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암각화의 마차 그림

　고비 알타이 아이막(Gov'-Altai Aimag)은 몽골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사회 기반시설도 잘 갖춰지지 않는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산재하는 고대 유목민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찾아내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도 다른 곳에 비하여 뒤처져 있는 편이다. 또한 기왕에 알려진 고고학 자료마저도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바위그림은 인간 역사의 여러 시기에 걸쳐 대(代)를 이어 삶을 영위해 온 옛 유목민의 생업과 사유의 발전 과정 및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사료이자 특이한 선사 미술이다. 바위 위에 그림을 새겨 넣는 방법은 해당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생각과 원망(願望)을 표현하고 이를 후세에 전하여 영구히 남기기 위한 가장 적합한 예술의 한 형태였다.
　이들 선사인들이 남긴 바위그림 가운데서 마차 그림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바퀴가 있는 운송 수단인 마차의 기원과 발전의 역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이다. 청동기 시대 초기에 바퀴달린 운송 수단이 발명되고, 처음에는 덮개가 있는 마차, 그리고 대형 마차가 차례로 생겨났다.^{주 061}

각주 061)

E. G. Devlet/M.A. “Devlet, Mify kamne”, Mir naskal'novo isskustva Rossii, s.219.

마차가 발명되기 이전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의 완력으로 무거운 짐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덮개가 있는 마차는 무겁고 통 바퀴(바퀴살이 없는 바퀴)를 갖고 있었으며, 속도가 느리고 주로 소가 이끌었다. 그러다가 청동기 시대 초기의 발전 단계에서 가볍고 빠르고 살이 부착된 바퀴가 달린 대형 마차가 발명되었다. 비로소 이러한 마차에 소가 아니고 두 마리 말을 사용하였다.
　근래에 마차를 그린 바위그림이 유라시아 대륙 각지에서 널리 발견되어 그 숫자가 수 백 건에 달한다. 이전에 발견되었거나 새로이 발견된 마차가 그려진 바위그림은 여러 가지 형태의 바퀴 달린 운송 수단의 구조와 기능상의 차이, 그리고 마구(馬具)를 갖추어 차(車)를 이끄는 방법 등 하나하나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마차가 그려진 바위그림이 풍부한 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 결과 바퀴 달린 운송 수단의 실물 자료나 그 흔적은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바위그림이 매우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기왕의 연구에 의하여 몽골, 카프카즈,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에 산재하는 바위그림에서 확인되는 마차는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주 062}

각주 062)

M.A. Littauer, "Rock carvings of chariots in Transcaucasia, Central Asia and Outer Mongolia", 1977, s.243-262.

또한 러시아 연구자 코진(P.M. Kozin)은 바위그림에 그려진 150여 개의 마차 그림을 연구하고, 마차 그림 발전 과정의 첫 번째 두 전통은 몽골과 파미르 고원에서 시작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는 바로 이들 두 전통이 합해진 것을 카자흐스탄 마차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주 063}

각주 063)

P.M. Kojin, "Kolesni-chnye syujety v naskal' nom iskusstve Tsentral' noi Azii", 1987, s.109-126.

마차가 그려진 바위그림은 대부분 몽골 서부 지역, 특히 알타이 산악지대에 많은 겉면이 반들반들한 바위에서 발견되었다.^{주 064}

각주 064)

V.V. Volkov, Drevnie kolesnitsy Mongol's kogo Altaya, 1972.

우리는 바로 이들 마차가 다니던 길이 알타이 산맥의 협곡을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근년에 이르러 알타이 산악지대에서 발견된 마차가 그려진 바위그림은 별도의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한·몽 공동 암각화 조사단은 2007년에 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솜의 여덟 개 지역에서 300여 개의 바위그림을 발견 조사하였다. 바양 올 솜에서 몽골 알타이 산맥의 지산(支山)들과 달란(Dalan)의 높은 산들이 동쪽 및 북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발견된 바위그림 가운데서 마차가 그려진 9개의 바위그림에 대하여 언급하겠다.
　[그림 1-1]의 바위그림은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여기에 그려진 두 대의 마차는 A-형의 삼각형 몸체가 있고, 이 몸체는 동시에 마차의 좌석 형태로 그려져 있다. 마차에는 몰이꾼이 없으며, 바퀴 전체를 새겨 그렸으며, 따라서 바퀴살이 없는 통 바퀴이고, 어떤 두 마리 동물이 끌고 간듯하지만 그 모양이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종류는 트레일러 마차의 주요 부분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는 자카프카지예(Zakavkaz'e,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아르메니아 등 3개 공화국을 포함한 지역), 스칸디나비아, 카스피해 연안, 미누신스크 분지 및 알타이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주 065}

각주 065)

V.A. Novojenov, "Naskal' nye izobrajeniya povozok Srednei i Tsentral'noi Azii", s.111.

　[그림 1-2]의 바위그림 역시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마차는 바위에 꽉 차게 그려져 있다. 두 마리 말을 허리를 연결하여 마차에 매어 놓았으며, 말들은 두 다리와 꼬리가 그려져 있고, 마차의 두 바퀴는 통 바퀴로 바퀴살이 없으며, 하나의 끌채가 있고, 가로지른 굴레가 있으며, 몰이꾼이 마차 좌석에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종류의 마차가 그려진 바위그림은 러시아 연방의 산지 알타이와 인도에서도 확인된다.^{주 066}

각주 066)

V.A. Novojenov, "Naskal'nye izobra-jeniya povozok Srednei i Tsentral'noi Azii", s.113.

　[그림 1-3]의 바위그림에는 여러 마리의 야생 염소가 질주하는 모습이 있고, 크고 긴 뿔이 달린 수컷 사슴의 양측에 두 대의 마차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왼편의 마차는 두 마리 말에 나란히 하여 매어 놓았다. 마차의 두 바퀴는 통 바퀴로 바퀴살이 없고, 작고 동그란 좌석이 있으며, 좌석에서 하나의 끌채 옆으로 두 개의 고삐가 그려져 있다. 몰이꾼은 좌석에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측면을 바라보는 상황이 눈에 띤다. 오른쪽 마차는 말 두 마리가 이끌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곧은 선으로 좌석에 연결해 놓았으며, 좌석은 사각형이다. 또한 마차 몸통의 앞부분에 말들을 굴레로 연결해 놓았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좌석 위에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한 사람은 손을 아래쪽으로 늘어뜨리고, 다른 한 사람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 1-4]의 바위그림에는 마차를 네 마리 말이 끌고 가는 그림이 있다. 그 중 가운데 두 마리 말을 허리로 연결하여 뚜렷하게 보이게 하고, 바깥쪽 두 마리 말을 흐릿하게, 그리고 중앙의 두 마리 말들의 다리 아래에 나란히 그려놓았다. 동그란 좌석에서 반듯한 하나의 끌채로 연결한 마차 앞부분은 중앙 두 마리 말의 목 부위로 그은 가로 선으로 연결하였으며, 바깥쪽 두 마리 말을 좌석에서 직선으로 곧게 매어놓았다. 오른쪽 바퀴는 살이 12개이고, 왼쪽 것은 잘 알아볼 수 없지만 역시 12개일 것으로 추정된다. 마차의 좌석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몰이꾼이 그려져 있다. 몰이꾼은 머리에 장신구를 붙인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하고, 왼쪽 손으로 잘 알 수 없는 긴 물건을 쥐고 있으며, 오른 손으로 북처럼 보이지만 역시 알아보기 힘든 동근 물건을 갖고 있다.
　[그림 1-5]의 마차는 삼각형 가로대를 붙인 끌채가 있고, 끌채에서 2-2개의 선으로 허리를 연결하여 그린 야생 염소처럼 보이는 두 마리 동물이 이끌고 있다. 동물들은 곧 선 귀를 갖고 있고, 2-2개의 다리가 있으며, 꼬리는 약간 짧은 편이고, 위쪽으로 감겨 있다. 또한 마차의 두 바퀴에는 5-5개의 살이 부착되어 있으며, 중앙에 동그란 좌석이 있고, 몰이꾼은 보이지 않는다.
　[그림 1-6]의 바위그림에는 두 대의 마차가 그려져 있다. 위쪽 마차는 두 마리 말을 허리로 연결하여 세 가닥의 긴 선(線)으로 끌채와 고삐를 그려놓았다. 말은 2-2개의 다리가 있고, 긴 꼬리를 갖고 있으며, 위쪽 말은 질주하고 있는데 반하여 아래쪽 말은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마차의 두 바퀴에는 6개의 살이 부착되어 있고, 좌석 위에 몰이꾼이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 아래에 그려진 마차는 하나의 반듯하고 긴 끌채가 있고, 굴레로 두 마리를 가축을 매놓았으며, 그 중 한 마리는 다리가 두 개이고 타원형 머리에 꼬리는 약간 위쪽으로 돌린 낙타를 그려놓은 듯하다. 다른 한 마리 가축은 알아보기 힘들다. 이 마차는 좌석이 있지만 몰이꾼은 보이지 않는다.
　[그림 1-7]에는 활과 화살을 소지한 사람들, 야생 염소, 그리고 하나의 기다란 끌채와 가로지른 굴레가 있는 두 대의 마차가 그려져 있다. 규모 면에서 크게 그려진 바퀴가 달린 마차를 바위를 갈아 그 모습을 만들어냈으며, 두 마리 말을 허리로 연결해 놓았다. 말은 각각 두 개의 다리가 있고, 꼬리가 길게 그려져 있고, 두 개의 바퀴 모양을 만들어 4개의 살을 새겨 넣었으며, 몰이꾼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다른 하나의 바퀴 달린 마차는 크기가 작고, 바퀴는 살이 없지만, 역시 굴레를 가로질러 놓았으며, 두 마리 말을 허리를 연결하여 마차를 이끌도록 하였다. 말은 각각 다리가 두 개이고, 꼬리가 짤막하고, 몰이꾼이 없다.
　[그림 1-8]에는 바로 위쪽에서 아래를 향하여 두 대의 마차가, 반면에 야생 염소, 사슴 및 암사슴이 측면에서 안쪽을 향하여 그려져 있다. 또한 크기가 약간 큰 한 마리 사슴이 이들 여러 그림 전면(前面)에 그려져 있다. 첫 번째 마차의 바퀴는 살이 다섯 개이고, 바퀴 가운데는 좌석이 그려져 있지 않다. 몰이꾼은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모자에는 장식술이 부착되어 있고, 왼손에 북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차 앞부분에 두 마리 말을 허리로 연결하여 매 놓았으며, 끌채가 하나이고, 말을 가로지른 굴레로 목으로 연결하였다. 왼쪽 말은 다리가 3개이고, 꼬리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데 반하여, 오른쪽 말은 다리가 두 개이고, 꼬리는 적당하게 늘어뜨려져 있다.
　두 번째 마차의 바퀴 역시 살이 다섯 개이고, 두 바퀴의 중앙에 자리 잡은 사각형 좌석 위에 몰이꾼이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양손에 늘어뜨린 고삐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마차에는 두 마리 말을 허리로 연결한 세 개의 끌채로 매놓았다. 말은 각각 다리가 두 개씩이고, 발굽을 뚜렷하게 그려놓았다. 마차는 그 형태면에서 예니세이 강 상류 지역 바위그림에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그림 1-9]에는 유목민의 생활의 일부인 이동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마차 두 대가 측면에서 그려져 있다. 마차는 각각 소 한 마리에 매어져 있다. 첫 번째 마차를 두 번째 마차에 연결하여 끌고 가는 형태로 그려져 있다. 앞쪽 마차의 바퀴는 살이 12개이고, 뒤쪽 마차의 바퀴살은 잘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여러 개다. 몰이꾼은 보이지 않지만 첫 번째 마차의 소고삐가 눈에 띤다. 두 마차의 덮개 양쪽에 깃대가 꽂혀 있고, 또한 사람이 편안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덮개 달린 마차의 초기 형태인 듯하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이전 시기의 마차들과 비교하면 마차의 외형과 구조 등이 크게 변화를 겪었다고 할 수 있다. 마차는 동물과 사람, 나아가 도구 등과 하나의 통합된 사고를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마차는 문화사에서 큰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류가 이룩한 가장 중요한 발명품의 하나이다. 마차의 외형적인 변화는 기술의 진보, 마차를 탄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의 차이, 민족 계통의 차이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주 067}

각주 067)

Jang Seog Ho/M. Tsengel, Gov'-Altai aimgiin Bayan-Uul sumyn khadny zurag.

　지금까지 언급한 마차가 그려진 바위그림은 청동기 시대 및 초기철기 시대에 몽골 알타이 산맥의 광대한 계곡에서 자리 잡고 살았던 유목민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든 위대한 역사 기념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