맞게 되었으니 추호만큼까지도 모두 황제의 힘 때문입니다. 근래에 삼가 살펴보니 대군이 멀리서 찾아와 기갈을 겪고 풍찬노숙을 하였으며, 물자와 군량을 나르느라 사람과 가축이 넘어지고 다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노야가 눈서리에 고생하게 되어, 편안히 쉴 겨를이 없었으니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 누구입니까? 재앙은 자신이 일으키는 데서 말미암으니, 비록 입을 움직여 은혜를 말하려 해도 어떤 말도 가히 용납될 수 없고 일례(一禮)로써 감사를 드러내려 해도 어떤 것으로도 알맞지 못합니다. 지난번 이 제독이 진군한 이래로 밤낮으로 바람과 안개 속에서 고생할까 걱정이 깊어 진실로 감히 잠에 들 수 없었으니, 음식이 어찌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습니까. 지난번 송 경략의 격문 한 통은 말이 준엄하고 의리가 정당하여 마치 우레가 치고 바람이 부는 듯하였습니다. 얼마 후 두 노야에게 한 폭 가득한 돈유를 입었으니 말은 순하면서 이치는 간절하여 마치 봄과 같이 화창하면서도 가을과 같이 서늘하였고 신묘한 계책은 깊고도 넓었으며 기묘한 모책은 심오하여 하늘과 사람을 꿰뚫고 밝음과 어둠을 드나들어 참으로 이르는 바 “명철함은 족히 일월과 짝이 될 만하고 그윽함은 족히 귀신을 움직일 만하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감히 종이 한 장을 성화와 같이 서둘러 팔방에 널리 유시하여 사람마다 나약함을 고무시켜 용기를 품게 하며 덕에 감화되고 위엄에 놀라게 되지 않겠습니까. 소방(小邦)의 장졸에 이르러서는 전쟁에서 비록 힘을 모았으나 자신을 구하는 데에만 급급했는데 권면하고 간절하여 포상을 대국과 같게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분수에 넘치는 일이니 어찌 감히 받겠습니까. 두 노야가 하국을 위해 염려함이 실로 부지런하였으니 폐방(敝邦)이 비록 매우 작지만 또한 어찌 역내의 충의한 한두 사람이 자문에서 일일이 지적한 뜻에 감화되고 천조에서 곡진히 이루어 주는 덕을 깨닫는 일이 없겠습니까. 그 용겁(勇㤼)은 전쟁에 임하여는 저절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에 죄가 있고 없고를 모두 품(稟)할 것이니 위단(威斷)하여 주십시오. 다만 생각건대, 당직은 흔단을 쌓아 나라를 잃어 자립할 낯이 없는데 두 분[二位]이 용서하시고 도리어 어긋난 상을 내리시어 흥복(興復)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는 비록 두 노야가 (우려를) 불식시키고 (상으로) 권장하여 인심을 분발시키려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찌 왕성한 기운이 당직의 몸 위에 다시 있겠습니까. 혹시라도 있다면 이는 진실로 천조의 상서로운 기운이 넘쳐흘러 속국에까지 미친 것이니, 당직이 어찌 감히 마치 이미 있었던 것처럼 하겠습니까. 이에 따라 선포하면 천지신명은 무엇이라고 하겠고, 백성과 신하들은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다만 자문 내에 관계된 사리(事理)는 감히 한 글자도 문득 깎지 않을 것이며, 보내온 유시에 따를 것입니다. 두렵고 부끄러움이 지극함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이에 마땅히 자문에 회답하니, 청컨대 살펴 시행하십시오. 자문이 잘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이 자문을 병부분사(兵部分司)에 보냅니다.
 
만력 21년 1월 9일.

  • 각주 001)
    ‘覆燾’를 번역한 어구이다. 『中庸』의 “비유하면 천지는 실어 주고 덮어 주지 않는 것이 없다(辟如天地之無不持載 無不覆幬)”에서 인용되었다. ‘燾’는 ‘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한편 ‘天地’를 지칭하는 어구로도 쓰이는데, 여기서는 ‘覆燾之間’이라 하여 공간적인 용법으로 쓰였으므로 ‘천지’로 번역한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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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義兵)을 권려(勸勵)하라는 유시(諭示)에 대한 조선국왕의 회자(回咨) 자료번호 : sdmg.k_0001_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