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들과 분에몬의 문답
一 (廿四) 동 7일, 집권들이 분에몬(分右衛門)에게 “서계(書契)를 바꿔치기 한 것은 대죄이다. 상세하게 상황을 말하라.”고 말씀하셨다. 분에몬이 “서계의 바꿔치기에 관해 저는 전혀 모릅니다. 막부와 관련된 모든 일은 시치에몬이 주도했고 제가 꾀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전에 시치에몬이 고토 사부로자에몬(古藤三郞左衛門)에게 ‘이번 통신사가 막부에게 보낸 서한은 몰래 바꿔서 올릴 생각이다.’라고 했습니다. 사부로자에몬(三郞左衛門)이 듣고 반대하며, ‘중요한 서한을 바꿔치는 것은 대악이다. 결코 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시치에몬이 또 ‘전에 故 부젠 가게나오(豊前景直)주 001가 생존 시에 조선통신사주 002가 와서 막부에 올리는 서한을 바꿔쳐야 했지만 그러기가 어려워서 수일이 지났다. 그러던 차에 등성(登城)했을 때 덴추(殿中)에서 여러 다이묘들이 섞여 들어오는 와중에, 故 부젠이 소매 속에 넣고 몰래 틈을 보아 서한을 바꾸어서 다른 서한을 올렸다. 이번에도 그대로 해야 한다. 무슨 이유로 만류하겠는가?’라고 말하는 것을 제가 그때 장지문 너머로 들었습니다. 이외 서계를 바꾸어 쓴 것에 관해 저는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