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의 러시아 공사관 파천 감사 서신
짐의 어진 형제인 아라사국 황제 폐하에게 공경히 알립니다. 짐은 오직 두 나라가 평소 친목을 돈독케 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해 마침 어렵고 힘든 시기를 만나 짐(朕)은 귀국 공관(公館)으로 거처를 옮겨 머무르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수군병변(水軍兵弁)을 뽑고 공사(公使) 베베르(韋貝, Weber, Karl Ivanovich)에게 위촉하여 참된 마음과 갖은 힘을 다해 타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를 한결 같이 폐하를 보위하듯이 하였습니다. 이는 폐하가 우의와 깊은 정성을 보내주신 데서 나온 것입니다.
근래 대신과 백성[紳民]들이 임금을 옛 궁궐로 돌려보내 줄 것을 자주 청함으로 인해 이에 곁에서 보살피는 조력자의 도움을 얻었으니 그 감격스러움을 어찌 말씀으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 파견했던 전권공사(全權公使) 민영환에게 대신 아름다운 의리에 하례를 드림에 특별히 더하신 융숭한 은혜를 우러러 맞이하여 국가 외교가 날로 긴밀해 짐을 경험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에 주차 전권공사 민영환에게 명하여 친서를 가져다 드려 짐의 뜻을 대신 알리도록 합니다. 아울러 폐하의 복록과 장수가 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대조선국 개국 506년 건양 2년[1897년] 3월 22일 한양 경운궁에서 폐하의 어진 형제가 보냅니다.
어명(御名) 소새(小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