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구사

크라스키노 유적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을 남긴 사람은 제13차 북경정교사절단의 단장이었던 팔라디 카파로프(Пётр Иванович Кафаров)이다. 그는 1849~1878년의 기간 동안에 로마에 머물렀던 4년(1860~1864년)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파견되었다. 러시아 황실지질학협회의 제안에 따라서 그는 1870~1872년 우수리스크 주(현재의 하바롭스크 주 및 연해주를 포함) 일대를 답사하게 되었다. 그의 여행 루트는 북경~만주~블라고베센스크~하바롭스크~남우수리 주로 북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연해주로 들어가는 아주 험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답사 중에서 그는 유적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다양한 자료를 이용했다. 1870년 8월 23일에 보낸 편지에는 “얀치헤〔鹽州河〕와 끼친(까진) 강 사이, 즉 포시에트에는 고대의 군항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카파로프가 크라스키노를 방문한 때는 1871년 4월이 된다. 그는 크라스키노 성지를 제염 창고라고 비정했다.^{주 002}

각주 002)

Архимандрит Палладий Кафаров. Пребывание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и посещение южноуссурийских портов в 1871 году. Архив Русс кого географического общества. Разряд 60, опись 1, № 11.Л.8.(수도장 팔라디 카파로프, 『1871년 블라디보스토크 도착과 유즈노 우스리스크 항구의 방문』 러시아 지리협회 고문서, Разряд 60, опись 1, № 11.Л.8.)

팔라디카파로프는 북경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연해주 답사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 이 성을 왜 제염과 관련한 시설로 간주했는지는 알 수 없다.
크라스키노 성지는 1958년 한·러 국경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던 Г. И. 안드레예프에 의해 그 존재가 고고학계에 소개되었다. 안드레예프는 지표 출토된 유물들을 근거로 서기 12~13세기경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후 1960년과 1963년에는 Э. В. 샤프꾸노프가 이 유적을 조사했다. 1960년도의 조사에서 샤프꾸노프는 윤제토기, 청동제 십자가장식, 기와 등을 발견했는데, 이들 유물이 발해 동경성, 코프이토, 아브리코스 등 당시까지 알려졌던 발해유물과 동일함을 밝혀내 크라스키노 유적이 서기 8~10세기에 해당하는 발해임을 증명했다.^{주 003}

각주 003)

Шавкунов Э.В. Бохайское городище близ пос. Краскино в Приморье／Записки Приморского филиала Географического Общества СССР. Т.25. 1966. С.141-144.(샤프꾸노프, 1966, 「연해주 크라스키노 마을 근처의 발해성터」, 『소비에트 지리학협회 연해주지부 통보』)

샤프꾸노프의 조사는 비록 제한적이었지만, 크라스키노 성지가 발해에 속하며 바다를 통해 일본으로 가는 거점 항구인 염주성(鹽州城)이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샤프꾸노프는 진위푸〔金毓黻〕가 1984년에 간행한 『渤海國志長編』(遼陽, 1934년)에 기록된 염주에 대한 내용을 참고하고, 크라스키노 주변의 지명이 얀치헤와 비슷함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크라스키노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1980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로 1981년, 1983년, 1990년, 1994~2007년에 볼딘, 2008년부터는 겔만의 책임 하에 러시아 단독 또는 한국과 공동 조사되었다. 발굴은 주로 북서쪽에 집중되었으며 1998년에는 동편부도 조사했다. 유적의 북서쪽에는 불교사원 터를 조사해서 금당지, 정자, 10여 개의 와요지, 우물, 사원지를 다른 생활구역과 분리하는 돌담의 기초, 그리고 사원 내의 여러 건축물의 하부 구조와 기반의 잔해가 발견되었으며, 성벽의 조사도 이루어졌다.^{주 004}

각주 004)

그간 크라스키노의 발굴과 관련하여 간행된 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1. Болдин В.И. Отчет об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ях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ском крае в 1980 году／Архив И А РАН. Р-1, № 7775;
2. Он же. Отчет об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ях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ском крае в 1981 году／Архив Инстит ута истории, археологии и этнографии народов Дальнего Востока ДВО РАН [в дальнейшем: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 п. 2, № 171;
3. Он же. Отчет об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ях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ском крае в 1983 году／Архив ИА РАН. Р-1, № 9822;
4. Он же. Отчет об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ях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ском крае в 1990 году／Архив ИИАЭ 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361;
5.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1994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385;
6.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1995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391;
7.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1996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399;
8.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городище Синельниково 1 и в Анучинском районе Приморского края в 1997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407;
9.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и городище Синельниково 1 в Приморье в 1998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418;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городищах Краскинское и Синельниково 1 в Приморском крае в 1999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дело № 427;
10. Он же. О результатах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и Новогордеевском городищах в Приморском крае в 2000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1, оп. 2, № 437;
11.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1／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дело № 615;
12.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полевы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2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 531;
13.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3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 546;
14.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4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 564;
15.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5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 505;
16.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6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 602;
17. Он же. Результаты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й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в Приморье в 2007 году／Архив ИИАЭНДВ ДВО РАН. Ф. 1, оп. 2, № 615.

크라스키노 유적은 1980년대 이후부터 13시즌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주로 성지의 북서쪽과 동문지를 조사했다. 현재 한·러 공동 발굴지인 성지의 북서쪽은 크라스키노 성지 안에서도 가장 많은 발굴이 행해진 곳이다. 여기에서는 사원지 이외에도 의례와 관련된 여러 유구들, 초석, 돌담, 탑의 기반, 기와 가마터 10여 기, 우물지, 사원지를 다른 주거구역과 구분짓는 내벽의 기초 등이 발굴되었다(그림 5). 동문지 근처의 동벽과 그 주변 시설에 대해서는 러·일 공동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문지, 성벽, 치 등을 발굴했다. 최근까지의 발굴조사는 대부분 크라스키노 성지의 가장 늦은 시기에 집중되었으나 2005년 이후의 조사를 통해서 좀 더 이른 시기의 문화층이 확인되었으며, 전반적으로 문화층의 두께는 곳에 따라서는 2m를 넘게 되었다.
34구역(2005~2007년 발굴)에서는 주거구역을 발굴해서 6개의 주거지와 주거지 사이의 도로 유구를 발굴했다. 이 구역의 발굴로 크라스키노 성지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주민이 거주했음을 밝혀냈다. 여기에서는 모두 5개의 건축층이 확인되었다. 최하층의 경우 탄소연대를 근거로 할 때에 적어도 6세기부터 크라스키노 성지의 건축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거지는 층층이 축조되었고 모두 온돌 시설을 갖추었다. 2005년에 조사한 문화층 상부의 주거지는 57.6㎡로 그 내부에 2개의 화구가 있는 ‘ㄷ’자형 온돌을 발굴하였다.
2004년부터 지구물리학적 탐사가 시작되어서 성지의 평면 구획, 각 지역의 건물 시설 특징 등에 대한 대강의 자료가 이미 수집되었다.^{주 005}

각주 005)

Бессонова Е.А., Ивлиев А.Л. Результаты применения магниторазведки для решения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задач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Вестник ДВО РАН. 2007.–№ 5.–C. 92-101.(베스소노바, 이블리예프. 2007, 「크라스키노 고고학 발굴을 위한 자기탐침 조사의 결과」, 『러시아과학원 극동분소 통보』 제5집)

2008년에도 37구역의 조사가 마무리되었다. 기존의 조사로는 37구역이 사원지에 속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를 통한 바로는 실제로 사원지보다는 주거구역에 속한다고 밝혀졌다. 또한 인접한 41구역을 발굴함으로써 37구역에서 다소 애매하게 나타났던 문화층을 분리하고 상층의 7호 주거지, 중층의 8호 주거지를 발굴해서 시기별 변천을 알수 있었다. 또한 사원구역과 인접한 41구역의 서편에서는 별다른 유구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로 성지 내에 의도적으로 사원지과 주거지 간 공간을 두었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또한 2009년도는 41구역에서는 최하층(40구역의 5건축층)에 해당하는 저장공과 주거지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비록 유물의 양은 적지만 최하층의 토기 자료까지 획득할 수 있었고 남문지에 대한 초보적인 조사도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2005년 이후의 한·러 공동 조사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괄목할 만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크라스키노 성지에 대한 연구는 최근 발해 연구의 중심이 되어 온 만큼 개별 유물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성벽, 토기, 기와, 동식물유존체, 지구물리학적 방법 등이 중점적인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유적에 대한 출간물은 러시아에서는 이미 80점 이상이다. 2010년 9월에는 크라스키노 발해성지의 고고학 유적 조사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있어서, 이 유적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논한 바 있다^{주 006}

각주 006)

Бохай: история и археология (в ознаменование 30-летия с начала археологических раскопок на Краскинском городище). Тез. межд. научн. конф. 4-9 сентября 2010 г.–Владивосток, 2010.–101 с. (『발해의 역사와 고고학』-크라스키노 발굴조사 30주년 기념 논문집, 2010)
Bankoff H.A., Winter F.A. A. House Burning in Serbia. What do burned remains tell an archaeologist?／Archaeology, 1979, vol.32, №5.–Pp.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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