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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극동에서 러시아의 국가적 과제는 본질적으로 당연히 확고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그곳에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1) 대양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부동항을 완전히 확보함으로써 극동에 러시아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을 최종 확립하고 영원토록 공고히 하는 것.
2) 극동에 주둔 중인 육해군 병력을 최소화하여 국고지출을 줄이는 것.
3) 지역의 부(富)를 안정적이고 올바르게 운영하여 국고 수입을 늘리는 것.

이러한 우리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제시될 수 있다.
1) 극동에 일본과 단절되기 전의 상황을 복원시킨다.
2) 태평양 연안에서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평온을 보장해 줄 임의의 ‘잠정협정’(modus vivendi)을 체결한다.
3) 극동에 현 정세를 조성한 ‘문제들’을 우리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한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위에 제기된 국가적 과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 방법들을 통해 달성된 평화는 극동의 정치 상황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므로, 러시아는 계속해서 그곳에 상당한 병력을 주둔시켜야만 할 것이고, 게다가 조만간 우리는 극동에서 짊어지고 있는 문제들, 즉 한국 · 만주 · 중국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문제는 러시아와 일본이 한국에서 경쟁을 하면서 조성되었으나, 본질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양국 사이에 ‘분쟁의 씨앗’이었던 한국을 두고 수세기 동안 진행된 다툼이 최근의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조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반복되었지만, 조약의 기초에는 늘 한국의 독립 유지라는 관념이 자리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그 시도들은 어떤 실용적 결과도 내지 못했다. 대한제국의 국가 조직에는 실질적인 힘이 완전히 부재해 독립이 전혀 실현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현재 이 문제는 극히 첨예해졌고, 우리와 일본이 불화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당사자인 한국은 이 문제를 완전히 수동적으로 대하였으며, 대한제국에 상대적으로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열강들은 아직까지 이 문제 해결에 관여할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만주 문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생한 문제로, 이는 그곳의 철도 부설과 러시아의 관동 점령으로 만주에서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빠르게 증가한 결과였다.
1900년 사건들 [주001]
각주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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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화단 사건을 가리킴.

은 만주에서의 우리 입지가 두 세기에 걸친 러시아와 중국의 우호관계라는 허구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얼마나 덧없고 우리 이익에도 역행하는 것이었는지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들은 우리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주 문제가 해결되는 데 대단히 유리한 정세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정세를 활용하기는커녕 1902년 3월 26일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오히려 정세를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 조약은 바로 1900년의 폭동에서 그 근거 없음이 첨예하게 드러난 양국의 허구적 관계를 부활시키는 방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사태들로 인해 우리는 중국 정부로부터 그들이 받아들인 의무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진지한 보장을 충분히 받아내지 않는 이상 3월 26일 조약은 실현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중국과 협상을 진행한 결과 만주 철군이 지연되자, 몇몇 외국 열강이 그것을 이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호기로 삼겠다고 결정함으로써 만주 문제는 꽤 급격히 첨예해졌다. 영국과 미국은 우리에게 해가 되는 쪽으로 중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반러 외교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그쳤다. 그러나 일본은 부분적으로는 스스로 주도해서, 부분적으로는 위의 두 열강의 사주를 받아 만주 문제를 한국 문제와 결부시켜 훨씬 더 앞서 나갔다. 그러고는 우리 반대 세력의 선두에 서서 전쟁 준비를 시작했는데, 이 전쟁 준비는 우리와 미카도 [주002]
각주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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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미카도(Mikado)는 ‘帝(御門)’로 속세의 최고 통치자, 즉 천황을 가리킴.

정부의 협상이 한창일 때 군사 행동이 시작되면서 종결되었다. 만주 문제는 이렇게 해서 더욱더 첨예해졌지만, 이 첨예화는 만주 문제의 이해 당사자인 중국이 아니라 제3자인 열강들의 군사 행동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초긴장 상태에 이르지 않았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문제는 극동의 모든 문제들 가운데 가장 복잡한 문제로, 다음과 같은 원인들로 인해 발생했다.
1) 많은 외국 열강들의 정치 경제적 관심이 중국에서 엄청나게 증대함.
2) 외국인들의 이해관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국내 소요가 끊임없이 발생함으로써 중국의 국가 조직이 굉장히 허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남.
3) 제위 계승의 불확실성과 섭정 중인 황후의 고령으로 현 왕조의 위상이 복잡해져 위태롭게 됨.
4)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열강들도 해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경 문제가 다양하게 증가함(몽골, 투르케스탄, 파미르 고원, 티베트 문제 등).

중국 문제가 이렇게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극동의 국제 현실에서는 아직 이 문제가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제국의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관계로 이 문제의 존재 자체까지도 종종 완전히 부정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중국 문제가 짧은 시간 내에 대단하고도 어쩌면 전혀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아주 급속하게 첨예해질 수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란 분명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다.
1) 중국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더욱이 황인종 동맹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의 동맹이 실현되는 경우.
2) 중국에서 반(反)유럽 운동이 재개되는 경우.
3) 지혜와 열정으로 현재 홀로 중국의 모든 국사(國事)를 경영하고 있는 섭정 황후가 사망하는 경우.
4) 만주가 러시아에 합병되는 경우.

이 문제가 첨예화되면 틀림없이 모든 열강뿐 아니라 어쩌면 중국에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일부 국가까지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때, 종종 동의 받기는 어려운 이 이해관계들의 중요성으로 인해 열강들은 불가피하게도 열을 다해 국제 분쟁에 나설 것이고, 그 결과가 최종적으로 보그디한(Богдыхан) [주003]
각주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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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의 ‘신성 군주’(богдо-хан)에서 나온 말로, 16~17세기 러시아에서 중국의 황제들을 지칭할 때 쓰임.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극동의 세 가지 주요 문제에 관한 이런 내용들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 이 문제들은 서로 간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각각의 문제들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2) 이 문제들은 긴박성의 정도가 다르다. 즉, 한국 문제는 즉각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반면, 만주 문제는, 비록 첨예해지긴 했어도 아직 극한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문제는 아직까지는 완전히 첨예한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
3) 이 문제들에 어떻든 관여하고 있는 열강의 수는 동일하지 않다. 한국 문제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 러시아와 일본뿐이다. 만주 문제의 경우에는 러시아와 중국이며, 그밖에도 정도가 훨씬 덜 하긴 하지만 일본, 영국, 미국도 만주 문제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 문제의 경우에는 중국 자신을 제외하면 모든 대국(大國)들과 그 밖의 몇몇 열강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상으로 볼 때, 러시아로서는 지금 이 세 가지 문제 모두를 동시에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진력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들이 극동에서의 우리의 주요 국가 과제들과 대립할 경우에는 이런 결론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 될 것이다.
사실, 이 문제들 중 한 가지라도 미해결 상태로 남는다면 불가피하게도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형태로 국제 분쟁이 지속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1) 우리는 새로운 전쟁을 위해서는 아니라도 여하튼 미해결 문제들에 관한 외교 협상을 지원하는 데 꼭 필요한 우리의 극동 병력 수를 아주 많이 감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극동에서는 혼란한 시절이 더 이어질 터, 혼란한 시절로 인해 올바르고 생산적인 경제 활동에 임하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은 현재 무색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극동에서의 우리의 국가적 과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오로지 그곳에서 우리에게 지워진 세 가지 문제 모두를 해결할 때만 가능하다.

우리가 한국 문제 해결에 착수할 때는 다음의 사항이 필수적이다.
1) 한국이 독립 국가로 계속 존재한다는 생각을 영원히 버린다.
2) 한국 전체 또는 어떤 일부분에 대한 지배권이 누구에게 넘어가야 할지 결정한다.
3) 이 지배가 도대체 어떤 형태로 구현되어야만 하는지 정한다.
4) [한]반도에서 외국 열강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다.

한국의 자주성은 이 나라가 독립을 유지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쉽게 파괴될 수 있다. 이것은 이전에도 매우 명백한 사실이었는바, 일본이 한국과 한국의 해역에서 군사 행동을 취한 현재에는 매우 극명하게 드러났다.
러시아와 일본을 제외한 어떤 국가도 한국에 어느 정도나마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아마도 이 두 열강만이 한국에 대한 지배권 획득을 자연스럽게 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극동의 평화 유지를 위해 일본에 한국에서의 이런저런 권리를 허락하겠다는 생각이 가능했으나, 미카도 정부가 배신 행위를 한 지금으로서는 그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한국에 대한 지배권은 전적으로 러시아로 넘어와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제를 그렇게 결정하는 것만이 한편으로는 우리 조국의 위엄에 부합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문제로 인한 러일 간의 분쟁이 재개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면서 우리의 이익도 충분히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 문제를 결정할 시에는 아마도 다음 중에서만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1) 한국을 우리의 보호령으로 삼는다.
2) 한국에 대해 우리와 종속 관계를 맺는다.
3) 대한제국을 러시아에 합병시킨다.

이 셋 가운데 가장 완전하면서도 넓은 의미에서 러시아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마지막 방법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문제가 어떻게 표출되든 그것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이 결정을 채택하는 데 대해서는 단 한 가지 반박이 있을 수 있다. 즉, 극동에 원래부터 있던 우리 지역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롭게 러시아 공민이 될 수백만의 의지할 데 없는 한국민의 삶과 행복을 걱정하고 책임져야만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한국의 고립무원 상태가 늘 여러 외세의 침입을 받는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때, 한국에 국내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그곳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그곳에서 국제적인 경쟁 요소들을 제거하는 필수 조건이다. 이것은 이 나라에 올바른 행정 체계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러시아에 한국을 합병함으로써만 달성된다.
이때 우리는 그래도 (당연히 일본은 제외한) 외국 열강들의 이익을 가능한 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 이익들이 아주 보잘것없다고 할지라도 우리 측에서 거기에 관심을 표명하면, 러시아가 자기만을 위한 목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외국에 증명하는 셈이 되어 우리가 만주와 중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비로소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만주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면서 다음의 사항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1) 일본, 영국, 미국이 이 문제에 끼어드는 것을 차단할 것.
2) 만주의 미래 운명과 러시아 및 중국과 만주의 관계를 결정할 것.

만주 문제 해결에 일본이 끼어드는 것을 막는 방법은 현재의 러일 전쟁 그 자체로 아주 명확해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이 두 열강이 만주에서는 특히 상업적 이해관계만 갖고 있고 그것도 아직까지는 결코 일차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 아님을 고려할 때, 이들이 만주 문제에서 반대를 계속할 근거를 모두 제거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이 열강들이 만주에서 자신의 상업적 이익은 침해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서류상으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갖게 한다.
2) 우리가 전 세계의 교역을 위해 만주를 (어쩌면 동시베리아도) 개척함으로써 그들에게 생길 모든 이점을 증명해 준다.
3) 일본과의 전쟁으로 극동에서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게 되면서 우리는 그 무엇 앞에서도 멈춰 서지 않고 만주에서의 권리를 지킬 것을 굳게 결심했음을 그들에게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외국 열강이 만주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나면 우리에게는 만주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남는다. 여기서 한편으로는 중국의 상대적인 무능력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훌륭한 전투태세를 고려할 때, 우리는 북경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우리 생각대로 만주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게 된다.
만주는 우리에게 그토록 많은 희생을 요구했고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 주었기에 당연히 러시아 차지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대체 어떤 식으로 그것을 이룰 수 있을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그럴 경우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1) 계속 만주를 점령한다.
2) 이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한다.

이 중 합병이라는 두 번째 해결책이 나름대로 더 우선적인데, 합병할 경우 만주는 러시아 제국의 일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1) 우리와 중국 정부의 관계는 완전히 확정된다.
2) 현지의 세금과 공물을 우리에게 유용하게 유통시킴으로써 이 지역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열린다.

그러나 만주 합병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1) 우리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광활한 지역을 통치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2) 프리아무르 [주004]
각주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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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부근을 흐르는 아무르 강 중·하류 지역.

에 거주하는 러시아 주민의 행복을 위협할 수 있는 수백만의 중국인과 만주인에게 러시아 공민권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 합병은 다른 열강들에게 선례가 될 수 있는데, 즉 이들은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보상을 요구함으로써 중국 문제가 첨예해지는 데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반박은, 최근 3년여 동안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만주의 행정을 처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적어도 초기에는 행정을 변화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
만주 주민들에게 러시아 공민권을 충분히 제공한 결과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다음의 방법을 통해 상당 부분 무화시킬 수 있는데, 즉 중국인과 만주인 들이 비록 임시 거주를 위해서일망정 원래의 우리 구역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것을 어렵게 만들면서 그들을 위해 일정한 거주 지역을 설정해 주는 것이다.
끝으로 마지막 반박은, 예전에 중국 문제가 첨예해져서 정말로 우리에게 위험하게 작용했을 때에는 의심할 바 없이 결정적인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의 전쟁으로 우리의 전투태세가 상당히 강화된 현재로서는 중국 문제가 첨예해지는 것이 우리에게 위험하다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유익할 수조차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만주를 러시아에 합병한다는 가장 급진적인 만주 문제 해결책을 거부할 중대한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우선 이 문제의 해결이 통상 의미하는 바를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1) 중국 내에 안녕과 질서가 확립되어 외국인들의 이익이 완전히 보장된다.
2) 모든 국경 문제가 열강들이 바라는 대로 결정된다.
3) 열강들의 소위 ‘세력권’이 어느 정도 정확하게 경계가 확정됨으로써 그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보장된다.

이런 열망들의 실현은 우리가 다음 조건들을 준수할 경우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꼭 일치한다.
1) 중국 내 안녕과 질서의 확립을 절대로 다른 어떤 열강(일본, 영국, 미국)에 맡겨서는 안 되는데, 이들은 그곳에서 러시아에 불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북중국에서는 우리의 영향력이 늘 우위에 있어야 한다.
2)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그러니까 영국 및 프랑스의 속령과 접경한 중국 남부 영토까지를 제외하고 국경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러시아의 목소리가 결정적이어야 한다.
3) ‘세력권’의 경계 확정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당연히 만주 외에 몽골, 중국령 투르케스탄 그리고 티베트도 러시아의 관할 지역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만 중국 문제에 대한 그와 같은 결정을 최종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결정한다고 해서 극동에 혼돈의 시절을 불러온 하나의 주요 원인인 중국에서의 국제 분쟁이 끝을 맺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결정은 만족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는데, 다만 그것이 ‘잠정협정’(modus vivendi)일 때만 그리고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자국의 권력과 권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동안에만 그렇다. 하지만, 중국의 현 국내 정세와 위태로운 왕조, 연로한 섭정 황후 하에서는 북경 정부의 권력이 오래 지탱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짙으며, 또, 중국에 무정부 상태가 도래해 열강들의 모든 조약상의 권리가 쓸모 없어져서 그들이 어쩔 수 없이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때는 이미 열강들이 중국 문제의 최종 결정을 위해 나서는 것으로, 그 결정이 중국 분할이라는 형태가 되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문제의 이런 최종 결정에 러시아는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데, 러시아 입장에서 그런 결정은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1) 이 결정으로 우리는 모든 국경 문제(몽골, 중국령 투르케스탄, 티베트)를 해결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우리 제국의 국경을 최종적으로 확정짓게 될 것이다.
2) 이 결정으로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제국 대신 여러 개의 작은 국가 또는 식민지를 이웃으로 갖게 될 것이다.
3) 이 결정으로 유럽 열강들은 단지 관심만이 아니라 상당한 병력까지 극동으로 돌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유럽에서 편안한 상태가 될 것이다.

우리 관점에서 중국 분할에 반대하는 단 한 가지 중대한 논거가 제시될 수 있다. 즉, 이런저런 방식의 합병은 당연히 난관을 부를 것이라는 점, 또 중국이 분할될 경우 우리는 광활한 지역과 낯선 주민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과제가 너무 방대하다는 것이다.
이 반박의 심각성을 결코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의 사항을 지적할 필요는 있다.
1) 중국의 분할은 조만간 피할 수 없으며, 여기에 따르는 난관은, 비록 앞으로는 어느 정도 적어질 수 있을지라도 그러나 늘 아주 크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2) 현재 이 지역들의 조직은 특별한 변혁과 혁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우 견고하고 합리적이어서, 현지 행정에 대해 가장 높은 자리에서 그다지 까다롭지 않게 감독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3) 본질적으로 우리는 만주 정책을 통해 이미 중국 분할의 첫 걸음을 떼었다.

이런 의견들은 중국 분할에 대한 위의 반박의 의미를 상당히 감소시켜, 이 분할이 중국 문제를 최종 결정하는 유일하게 올바르고 합리적인 방식임을 인정하게 만든다.

극동에서의 우리의 국가적 과제 문제에 대한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1) 극동에서의 우리의 국가적 과제는 그곳에 확고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확립하는 것이다.
2) 이 과제는 한국, 만주, 중국 문제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될 때 비로소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
3) 이 세 가지 문제를 결정하는 데 핵심은 한국과 만주를 러시아에 합병시키고 중국을 분할하는 것이다.
 

주 001
의화단 사건을 가리킴.
주 002
일본어로 미카도(Mikado)는 ‘帝(御門)’로 속세의 최고 통치자, 즉 천황을 가리킴.
주 003
몽골어의 ‘신성 군주’(богдо-хан)에서 나온 말로, 16~17세기 러시아에서 중국의 황제들을 지칭할 때 쓰임.
주 004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부근을 흐르는 아무르 강 중·하류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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