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
通牒
공경히 알려드립니다. 폐방(弊邦)은 이번 어려운 시기를 만나 앙화가 담 아래 숨어 있는 형국입니다. 심지어 한 달 전에 있었던 궁중에서의 사변은 아직도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거괴(巨魁)가 된 사람은 온 세상이 모두 알고 모두 들은 것이나 세력에 압박당해 지금까지도 성토하니 신인(神人)의 분노가 이미 극진한 것입니다. 또한 이번 민회사건(民會事件)이 있었으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요? 이 또한 궁첩(宮妾)이 일을 꾸미고 역신(逆臣)이 길목을 지키며 사람들의 입을 막고 세상을 어둡게 하는 계책으로 말미암아 윗사람의 총명을 가려 모함하니 생령(生靈, 백성)들을 거의 위태롭게 만든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우리 대황제 폐하께선 지극히 어질고 지극히 성스러운 은택이 하늘과 같이 광대하고 태양과 같은 광명으로 빛나시어 어제와 같은 처분을 내리심은 진실로 우리 동포(同胞)가 다시 살아날 기회입니다. 다만 생각건대 역당(逆黨)이 제거되지 않으면 백성과 국가가 모두 망할 것입니다.
아! 저 궁첩과 역신의 무리는 아직도 살아 있어 은밀하고 가깝게 지내며 속으로 작당하여 음모를 몰래 이끌어내어 해코지를 얽어 다시 생민(生民)을 곤욕스럽게 하고자 하니 국가 존망의 기미가 호흡하는 가까이에 박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민인(民人)들이 충성하고 사랑하는 정성과 군신(君臣) 간의 의리에 있어 차마 좌시하지 못하고 이번 기회에 큰일을 일으켜 우리 대황제 계신 섬돌 아래서 역당을 제거하고 관리들을 숙청하시며 정치를 혁신하여 조정을 바로 잡도록 헤아려 주십사 읍소하려는 것입니다.
금번의 이 거조는 오로지 폐방(弊邦)의 내정 개혁에 관련된 것이지 우방(友邦)의 외교 사무에는 조금도 관계된 것이 없습니다.
요행히 바라옵기는 귀 공사께선 조금도 의심의 눈길을 두시지 마시고, 형국의 바깥에서 정돈되기를 기다렸다가 두텁고 화목한 정의를 더욱 닦아 화평의 복을 함께 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에 문서를 준비하여 먼저 우러러 알리어 이로써 사정을 잘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크게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대한국(大韓國) 광무 2년[1898년]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 총대위원(總代委員) 최정덕(崔廷德)
정교(鄭喬)
윤시병(尹始炳) 등
대아국(大俄國) 공사(公使) 마투영(馬丢榮. 마튜닌 Nikolai G. Matiunine)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