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 3호분 서쪽 곁방 남쪽 벽의 묘주 부인초상 그림에 등장하는, 부채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있는 시녀의 모습이다. 이 시녀는 옆에 서있는 시녀보다는 젊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귀에는 빨간 색의 귀걸이를 달아 한껏 멋을 내었다. 왼손에 든 부채같이 생긴 물건은 실은 부채가 아니라 고대 중국에서 얼굴을 가리는데 사용하였던 편면(便面)이라고 불리는 얼굴 가리개이다. 아무래도 귀부인이다 보니 타인(他人)에게 함부로 얼굴을 드러낼 수 없을 때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편면의 손잡이는 대마무로 제작 된 양 일정한 간격마다 마디가 표현되었다. 머리 스타일은 옆에 서 있는 하녀와 완전히 동일한 고리 튼 머리형식이다.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 꼽은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와 붉은 색 끈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이처럼 고구려 시대의 평양일대에서는 여인들 사이에 고리 튼 머리 형식이 신분과 관계없이 유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고대 여인들이 아름다움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였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의복은 흰색의 속저고리에 다시 황색이 감도는 겉저고리를 덧입었다. 저고리의 목둘레에는 붉은 색으로 선(襈)을 댄 것이 확인된다. 하의로는 폭이 넓은 주름 잡힌 치마를 입었고 다리 부분은 부인이 앉아 있는 장막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묘주 부인의 옷에 사용된 화려한 비단과는 견주기 어렵지만 저고리의 디자인은 부인의 것을 따르고 있어 시녀들 가운데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여인이라 하겠다. 전체적인 인상이 묘주 부인과 같이 풍만하면서도 위엄 있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남자 묘주초상화에서처럼 인물들의 얼굴에 개성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유일한 단점이라 하겠다. 고대 인물회화에서 흔히 발견되는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