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가 모반 사실을 알림 / 협수언을 치니, 황후도 함께 죽음
5년 겨울 10월 을묘삭(1일) 천황이 내목(來目;쿠메)주 001에 와서 고궁(高宮)주 002에 거하였다. 때에 천황이 황후의 무릎을 베고 낮잠이 들었다. 그러나 황후는 일을 거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헛되이 “지금이 바로 오라비가 꾀하는 그때인가.”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눈물이 흘러 천황의 얼굴에 떨어졌다. 천황이 놀라 깨어나 황후에게 “짐이 지금 꿈을 꾸었는데 비단무늬의 작은 뱀이 짐의 목을 감았다. 또 큰 비주 003가 협수(狹穗)주 004로부터 쏟아져 와서 얼굴을 적셨는데 이 무슨 징조일까.”라고 말하였다. 황후는 모반을 숨길 수 없음을 알고 두려워 땅에 엎드려 자세하게 형왕(兄王)의 모반에 대하여 알렸다. “첩은 오라비의 뜻을 어기지도 못하고 또 천황의 은혜를 배반하지도 못합니다. 고언(告言)주 005하면 오라비를 죽일 것이고 말하지 않으면 사직이 위태로워집니다. 한편으로 두렵고 한편으로는 슬픕니다. 하늘을 우러러 울고 물러서서는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주야로 가슴이 막혀 알려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천황이 첩의 무릎을 베고 주무셨습니다. 이때 첩은 잠깐 생각하였습니다. 만일 미친 계집이 되어 오라비의 뜻을 이루고자 했다면, 마침 이 시점에 힘들이지 않고 공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저절로 흘렀습니다.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는데, 소매에서 떨어진 눈물이 천황의 얼굴을 적셨습니다. 지금 꿈을 꾸신 것은 반드시 이 일 때문일 것입니다. 비단 무늬의 작은 뱀은 첩에게 준 비수입니다. 큰 비가 갑자기 쏟아진 것은 첩의 눈물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천황이 황후에게 “이는 당신의 죄가 아니오주 006.”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즉시 가까운 현의 군사주 007를 보내어 상모야군(上毛野君;카미츠케노노키미)주 008의 선조인 팔강전(八綱田;야츠나타)주 009에게 명하여 협수언을 치게 하였다. 그때 협수언은 군사를 일으켜 지켰다. 그는 급하게 벼를 쌓아 성을 만들었는데, 견고하여 깨뜨리기가 어려웠다. 이를 도성(稻城)주 010이라 하였다. 달이 바뀌어도 항복하지 않자 황후는 “나는 황후이지만 오라비를 잃으면 무슨 면목으로 천하에 군림할 것인가.”라고 슬퍼하며 황자 예진별명(譽津別命;호무츠와케노미코토)주 011을 안고서 형왕의 도성에 들어갔다. 천황은 다시 군사를 추가하여 완전히 성을 둘러쌌다. 곧 성중에 “속히 황후와 황자를 내보내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내보내지 않았다. 곧 장군 팔강전이 불을 붙여 그 성을 불태웠다. 이에 황후는 황자를 안고서 성 위쪽으로 넘어 나왔다주 012. 그리고 “첩이 처음 오라비의 성내로 도망하여 들어간 것은 혹시 첩과 황자로 인하여 오라비의 죄를 용서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용서받지 못하였으니, 첩이 죄가 있음을 알겠습니다. 어찌 사로 잡히겠습니까. 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주 013. 다만 첩이 죽어도 천황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모쪼록 첩이 맡았던 후궁의 일을 좋은 짝이 될 여자에게 시키십시오. 단파국(丹波國;타니하노쿠니)에 다섯 명의 부인주 014이 있습니다. 마음이 다 정결합니다. 이들은 단파도주왕(丹波道主王;타니하노미치누시노키미)주 015의 딸입니다[도주왕은 치일본근자태일일천황(稚日本根子太日日天皇;와카야마토네코오호후토히히노스메라미코토)주 016의 자손으로 언좌왕(彦坐王;히코이마스노미코토)주 017의 아들이다. 어떤 책(一)에서는 언탕산우왕(彦湯産隅王;히코유무스미노미코)주 018의 아들이라 한다]. 마땅히 궁녀의 거처에 넣어 후궁의 수를 채우십시오.”라고 말하였다. 천황이 허락하였다. 이때 불이 일어나 성이 무너지고 군사들이 모두 도망하였다. 협수언과 누이주 019는 성 안에서 죽었다. 천황이 장군 팔강전의 공을 칭찬하여 그 이름을 왜일향무일향언팔강전(倭日向武日向彦八綱田;야마토히무카타케히무카타히코야츠나다)주 020이라고 불렀다.
- 번역주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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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주 019)
- 번역주 020)
색인어
- 이름
- 팔강전, 협수언, 협수언, 예진별명, 팔강전, 단파도주왕, 치일본근자태일일천황, 협수언, 팔강전
- 지명
- 내목, 단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