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일(范逸)이 죽자 후사가 없어 마침내 문(文)이 자립하여 왕이 되었다. 범일의 처첩을 모두 고루에 집어넣고 자기를 따르는 이들은 받아들이고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는 음식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대기계(大岐界), 소기계(小岐界), 식복(式僕), 서랑(徐狼), 굴도(屈都), 건로(乾魯), 부단(扶單) 등의 나라를 공격하여 병합하니 그 무리가 4~5만 명에 이르렀다. 사자를 보내 황제에게 표를 올리고 입공하였는데, 표에 쓰인 글씨는 모두 오랑캐 글자였다. 영화(永和) 3년(347), 문은 무리를 이끌고 일남(日南)을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태수(太守) 하후람(夏侯覽)을 해치고 5~6천 명을 살해하니 살아남은 자들은 구진(九眞) ^{주 001}

각주 001)

九眞郡:南越王 趙佗가 설치한 것인데, 漢武帝 元鼎 6년(전111)에 한에 귀속되었다. 이때 남월을 평정하고 9군을 설치하였다고 전하는데, 『史記集解』의 徐廣에 따르면, 儋耳, 珠崖, 南海, 蒼梧, 九眞, 鬱林, 日南, 合浦, 交阯이다. 『史記索隱』에 따르면 徐廣의 9郡說은 모두 『漢書』를 따른 것이라고 하였다.

으로 달아났다. 그리하여 문은 하후람의 시신으로 천에 제사를 지내고 서권(西卷) 현성(縣城)을 초토화하여 마침내 일남(日南)을 점거하게 되었다. 교주자사(交州刺史) 주번(朱蕃)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일남의 북쪽 변경 횡산(橫山)을 경계로 삼기를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