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타이완 민족운동

청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 타이완[臺灣]에는 중국인들이 이주하여 토착민과 함께 거주하였다. 19세기 후반 서양 제국주의 세력의 침투에 대해 청 나라는 타이완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였다. 특히 1884년과 1885년에 걸친 청불전쟁 시기 프랑스 함대가 타이완 북부를 공격하자 중국은 타이완을 성으로 승격시키고 방위를 위해 류명전(劉銘傳)을 순무로 파견하였다. 이후 류명전은 타이완 전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근대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였다. 1895년 청일전쟁 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시모노세키[下關]조약의 결과 중국은 타이완을 일본에 양도하였다. 1895년 타이완이 일본에 할양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타이완인들은 타이완민주국을 수립하여 일본으로의 할양을 거부하면서 5개월 동안 일본군에 저항하였다. 타이완총독부는 1895년 10월 타이완 전역이 평정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이로써 타이완은 1945년까지 60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었다.^{주 873}

각주 873)

林德政(2005년 8월 11일~12일), 「일제강점기 대만의 항일투쟁」 『세계 식민지 해방운동과 한국독립운동』, 독립기념관 발표문, 177~178쪽.

타이완민주국이 와해된 이후에도 타이완인들의 조직적인 무장저항은 1902년까지 계속되었다. 개별적인 무장항일운동은 1907년까지 계속되었다. 1895~1902년까지 1단계의 무장항일투쟁의 주체 세력은 지주, 기업가 혹은 청년층이었다. 북부 지역에서는 기업가들이 노동자들을 결집하여 일본인들에 대한 투쟁을 전개했고, 중남부 지방에서는 지주 계급이 농민들을 이끌면 서 항일 유격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조직적 연계가 없었고, 일본군의 무자비한 토벌작전으로 진압되었다. 일본군은 항일 인사들을 회유 하여 투항을 권유하고는 투항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898년부터 1902년까지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하다가 피살된 인원이 1만 명을 넘을 만큼 타이완인들의 항일투쟁은 격렬하였다.^{주 874}

각주 874)

林德政, 위의 글, 179~180쪽.

일본 자본주의에 의한 경제적 침략이 확대되면서 타이완 민중들의 항일 의식이 날로 강화되었다. 또 중국의 신해혁명의 성공에 자극받아 항일운동 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에 따라 1907년부터 1915년까지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0여건의 항일운동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중에는 민족혁명적 성격을 띤 것도 있었고, 민중에 의한 생존권 투쟁도 있었다. 타이완총독부의 엄격한 통제로 대부분 계획 단계에서 검거되었고 소규모 항일운동이 많았다. 그러나 먀오리[苗栗]사건과 쟈오바니엔[礁吧哖]사건은 특별히 주목할 만한 항일독립운동이었다.
먀오리 사건은 여러 건의 항일독립운동에 먀오리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사건의 중심 지도자인 루어푸싱[羅福星]은 중국 쾅퉁 출신으로 어려서 인도네시아에서 살다가 타이완의 먀오리로 이주하였다. 일제의 타이완 식민통치에 불만을 느낀 그는 광둥으로 돌아가 1911년 신해혁명 직전에 일어난 황화강 기의에 참여했고, 쑨원이 이끄는 동맹회에 가담했다. 이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의 동남아 화교 사회의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1912년 타이완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타이베이와 먀오리를 오가며 동맹회와 혁명회와 같은 단체를 조직하고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와 항일투쟁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계획이 탄로되어 주모자 들이 대거 검거되었다. 루어푸싱은 농가에 숨어 중국으로 밀항하려 하다가 1913년 체포되어 1914년 순국하였다.
이 외에도 1913년에는 리아치[李阿齊]가 타이난[臺南]의 관띠먀오[關帝廟]에서 의거를 계획했고, 1914년에는 루어시우토우[羅臭頭]가 타이난의 류지아[六甲]에서 지청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모두 계획 단계에서 체포 검거되었다. 신해혁명의 영향을 받아 티이완에서도 여러 인사들에 의해 항일투쟁이 계획되어 추진되었던 것이다. 이에 일제는 항일인사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하여 300명 이상의 항일인사를 사형 또는 징역형에 처하였다.^{주 875}

각주 875)

임덕정, 위의 글, 180~184쪽.

1915년까지 타이완 민중의 항일투쟁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하고 가장 광범한 지역에서 전개된 최대의 사건은 쟈오바니엔 사건이었다. 이것은 시라이안[西來庵]사건 혹은 위칭팡[余淸芳]사건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이 투쟁의 주요 지도자는 위칭팡[余淸芳], 루어쥔[羅俊], 지앙띵[江定] 3인이었다. 일찍부터 항일투쟁에 참가했던 이들 3인은 서로 연락하여 1915년 가을에 거사 할 것을 계획하였다. 종교조직을 기반으로 무장 세력을 양성하고 농민과 중하층민을 대상으로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 이 운동은 타이베이[臺北], 타이쭝[台中], 타이난[台南]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1915년 7월 타이난의 쟈오바니엔에서 의병대는 일본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교전했으나 의병대는 일본군에 밀려 산속으로 퇴각했다. 일본군의 포위 공격으로 8월 지도자 위칭팡이 체포되어 실패로 끝났다. 이 사건으로 2,000명이 체포되었으며, 재판 결과 866명이 사형, 45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추가로 검거된 인사들에 대한 추가 재판이 열려 37명이 사형, 12명이 징역형을 받 았다. 2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903명이 사형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주 876}

각주 876)

임덕정, 위의 글, 185~187쪽; 주완요 지음, 손준식·신미정 옮김(2003), 『대만, 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 신구문화사, 128~134쪽.

1930년에는 타이완의 원주민인 고산족에 의한 항일운동이 전개되었다. 타이완 중부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우서[霧社]에는 타이야[泰雅]족이 살고 있 었다. 산악 지역 원주민들은 일제의 강제 노역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1930년 7월 고산족의 수령 모나 루따오[莫那魯道]의 아들 혼례에 일본 순경이 풍속을 무시한 것을 계기로 무장 봉기하였다. 모나 루따오의 지도 아래 우셔 주민 300여명은 파출소, 학교, 우체국 등을 습격하여 무기를 빼앗아 무장하고 일본인 134명을 처단하였다. 원주민들은 일본 군경의 공격에 산악 계곡으로 퇴각하면서 저항을 계속하였다. 이에 일본군은 전투기로 독가스를 살포하여 인명을 살상하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진압하였다. 우서의 원 주민은 1,399명이었는데, 진압과정에서 276명이 사망하고, 450명이 자살하 였다. 나머지 생존자들은 일본에 의해 다른 곳으로 강제로 이주되었다. 일본의 고산족에 대한 야만적인 토벌 작전은 일본인 자신들도 식민통치사의 오점으로 인정하여 타이완 총독과 민정장관을 면직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주 877}

각주 877)

임덕정, 앞의 글, 187~188쪽; 주완요 지음, 앞의 책, 135~145쪽.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일본 유학생과 엘리트를 중심으로 정치운동을 통해 $티아완$인의 권익 신장과 자주권 획득을 목표로 한 개량주의적 운동이 등장하였다. 1918년 타이완 내의 지식인들은 린셴탕[林獻堂]의 지도아래 타이완에 대한 식민통치를 규정한 악법인 ‘삼일법(三一法)’ 을 철폐운동을 전개하였다.^{주 878}

각주 878)

1896년 일본은 법률 제64호 즉, ‘타이완에서 시행해야 할 법령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률의 유효기간은 3년인데 계속 연장되다가 1906년 12월 이를 대체하여 ‘삼일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의해 타이완은 일본 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이 되었고, 타이완 총독은 입법, 행정, 사업, 군사 상의 최고 권력을 갖는 절대적 존재가 되었다. 이 법에 의해 타이완에 대한 일본 총독의 무단적인 폭력적 지배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식민지법을 철폐하고 타이완이 일본 헌법의 지배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20년 11월 도쿄의 타이완 유학생들은 신민회를 결성하여 식민지 자치의회로서 타이완의회 결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1921년 설립된 타이완문화협회도 타이완의회 설립 청원운동을 전개하였다. 일본제국의회에 청원서는 매년 제출되어 1934년까지 15차례나 계속되었다. 그러나 일제는 청 원을들어주지않았다. 이에 린셴탕 등은 1934년 운동의 종결을 선언하였다.^{주 879}

각주 879)

임덕정, 앞의 글, 193~197쪽.

1927년 타이완문화협회의 우파 인사들이 탈퇴하여 별도로 타이완민중당을 창당하여 최초의 정당을 조직하였다. 타이완민중당은 쟝웨이쉐이[蔣渭水]의 지도 아래 농민운동과 노동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급진적 조직으로 바뀌었다. 이에 1930년 린셴탕 등의 온건파들이 탈당하였다. 결국 타이완민중당은 1931년 강령과 정책을 개정하여 노동자와 농민의 계급운동을 목표로 삼고, 총독 전제정치 반대, 제국주의 침략정책 반대, 제국주의 전쟁 반대 등을 강령으로 내세웠다. 이렇게 타이완민중당이 항일 독립운동정 당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게 되자 일제는 이를 해산시켰다.^{주 880}

각주 880)

임덕정, 앞의 글, 198쪽.

1930년 타이완민중당을 탈당한 우파인사들은 타이완자치연맹을 결성하여 자치운동을 전개하였다. 1935년 타이완총독부가 지방제도를 개혁하여 제한적인 자치를 허용하자 이에 참여했으나 1937년 중일전쟁의 발발로 자동 해산되었다.
1928년 중국 대륙에서 타이완공산당이 결성된 후 공산주의자들은 국내에 침투하여 노농운동을 지도하면서 조직 활동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1931년 일제의 대대적인 검거로 이렇다 할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였다.^{주 881}

각주 881)

임덕정, 앞의 글, 199쪽.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1940년대에 타이완에는 지도적인 항일독립 운동 단체가 없었다. 이에 1945년 10월 25일, 일본제국의 패망 후 연합국의 합의로 타이완 섬과 펑후[澎湖]제도가 중화민국으로 반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