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 사신과 한나라 사신의 왕래가 많아진 것과 대완 서쪽에서 안식에 이르기까지의 나라의 풍속을 설명함
서북의 외국 사신들이 거듭해서 오고 가곤했다. 대완의 서쪽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멀리 있다고 생각하여 항상 교만하고 방자하니, 예의로써 그들을 굴복시키거나 기미(羈縻)주 001
각주 001)
로써 통제할 수가 없었다. 오손의 서쪽에서 안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들은] 흉노와 가깝고 흉노가 월지를 괴롭힌 적이 있기 때문에, 흉노의 사신이 선우의 신표(信標) 하나를 들고 가면 나라마다 모두 음식을 보내 주고 감히 붙잡아 두고 괴롭히지 못한다. 그런데 한나라 사신이 도착할 경우 폐백을 내놓지 않으면 음식을 얻을 수 없고 가축을 사지 않으면 탈 것을 구할 수 없다. 그렇게 된 까닭은 한나라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재물은 많아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필시 구매를 해서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나라 사신보다 흉노를 더 두려워한다. 대완의 인근[에 있는 나라들]은 포도를 갖고 술을 만드는데, 부자는 술을 보관하는 것이 만 석이 넘을 정도이며, 오래 묵은 것은 수십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그들의 풍속은 술을 좋아하고, 말은 목숙(苜蓿)주 002을 좋아한다. 한나라 사신이 그 종자를 갖고 오니, 이에 천자가 처음으로 비옥한 땅에 목숙과 포도를 심었다. 천마가 많아지고 외국의 사신들도 많이 오니, 이궁(離宮)과 별관(別觀) 옆에 모두 목숙과 포도를 심었는데 끝이 없었다. 대완의 서쪽에서부터 안식에 이르기까지의 나라들은 그 언어가 상당히 다르지만 풍속은 대체로 비슷하고 서로의 말을 알아 들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눈이 깊고 수염이 많으며, 장사에 능하고 사소한 액수를 두고도 다툰다. 그 풍속에 여자를 귀히 여기니, 여자가 말하면 남편은 곧 그것에 따라 결정한다. 그 땅에서는 어디건 비단과 옻[絲漆]이 생산되지 않으며 철기를 주조할 줄 모른다.주 003
한나라의 사신이 도망치거나 병졸들이 투항하면 그들을 시켜 병기를 주조하여 만들게 한다. 한나라의 황금과 백금을 구해서 자주 그릇을 만드나 화폐로 사용하지는 않는다.주 004
羈縻 : 『索隱』 : “羈는 말의 絡頭이고, 縻는 소의 韁이다. 『漢官儀』에는 ‘말에 대해서는 羈라고 하고, 소에 대해서는 縻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곧, 四夷를 제어함이 마치 牛馬를 羈縻로 부림과 같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즉, 원래 말고삐[羈]와 소고삐[縻]를 일컫는 표현이지만, 이민족에 대한 외교정책의 한 방식을 지칭하게 되었다. 漢代에는 ‘天子之於夷狄也, 其義羈縻勿絕而已’라고 하여 四夷가 朝貢을 바치러 오면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이고 변방을 약탈하면 군사적으로 물리치되, 그들을 공격하여 지배하고 漢人관리를 파견하여 직접 통치를 도모하는 積極정책이나, 아니면 반대로 閉關絶貢하여 일체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放任정책도 아닌 일종의 소극적인 외교정책이었다. 唐代의 ‘羈縻’도 물론 직접 지배라고 할 수는 없으나 漢代의 ‘羈縻’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인 지배와 통제의 형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金浩東 199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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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001)
羈縻 : 『索隱』 : “羈는 말의 絡頭이고, 縻는 소의 韁이다. 『漢官儀』에는 ‘말에 대해서는 羈라고 하고, 소에 대해서는 縻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곧, 四夷를 제어함이 마치 牛馬를 羈縻로 부림과 같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즉, 원래 말고삐[羈]와 소고삐[縻]를 일컫는 표현이지만, 이민족에 대한 외교정책의 한 방식을 지칭하게 되었다. 漢代에는 ‘天子之於夷狄也, 其義羈縻勿絕而已’라고 하여 四夷가 朝貢을 바치러 오면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이고 변방을 약탈하면 군사적으로 물리치되, 그들을 공격하여 지배하고 漢人관리를 파견하여 직접 통치를 도모하는 積極정책이나, 아니면 반대로 閉關絶貢하여 일체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放任정책도 아닌 일종의 소극적인 외교정책이었다. 唐代의 ‘羈縻’도 물론 직접 지배라고 할 수는 없으나 漢代의 ‘羈縻’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인 지배와 통제의 형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金浩東 1993 참조.
- 각주 002)
- 각주 003)
- 각주 004)
색인어
- 지명
- 대완, 안식, 월지, 한나라, 한나라, 한나라, 대완, 한나라, 대완, 안식, 한나라, 한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