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개를 든 시종 02
통로 동벽의 하단에 그려진 묘주부부출행도(墓主夫婦出行圖) 가운데 산개(傘蓋)를 든 시종의 상세도이다. 이 시종은 말에 탄 무관(武官)이 햇볕에 그을리지 않도록 가리개를 씌어주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벽화의 박락이 심해, 얼굴과 양손, 무릎 아래 부분의 정확한 세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남아있는 벽화를 통해, 역시 저고리의 목둘레와 소매 단, 상의(上衣)의 아랫단에 색상이 다른 선(襈 : 학이나 두루미의 날개 끝이나 목 분에 있는 검은 깃털을 모방한 의복양식으로, 시베리아 샤며니즘의 영향으로 볼 수 있음)을 대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검은 색 산개는 손잡이가 앞으로 휘어져 있어 일정한 거리에서도 앞 사람을 태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고대인들의 세밀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산개를 벽화를 통해서나마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