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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역사

동아시아에서 분단과 전쟁

  • 저필자
    오일환(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1840년 아편전쟁 이후 동아시아는 지속적으로 전쟁에 시달려 왔다. 1894년의 청일전쟁, 1904년의 러일전쟁, 1930년대의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발발, 그리고 1945년까지의 제2차 세계대전, 1949년까지의 국공내전, 1950~53년의 한국전쟁, 그리고 1975년까지의 베트남전쟁 등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이러한 전쟁의 성격과 원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아직까지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이고 제3국 마저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서양과 동양의 문명 간 충돌,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쟁, 피압박민족의 반제국주의·민족해방전쟁, 군국주의전쟁, 자유주의와 인민민주주의의 연합전쟁, 시장경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진영 간의 충돌이 단일하게 또는 대부분의 경우 복잡하게 얽힌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벌어진 지역의 오랜 민족적, 이념적, 사회·경제적 갈등이 외부적 요인과 결합하여 전면전이 일어났다고 하는 설명도 있다. 물론 분쟁이나 전쟁의 원인이 내재적이냐 외생적이냐, 아니면 상호 연계되어 있느냐는 것은 분쟁 당사자와 분쟁의 기능적·생태적 성격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제2차 세계대전(아시아·태평양전쟁)이 종료됨과 동시에 거대한 중국 대륙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패퇴함에 따라, 중국의 민족해방과 반제국주의 혁명을 꿈꾸던 두 세력 간의 주도권 싸움은 일찍이 한 차례의 합작시도가 실패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양자 간의 합작과 배반, 전투, 그리고 전면전은 스스로 선택했고 자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배후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집요하고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었다.
중국대륙의 통일은 소련과 중국, 북한의 공산국가들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안겨주었지만, 미국과 자유진영에는 커다란 상실감과 공포심을 안겨 주었다. 이러한 자신감과 공포심은 곧 이어 전면적인 국제전의 형태로 한반도에서 발현되었다. 국공내전의 성공과 실패가 아니었더라면, 한반도의 전쟁은 국공내전의 모습처럼 내전과 강대국들의 배후조정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국공내전의 성공과 실패로 인한 경험은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을 냉전의 본격적인 열전(熱戰)이자 중공과 미국, 미국과 소련, 공산진영과 연합군이라는 세계적 전면전의 형태로 이끌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국제전은 어느 일방의 승리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봉합됨으로써 냉전을 고착시키고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전쟁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았던 강대국들 간의 긴장은 인도차이나에서 표출되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은 오히려 미·중·소 강대국에 심각한 피해만 안겨주었다. 한국전쟁이 냉전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던 반면에, 베트남전쟁은 오히려 냉전체제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고 데탕트를 위한 무대가 되었다.
전쟁 과정에서 한반도와 중국 대륙, 인도차이나 전역의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참전한 주변국과 외국군의 사상자도 결코 적지 않다. 전쟁은 사상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쟁포로와 난민, 이산가족을 만들어 냈고 이들의 운명과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전쟁을 통해 각 전쟁 당사국들의 국가권력과 지배력은 공고해졌으나, 좌우 이념적 경직성은 심화되었고, 주변국들과의 대결과 국경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전쟁 과정에서 동아시아 지역 내 일부 국가는 전쟁특수를 누리고 경제적 이익을 보았으며, 전후 동서 냉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각 진영에 편입되어 세계체제 속에서의 주변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한편, 국공내전으로 중국대륙은 통일되었으나 오늘날까지 타이완과의 양안갈등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양안 간의 갈등과 해결은 미·중 관계와 전략적 이해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한국전쟁으로 한반도는 분단되었으나 오늘날까지 남북통일에는 많은 장애가 남아 있다. 휴전협정에 서명했던 미국과 중국은 화해하였으나 한반도에 대한 양 진영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베트남은 오랜 시행착오와 고립을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 소련, 미국, 한국, 프랑스 등 거의 모든 관련국들은 과거의 전쟁에 대한 과오와 실패를 인정하고 화해와 미래를 향한 노력에 경주하고 있다.
이상의 전쟁을 살펴볼 때, 동아시아 지역은 오히려 전쟁에 익숙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베트남전쟁 이후 지난 30여 년간 동아시아에서 커다란 전쟁은 발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평화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누리고 있는 평화는 안정된 평화가 아니라 언제라도 군사적 갈등과 국제적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과거의 요인들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 있어서 평화에 대한 위협은 항상 내재되어 있으며, 내부 요인이 격심하게 상승하는 순간 외부 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위협 요인들을 스스로 관리하고 해소해 나가야하는 데 있을 것이다. 본 장에서는 1945년 이후 동아시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주요 전쟁, 즉 국공내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의 발발 배경과 경과, 그리고 주요 강대국과 동아시아 주변국들에 미친 영향과 대응 등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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