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재
안하면 죽인다고 하는 걸 뭐
임원재 | 1942년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로 강제동원
임원재 씨는 충청남도 서산군 인지면 화수리 출신으로 1922년에 태어났습니다. 23세인 1942년 4월에 징용되어 나가사키 현 소재 미쓰비시 조선소에 동원되었습니다. 조선소에서는 주로 잔심부름을 했습니다. 일본어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가사키에 폭격이 잦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임원재 씨도 눈과 허리를 다쳤습니다.
『똑딱선 타고 오다가 바다귀신 될 뻔했네』,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2006, 49~72쪽
임원재(任元宰)_남. 85세
- 일자
- 내용
- 1922. 6. 20
- 충남 서산군瑞山郡 인지면仁旨面 화수리花樹里 출생
- 1942. 4
-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소재 미쓰비시(三菱) 조선소에 동원주 (23세)
- 1945. 9
- 귀국
- 할아버지 생년월일生年月日이 어떻게 되세요?
- 9월 9일. 섣달 수요일이거든. 내 생일이. 닭띠. 신유생辛酉生. 여든 다섯이거든. 나는. 세월이 빨러. 얼마 안 간 거 같은데 이렇게 빨러. 나 원 참. 아무리 생각 해 봐도 빨라.
- 몇 살 때 징용徵用을 가셨어요?
- 나? 장가들고서 갔지. 23살. 젊어서 갔지. 아주. 내가 살아서 이런 얘기하지, 죽고선 못해 이제.
- 그래서 할아버지 말씀 들어보려고 온 거예요
- 고맙네.
- 장가는 몇 살 때 가셨어요?
- 장가는 22살. 징용은 장가가고 한 살 더 먹고서 갔지. 일하러 가라고 해서 갔지.
- 그때 아들이나 딸은 없었어요?
- 세월이 빨러. 뭐 안 태어났지. 갔다 오고서 3년 뒤에 해방解放이 되고선.
- 해방되고 오신 거예요?
- 그렇지. 그래가지고선 연락선連絡船 타고 갔는데. 연락선 그때 당시에 야미배(밀배) 타고 왔어. 다 죽었어. 징용 간 사람들.
- 징용은 어떻게 해서 가시게 된 거예요?
- 그때? 가라고 해서 갔지. 뭐. 부락에. 이장里長이. 그때는 구장區長주 이라고 했지. 가라고 기별寄別했지. 부락으로.
- 징용장徵用狀이 나왔어요?
- 그렇지. 언제까지 가라고 해서 갔거든.
- 어디에 모였어요?
- 거기 꼭대기 있잖아? 지금도 있잖아? 동洞은 자세히 모르겠어.
- 이쪽 인지면仁旨面이요?
- 응. 꼭대기 서산瑞山.
- 거기에 몇 명이나 모였던가요?
- 많았지. 몰라. 전부 다 도라꾸(트럭)로 실어 나르고.
- 트럭으로 실어 날라요?
- 그래. 홍성洪城까지 굉장했었지. 우리 면面에도 전부 다 일본 사람이었어. 일본 사람이대. 조선 사람 있었간. 일본인이 찾아와서 전부 그랬지. 그래서 와가지고, (*징용) 갔다 오고선 전부 그 사람(일본 사람) 쫓을려고 했어. 그때 한국 사람이 없었어. 옛날에도 아주 전부 일본 사람들이었어.
- 그 당시에 부모님은 계셨어요?
- 아. 당연히 계셨지. 형제는 5형제. 4형제인데. 군인軍人가서 죽었어. 부모님 살았을 적에.
- 할아버지는 몇 째세요?
- 제일 맏이. 그렇지. 내가. 둘째 동생은 군인 나가서 죽었거든. 내가 첫 번에 나갔거든 또. 어머니 아버지께서…. 내가 농사짓다가 애들이(동생들이) 커서 농사지었지.
- 서산서 모여서 트럭으로 홍성까지 실어 날랐어요?
- 그렇지. 많이 갔어요. 한두 사람이 갔나. 그때 많이 갔지. 사람이. 몇 명이라고 따질 수가 없지.
- 동네에서 같이 가신 분 있으세요?
- 아. 동네에서 다 같이 갔는데, 다 죽었다니까.
- 누구 기억나는 사람 있어요?
- 기억나는 사람이 누구 아나? 다 잊어버렸지. 동○이. 최동○. 최장○이. 다 죽었지. 우리 동갑내기들 다 죽었어. 이승○. 이근○. 가서 다 죽었어. 인천으로 가서 죽었지. 여기서 살다가. 그 사람이랑 같이 가려니까 그 사람 각시(아내)가 뒤로 차더라고. 날 먼저 넣으려고. 지서支署에서 구장 데리고 얘기 하는 거야. ‘야! 너 가기 틀렸다. 난 못 가겠다.’ 이런 사람들이 많았어. 그래서 부모들이 난리인겨. 각시도 그렇고. 그러니까 갈 사람들이 ‘이제 난 못 가겠다.’이러고 마음대로 혀. 일본 놈들.주
- 홍성에서는 또 어디로 갔어요?
- 어디로 가? 연락선 타고 가는 거지. 일본으로 가는 거지.
- 연락선 타기 전에 홍성에서 어디로 가셨어요?
- 홍성서? 부산釜山으로 갔지. 그냥 부산으로 가지. 그래서 부산 서 배 타가지고 일본 건너갔지. 나가사키長崎.
- 나가사키까지 어떻게 가셨어요?
- 배로 갔지. 그때 배로 가가지고. 나가사키 가가지고 거기 사람이. 미스보시(三菱. 미쓰비시)로. 그 공장工場에. 그래서 거기서 비행기飛行機가 폭격爆擊해 가지고 폭탄이 떨어져서 다 죽었어. 그래서 이렇게 허리도 아프고 눈도 어둡고.
- 부산에서 배 타고 나가사키 가실 때 배를 며칠이나 탔어요?
- 며칠은 뭘. 가가지고 밤늦게 도착到着했지 뭐. 그래가지고 어디다 내린지 알어?
- 누가 데리고 갔어요?
- 여기서 가는 사람이 있나? 거기 사람이 끌고 가는 거지. 일본 사람이.
- 부산에서 일본까지는 일본 사람이 데리고 갔어요?
- 그렇지. 여기서 가는 사람 있나? 일본 사람이 데려 갔지. 가기야.
- 일본까지 몇 명이 같이 갔어요?
- 많았지. 나중에 간 사람도 있고. 먼저 간 사람도 있고. 우리랑 같이 간 사람도 있고. 한꺼번에 다 갔간? 몇 차례 갔지. 그럼. 여기 면에서랑 지서에서랑 일본 사람이 있었지요.
- 할아버지, 학교學校는 다니셨어요?
- 학교 안 다녔어요. 그 어머니 아버지께서 학교를 안 보내시고 한문漢文공부를 시켰어. 한문. 한문 서당書堂을 다녔지. 젊어서 학교를 안 다녔어.
- 일본말은 하실 줄 아셨어요?
- 몰랐죠. 일본말. 한국말만 하고.
- 일본 이름이 있으세요?
- 일본 이름? 도로까와주 라고 하던가. 어. 도로까와. 안 쓰니까 다 잊어버리지. 한국말도 안 쓰면 다 잊어버려. 일본말 누가 쓰나. 그거.
- 서산에 모였을 때 신체검사身體檢査같은 건 안했나요?
- 했지. 미리 했지.
- 어디서 했어요?
- 거기 가서 했지. 여기서 했어요. 그게 어디서 했더라. 한 번 한 거 같은데.
- 신체검사는 어떻게 했어요?
- 허리 재고. 키 재고.
- 신체검사도 하고 잘 다녀오라고 박수拍手도 쳐주고 그러던가요?
- 그야. 그렇지. 부모도 막 따라오고. 아, 전부 따라갔지. 부모들이 가만히 있나. 나 같아도 자식이라면 가만히 있겠어?
- 부산까지는 기차로 가셨어요?
- 그렇지. 그렇지. 그리고 배 타고 일본 도착했지.
- 나가사키 도착하셔서는 어디로 가셨어요?
- 미스비시(三菱)합동合同공장으로 갔지.
- 이 공장은 뭐하는 곳이에요?
- 배 짓는 심부름 했지. 뭐.
- 배 만드는 공장이에요?
- 그렇지. 말하자면 일본 사람들이 하는 곳이지. 조선 사람 데리고. 그래서 사람이 널러가(날아가). 바람이 불고. 여기서 바람을 이겨내니까는 허리가 어찌나 아픈지. 아파죽겠어. 나 원.
- 거기서 무슨 일 하셨어요?
- 거기서 심부름 했다니까요. 허허. 물건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갖다 주고.
- 잔심부름이요?
- 그렇지. 잔심부름 했지. 뭐를 아나. 그때 만해도. 한국말로 하는 사람 있으니까. 그 사람들 이야기 듣고서 심부름 해준다고. 그런 일 다 했다니까요. 한국 사람이, 일본말 잘하는 한국 사람이 거기 가서 심부름 해주지. 그 사람 이야기 듣고서 심부름 해주는 거지. 그렇지. 한국 사람이 일본말 잘 하는 사람이.
- 일본말 잘하는 사람이 통역通譯을 해줘요?
- 걔네들이 알아듣고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한국 사람이 그걸 듣고서 한국말로 뭐 뭐 가져오라고 하면 갖다 주고. 그래서 일했다니까요. 안하면 죽인다고 하는 걸 뭐. 죽기 싫으니까 하고.
- 동네에서 같이 가신 분들이 전부 그 공장에서 같이 일을 했어요?
- 우리 공장에서 다 같이 있는데 다 세상 떴어. 같이 일 한 사람도 있고. 각각 헤어져서 어디서 일한지 모르지. 그리고 그렇게 됐지. 젊었을 때 갔는데, 다 죽고.
- 그 공장에 가서 무슨 교육敎育같은 건 안 받으셨어요?
- 교육? 교육은 무슨. 시키는 대로 하면은 잘한다고 칭찬해주지. 걔들이. “야! 너 잘 한다.” 이것도 훈련訓練이라고 혀. 그것들이. 그래도 그거 알면서도. 뭐 있냐? 안 하면 죽인다는 것을 뭐.
- 누가 죽인다고 그래요?
- 갸들이 하는 소리지. 말하자면. 일본 놈들이.
- 막 때리고 그랬어요?
- 때리는 사람도 있지. 없는 게 아니여. 그런데 맞다가 나오면은 그 놈도 맞고 나도 맞지만은 싸우질 안 혀. 서로. “야! 그만 하자. 너나 나나 마찬가지여. 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여. 왜 이렇게 손찌검 하려고 해. 야! 고만 하자.” 이러는 사람도 있고. 또 말로 다 지랄하는 놈도 있어. 거기다 뺨 때리고. 발로 차고 이러는놈도 있거든. 그러면 “이놈의 새끼 너 마침 잘 걸렸다.” 허허 이거 맛을 보여준다고. 대번에 또 차요. 그래 쓰러지고 마는 겨. 그 싸울 수가 있나? 못 하지.
- 미쓰비시 공장에 일본 사람이 많았어요?
- 많이 있지. 대부분 일본 놈들이지 뭐. 그때.
- 할아버지는 그 공장에서 어디에 소속所屬되어 있었어요?
- 부서部署가? 뭐. 무슨 부? 만드는 데 심부름. 뭐 가지고 오라고 하면 이것 좀 가져와. 쇠 조각 좀 가져오라고 하면 갖다 주고. 이랬지. 거기서 그냥.
- 일 시키는 사람들은 다 일본 사람이었어요?
- 그렇지. 다 일본 사람들이지. 그래가지고. 한국 사람이 통역해 주는 사람이 있거든.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한국 사람이 “야 이렇게 해라. 뭐 뭐 갖다 줘.” “알았어.” “뭐 뭐 갖다 줘라.” 그러지.
- 몇 명이서 같이 일을 했어요?
- 몇 명이나? 한 50명 같이 일했지. 많았었지. 들락날락하고. 그리고 교대로 하는 사람이 있었어. 교대로. 하루 종일 일하는 게 아니여. 교대로 일했지.
- 얼마마다 교대를 했어요?
- 하루 이틀 하고 교대하고. 밤일도 했어. 밤일.
- 밤일이요?
- 그렇지. 밤일 교대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 종일 하는거지. 종일. 이틀 사흘 하다가 교대를 하는 겨. 이틀 사흘씩 이렇게 교대를 혀.
-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을 하는데요?
- 그때는 이제 시계時計들이 없었어. 시계 있었간? “지금 몇 시냐?” “아홉 시다.” 그래서 일러줘서 알았지. 그때 거기 가서 있다가 누가 시계를 판다고 하대. 그럼 그 시계 돈 주고 팔라고. 그냥 주는 사람도 있고. 안 주는 사람도 있고 했어. 그때.
- 몇 시부터 일 하셨냐구요?
- 아. 아침 몇 시부터 일했냐고. 7시부터 시작하지. 해지면 끝나는 겨. 밤일 하는 사람도 있고. 야간. 밤낮 2교대.
- 식사食事는 어떻게 하셨어요?
- 밥은 식당食堂에서. 밥 하는 데가 있지.
- 공장 안에요?
- 그렇지. 그래가지고. 일하러 가서 먹고. 거기서 오면 목욕沐浴하고 집에 와서 자고. 잠자는 데. 밥 먹고 목욕하면 밥 먹으나 마나여. 목욕부터 하고 밥 먹어야 해. 그래야 밥 먹은 거 같지. (*이미 소화가 다 되어서) 언제 먹었는가 그래. 그래서 목욕부터 하고서 밥 먹었지. 밥도 뭐 많이 먹었나? 그 사람들 주는 대로 먹었지. 세 숟갈 주면 세 숟갈 먹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나?
- 밥을 더 안줘요?
- 그럼. 한 사람이 더 달라고 하면 더 줘요? 안 줘요. 그러면. 일본 놈들이 얼마나 독했다고.
- 밥은 어떻게 나왔어요?
- 쌀밥은 고사하고. 보리. 그 사람들 보리 왜 안 있나. 보리로 반죽 나올 때도 있고. 하얗게 덩이로 나올 때도 있고 그랬어. 반찬은 간단해. 두 가지씩 줘. 병원밥 반찬 나오듯 해. 반찬을 그렇게 준단 말씀이여.
- 반찬은 뭐가 나오는데요?
- 그 사람이 고추면 고추. 산에다가 개간開墾을 해가지고. 고추를 줘. 된장도 주고. 고추가 매웁다지만 일본 놈들 잘 먹어. 고추. 그 산에 올라가면 전부 단감나무여. 지금 올라가면. 단감, 단감나무 그게 있어. 단감나무 한 20그루 되는데, 전부 단감나무여. 단감. 넘어가서 그걸 단감 따먹지. 그럼 전부 단감이지. 그래서 그때는 자기들이 농사를 지으면은 한국인 수십 명 내 가지고서(동원해서). 배를 이렇게 한 번씩 묶어가지고. 갈라서. 그럼 말려서. 전부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거야. 집집마다. 여기서 일본 놈들이 하여간 독재자獨裁者여. 말귀를 알아들어야지. 일본 놈 소리. (*우리가) 한국말을 하니까. 갸들이 말귀 알아듣고 잘혀. 한국말 잘 알아듣고 잘혀. 한국 사람들이 그때 말귀 알아들어야지. 아는가? 각방 쓰고. 못 알아들어. (*일본은) 논도 조그마하고 없어. 산에 논이 있지. 한국처럼 큰 논 있간? 다래다래 조그만 씩 하지.
- 공장 주변에 산山이 있었어요?
- 공장 옆이 아니라 산에 한 번씩 놀러 가면. 거기서 해준다는 거지. 해봤다는 거지.
- 놀러 갔을 때 보셨단 말씀이세요?
- 그렇지. 뭐 그 근처에 있는 게 아니라.
- 어디까지 놀러 나가셨어요?
- 구경은 이제 산, 산 같은데. 주로 산으로 가지. 감도 따먹어 봤지. 단감나무라고. 자기 집 근처가 산이니까 주위가 전부 단감나무라고.
- 쉬는 날이 많이 있었어요?
- 많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논 것이 아니라. 정 답답하면. 한 번 놀게 해달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 그러면 그때 한 번 시켜주겠다고. 일본 놈이 이야기 하는 겨. 그러면 우리를 부리거든. 농사지으니까. 그런갑다(그런가보다) 하는데 우리가. 같은 사람인데 말이야. 이거 안 도와주면 안돼. 일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한 번 구경하고 오라고. 이렇게 해서 가는 겨. 거기로 그래서 산 구경 한다고 산으로 가면. 가서 보면 단감이라니까. 전부.
- 일요일日曜日마다 전부 쉬는 게 아니구요?
- 쉬는 거 없어요. 일요일 날 쉬간? 일을 시킬 때가 많았지. 쉬는 날도 있지만은 일하는 날이 많어. 한국 사람들이.
- 잠은 어디서 주무셨어요?
- 잠은 사람 자는 데서 자지 뭐.
- 어떻게 생겼어요?
- 숙소宿所라고 있는데. 그런데. 거기서도 군대軍隊라고 있지마는. 난 군대도 안 갔어. 군대 안 갔어도 얘기 들어보면 군대 자듯해. 옆에다가 하나씩 담요 같은 거 주고. 그럼 그거 놓고 자는 겨.
- 몇 명이나 같이 자는데요?
- 자는 거야 다 잤지. 한 열아홉 명이 이렇게 자면. 큰 방이면 이렇게 마루 같은 데가 있거든. 그러면 그냥 들어와서 자는 거야. 낮에 일하고 잠들면 때려 죽여도 일어나? 사람이 흔들어 깨우고 소피(소변)나 보면 깨어날까? 깰 새가 없지.
- 다다미(疊)방주 같은데서 자요?
- 그렇지. 안 그러면 마루 같은 데서 자고.
- 방이 얼만해요?
- 방이 크지. 여기에 마루 있지. 그렇지. 그래서 그 마루에서 자고. 방에서 자고 그렇지. 겨울에 방이 추우면은 마루에서 자는 사람도 있고. 담요가 있어. 한국처럼 이불이 아녀. 담요지. 담요로 덮었어. 그거. 그래서 깔고 덮고 자고 그런다고. 그 사람들이 이불을 주간? 전부 담요지. 전부 담요 깔고 자고.
- 공장 안에 숙소가 있었어요?
- 떨어졌지.
- 공장 외부外部에 숙소가 있었어요?
- 그럼 밖에 있지. 사람들 자는 데도 떨어져 있고. 떨어져 있는 게 아랫집 같이 가깝고.
- 거기서 주무시고 공장으로 출근出勤하신 거네요. 출근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어요?
- 시간 얼마 안 걸렸지. 걸어서 갔지. 가까우니까. 가깝지.
- 그럼 아침 7시 정도에 아침밥을 먹고?
- 그렇지. 바로 일하고. 해지면서 들어오면 밥 먹는 거지.
- 월급月給은 받으셨어요?
- 금전金錢주는 것이. 노임勞賃주나? 노임. 돈 몇 푼 주는 거. 그럭저럭 댐배 사면 뭐 있가니? 담배 끊고 술 끊어야 하는데. 술은 끊는데 영 담배는 끊을 수가 있어야지. 담배 피는 거야.
- 일당日當을 얼마씩 줘요?
- 일당 얼마씩 주는 게 아니여. 뭐 몇 푼 씩 주는 거 담배 사 피우고.
- 그 돈을 얼마마다 한 번씩 받았어요?
- 한 달에 한 번씩. 얼마씩 줬가니? 그때 1전錢씩 줄 때인데. 지금 1전 돈 같지도 않어. 지금 만 원씩이 천 원씩이여. 지금은. 그때 만 원짜리는 구경을 못 했어. 일본서.
- 받은 돈은 어디에다가 쓰셨어요?
- 돈 받아서 내라고, 내라고. 내면 뭐 있어. 그럼. 담배 사 피우고. 담배 그때만 해도 젊었으니까 담배 피우지. 담배 끊지 못하고 나눠 폈지. 없어서. ‘야 이거 피워라.’ ‘고맙다’하고 피우는 거야.
- 할아버지 일한 돈은 저축貯蓄한다고 그러던가요?
- 그 사람들이 저축하는가? 우리들이 저축하는 거지. 그 사람들이 저축하라고 일러 주간? 우리들이 하고 싶어서 하고. 안할 사람은 집으로 부쳐라.
- 할아버지는 집으로 부쳐 줬어요?
- 부쳐 줬지. 담배 끊고부터. 편지便紙가 왔어. 편지도 왔다 갔다 했지.
-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으셨겠어요?
- 할머니는 몇 살 때 시집 오셨어요? 17살 먹었을 때.
- 할머니가 보고 싶으실 때 뭐하셨어요?
- 뭐하긴. 일 밖에 더 했지 뭐. 술도 소주나 담배 피웠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여기 술 먹고 담배 피면 난리잖아.
- 공장에 폭격도 있었어요?
- 아이! 폭격. 비행기가 달락말락 했어. 폭격 왜 안 해? 드문드문 했지. 미군美軍들도 왔다 갔다 했어. 달락말락 폭격한다고. 굴(방공호)에 들어가면 덜 죽어. 그래가지고 폭격 맞아 죽는데 뭘.
- 어디로 숨었어요?
- 굴로. 그렇지. 들어가다 죽는 사람도 있는데? 폭격해가지고.
- 들어가다가 죽는 사람도 있어요?
- 그럼. 폭격 맞아서. 발(足) 저리 날라 가서 죽는 사람도 있고.
- 죽는 사람들은 조선 사람이에요? 일본 사람이에요?
- 일본인도 있고. 조선 사람도 많이 죽었지.
- 죽은 사람은 어떻게 해요?
- 그 사람들 전부 화장火葬해서 재(가루) 보냈지. 뿌리고. 그러지.
- 조선 사람은요?
- 조선 사람은 모르지. 조선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재를) 여기 뿌리는 사람은 그냥 뿌리고 그러지. 죽으면 바다로 뿌려.
- 조선으로 안 보내고요?
- 보내는 사람도 있지. 보내는 사람도 있고. 안 보내고 그냥 뿌리고 마는겨.
- 거기서 탈출脫出한 사람도 있었어요?
- 도망逃亡은 못 갔죠. 붙잡히면 다 죽어. 무서워서 도망도 못해. 그럼. 붙잡히면 다 죽어.
- 미쓰비시 공장이 바닷가 옆이에요?
- 그렇지. 그럼.
- 나가사키 시내市內에 나가보셨어요?
- 안 나가봤지. 그 근처에 산에 갔다고 말씀드리잖아요. 시내에 나가서 다닐 수가 있나.
- 공장 들어갈 때 출퇴근카드 찍고 그랬어요?
- 카드 있나? 없어요.
- 그럼 할아버지가 공장에 왔는지 안 왔는지 어떻게 알아요?
- 거기 있는 사람한테 나가면 나간다고 이야기 하고 나가는데. 일하면 거기 안 들어 왔는지 들어왔는지 기재記載하는 사람도 있어.
- 적어두는 것이 있었나 봐요?
- 그렇지. 나 안나왔나 나왔나 기재하는 거야. 그 사람들이. 하도 오래 돼서 가막가막 해(기억이 잘 안나). 지금. 내가 팔십 다섯인데. 지금 말씀드리는 건데 오락가락 혀. 하도 오래돼서. 그때 23살이면 지금 얼마야? 지금.
- 공장에서 수첩手帖같은 것 받으셨어요?
- 수첩 있어도 그런 게 있나? 지금. 그때 호주머니에 넣고 가다 잊어버렸지. 받긴 받았지.
- 그 공장에서 몇 년 계셨어요?
- 몇 년? 한 3년 있다가 왔지. 해방되고 나왔지. 내가 여기 왜 왔나. 하는 수없이 그놈들이 보내서 내가 왔지. 어떻게 해서 왔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니까. 허리는 아프지.
- 해방된 건 어떻게 아셨어요?
- 해방 됐다는 거, 공장에서 알았지. 일본 천황天皇이 손들었다는 거를, 방송放送까지 나와서.
- 방송에 나왔어요?
- 그럼. 방송까지 틀어줘서 알았지.
- 해방되고 나서는 일 안하셨어요?
- 안했지. 그냥 해방 돼서 내가 왔다니까요.
- 누가 보내줬어요?
-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자기 권한權限으로. 그럼. 그렇지. 가는 거지 뭐.
- 해방되고 밥은 줬어요?
- 밥은 먹었지. 우리도 사람인데 지들은 밥 먹고 우리는 밥 안주나? 아무리 고약하더라도. 한 번씩 거기서 싸우는 게 그거야. 밥 굶기나. 그놈의 새끼들이.
- 해방되고 조선에 어떻게 나오셨어요?
- 해방 되고 그리 나갔지 뭐. 배타고 나왔지. 그 연락선. 야미배(밀선. 闇舟) 탔지. 야미배. 그때 돈으로 200원이여. 200원 주고. 200원 큰돈이었어. 100원짜리 구경도 못 했어. 내가.
- 할아버지가 돈이 조금 있으셨네요?
- 있었지.
- 공장에서 나가라고 돈을 주던가요?
- 나가라고 주나?
- 그러면 모아놓은 돈이었어요?
- 그럼. 우리가 긁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야미배 타고.
- 집에 오실 때 돈을 좀 가져오셨어요?
- 돈은 뭔 돈이여? 몸땡이만 살아 돌아오지. 여기다 돈 좀 보내. 붙여 주고. 입으라고 뭐 써서 붙여주고. 내가 소포로 보내 주기도 하고. 거기서도 보내고 그랬지.
- 공장에서 작업복作業服은 줬어요?
- 옷이야 주지. 떨어지면 우리 옷 없다고 달라고 하면 주고. 떨어지면 누가 꼬매 입나? 그래가지고 주는 거야. 작업복 입고서 돌아다니는 거지. 옷 살 돈이 있나. 몇 푼 되도 그게. 신발은 그 집가다주 줘. 그때. 모자 그런 모자 쓰지. 떨어지면. 내가 사서 신고. 공장에서 달라고 해서 신고. 그랬지. 이랬어. 신발도.
- 조선에 나올 때 그 작업복 입고 나오셨어요?
- 작업복 입고 나왔지. 뭐 돈 있나? 신사복 사 입나?
- 귀국歸國하실 때는 어디로 오셨어요?
- 부산으로 왔지. 엄청히도(엄청나게) 사람들 많았었지.
- 같이 갔던 동네 분들도 같이 돌아오셨어요?
- 같이 온 사람도 있고. 나중에 온 사람도 있고. 우리가 먼저 왔어요.
- 나눠서 왔군요?
- 그렇지. 한꺼번에 다 보내간? 한꺼번에 싹 보내질 않았어. ‘니네들 가거라. 일본에서 가거라.’ 이래서 쫓아보냈지요.
- 부산에서 고향故鄕은 어떻게 오셨어요?
- 부산에서 차타고 와서 홍성 왔는데 버스타고 이렇게 왔지. 부산에 오니까. 홍성까지 전부 안 오고. 조선 사람들도. ‘난 아들 보고 싶어서 나왔어.’ ‘고마운 일이여. 갑시다. 가요.’ ‘내일 모레나 갑니다.’ ‘그럴까. 그럴까.’주
- 부산서 홍성으로 오셨네요?
- 그렇지. 홍성에서 버스 타고. 서산까지 왔지.
- 홍성까지는요?
- 홍성까지? 홍성까지 뭐. 열차列車타고 왔지.
- 가족들이 마중을 나왔던가요?
- 서산으로 나온다고 그랬는데. 동네 사람들이. ‘형이 죽었어.’ 그래. 그 사람이. 그런데 다 죽었어. 나하고 같이 간 사람도 죽고. 저의 형도 5형제 다 죽었어. (*그 사람은) 서산에 어머니 아버지 다 사는데 나를 만났어. ‘야! 아무개 온다. 우리 동생은 안 오는데 틀렸어.’ 나하고 같이 갔는데. 그럼 그럴 거여.주
- 할아버지 계시던 공장에 큰 배도 있었어요?
- 배 만드는 것만 봤지. 바다에 뜨는 거는 못 봤지.
- 공장에서 만드는 것만 보셨군요?
- 그렇지. 가서 본 사람도 있지만. 밤에 가서 보이지도 않았지.
- 일본에서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 눈을 잘 못 봐. 떴다 감았다. 오른쪽.
- 어떻게 다치신 거예요?
- 그때 폭격 떨어져서. 허리도 그러고. 안보이지. 캄캄해.
- 시력검사視力檢査를 해보셨어요?
- 해봐도 소용없어. 보이질 않어.
- 허리가 아프신데 농사는 지으셨네요?
- 그때 아버지가 지었지.
- 눈과 허리는 치료治療받으셨어요?
- 받기야 받았지. 병원에서도 받고.
- 그 공장에서도 받으셨어요?
- 공장에서 받았지. 받기야. 병원에 다니면서. 눈도 받았지. 받기야. 일본에서 약 줘서 약 먹고. 고치려다 여기도 못 고쳤어. 그때.
- 병원病院은 어디에 있었어요?
- 병원은 나가사키에 있지. 병원은 혼자 갔지. 일러줘서 혼자 갔지.
- 병원비는 누가 줘요?
- 돈을 누가 주간디? 공장에서 누가 주간. 안 줘. 나중에 조금 줬지.
- 그럼 할아버지 돈으로 병원을 다니신 거네요?
- 그럼. 처음에만 조금 주지.
- 눈 치료할 때 장애진단障碍診斷같은 거 받으신 거 없으세요?
- 없어. 공장에서도 그냥 집에 가라고.
- 공장에서 심부름 하는 사람이 50명이 있었잖아요?
- 네. 50명씩 조組짜서 일했어.
- 50명 중에 조선 사람이 몇 명이었어요?
- 50명이면 반반 있지. 통역 하는 사람이 조선 사람이 있지.
- 통역하던 조선 사람 이름 생각나세요?
- 잘 모르는데요. 적어서 있으면 모를까. 맨날 생각을 하나? 적기를 했나. 그 사람 이름을 어떻게 알어? 다 잊어버렸지.
-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사람들도 있었어요?
- 혹간 있었지. 다리 다치고 어깨도 다치고 팔 다친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지.
- 다친 사람들은 병원에 가나요?
- 병원에 가는 사람들도 있고. 지가 재주 있으면 지가 고치는 사람도 있고. 돈 준다고 하지만 돈 누가 주간?
- 회사에서 병원에 안 보내줘요?
- 가라고 하지. 가라고 하기야.
- 할아버지 눈 다쳐서 병원 다닐 때 며칠 정도 다니셨어요?
- 한 달포 다니다 말았지. 한 달 정도.
- 허리는요?
- 허리도 했지. 두 간데 봤지. 한 군데만 보는 게 아니라. 돈 달라고 해서 돈 있는 거 다 없어졌어. 거기 가서.
- 일을 하면서 병원엔 낮에 가나요?
- 저녁에 갔지. 저녁에 일찍 가야하지. 늦게 가면 되나. 문 닫아 버리고. 회사에 얘기 하지. 내가. 그럼 조금 일찍 보내주지.
- 병원에 갈 때는 무슨 허가증을 받고 나가나요?
- 말만 하면 가는 거지.
- 처음에 구장이 징용 가야 된다고 할 때 징용장徵用狀을 주던가요?
- 말로 하고. 그 구장이. 구장이 요만한 책冊가지고 다녀. 며칟날 어디로 모이라고. 거기에 적어 놔.
- 구장 이름이 뭐예요?
- 죽었어. 그 사람도. 김○○. 그냥 살았지. 세상 떴어. 그 분도.
- 구장은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얼마나 더 많아요?
- 더 먹었지. 나보다도, 나보다도 네댓 살 더 먹었지. 옛날에 죽었어요. 워낙 원성怨聲이 높아서. 원성이 크니까.
면담·검독 _ 고봉훈 조사관
1차 녹취문 작성 _ 조민정
편집 _ 윤문 _ 주석 _ 정혜경 과장, 이병희·권미현 조사관
1차 녹취문 작성 _ 조민정
편집 _ 윤문 _ 주석 _ 정혜경 과장, 이병희·권미현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