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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솜 암각화의 세계

로본 산을 중심으로
  • 편자
    D. 체벤도르지, G. 바상도르지
  • 번역자
    이평래

Ⅳ. 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솜 암각화의 세계 - 로본 산을 중심으로 -

 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솜의 로본 산맥(Lovongiin nuruu, 로본 산)의 바위그림에는 야생 염소·야생 양·사슴·늑대·돼지 등 야생 동물의 그림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말·소·낙타 등 가축 그림, 그리고 말을 탄 사람 그림, 마차, 활과 화살로 사냥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성교하고 있는 남녀 그림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위의 여러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전체 그림의 일반적 특징과 각 그림의 특수한 측면에 대하여 약술해보려고 한다.
  1. 야생 염소
  2. 사슴
  3. 소
  4. 말
  5. 낙타
  6. 늑대
  7. 개
  8. 불분명한 형상
  9. 사람
  10. 기(旗)를 든 기마 전사
  11. 샤먼
1. 야생 염소
 몽골 및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남부 시베리아, 내몽고자치구의 오르도스(Ordos) 지방, 신장(新疆) 등 내륙아시아 각지에 분포하는 바위그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동물은 야생 염소이다. 야생 염소 그림은 우선 숫자 면에서 가장 많고, 그런 만큼 그것을 그린 기법 또한 지역과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야생 염소를 단 한 마리 또는 염소 떼를 다른 동물들과 함께 그리거나, 아니면 야생 염소를 사냥하고 있는 장면 등 여러 가지 구성에서 야생 염소를 기본적인 모습 또는 보조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는 야생 염소 무리를 표현한 그림이 상당수에 달한다(그림 1 외 다수). 야생 염소 무리 속에는 수컷과 암컷 그리고 새끼가 두루 섞여 있다. 나아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몇 개의 암컷 그림이 있다(그림 2-1). 이 가운데서 엄청나게 큰 뿔을 가진 암컷의 젖을 먹고 있는 곡선의 뿔을 가진 새끼 그림을, 매우 가늘고 길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린 그림이 특히 눈이 띤다.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 제작인들은 야생 염소를 그릴 때 그것을 다른 동물과 구별케 해주는 주요 특징인 엄청나게 큰 뿔을 강조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뿔을 여러 가지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야생 염소의 큰 뿔을 하나 또는 짝으로 구부려 뒤쪽으로 비스듬하게 하여 그리거나, 아니면 위쪽을 향하게 하는 상태로 그린 것이 보편적이다. 또한 뿔을 몇 겹으로 둥글게 말아서 그리거나(그림 2-2) 꽉 찬 타원형으로 만들어 그린 것(그림 2-3), 뿔의 주름을 여러 겹으로, 그리고 뾰족하게 강조하여 보여준 그림(그림 2-4), 마치 사슴뿔의 가지처럼 튀어나오게 표현함으로써(그림 2-5) 야생 염소의 모습을 사슴의 특징을 차용하여 묘사한 그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야생 염소를 그릴 때 대부분 수컷의 성기를 강조함으로써 그의 힘을 표현함과 동시에, 거기에 소꼬리를 붙여 표현하기도 하고(그림 2-6), 두 마리의 다른 동물의 신체기관을 갖고 있는 혼합적인 그림도 있다.
[그림 1] 산양들(하난하드, 장석호)
[그림 2-1] 산양의 다양한 모습들
[그림 2-2] 산양의 다양한 모습들
[그림 2-3] 산양의 다양한 모습들
[그림 2-4] 산양의 다양한 모습들
[그림 2-5] 산양의 다양한 모습들
[그림 2-6] 산양의 다양한 모습들
 야생 염소는 몽골 및 중앙아시아의 토착(土着) 동물로서 지금도 몽골알타이와 고비-알타이 산악지대, 그리고 고비 지역의 고원지대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는 물론 현재 가축화된 염소의 야생의 조상이다. 야생 염소는 바위가 많고 높은 곳에 사는 동물로 산악지대의 높은 곳이나 산의 바위 절벽, 항가이(Khangai, 물과 초원과 삼림이 있는 몽골 중부 지방), 弧스굴(Khövsgöl) 지방의 삼림 언저리, 고비 지대의 가파른 바위산에 살고 있다. 기후 상태와 해당 지역의 생태 조건에 따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산을 올라가 높은 곳에 터를 잡는다.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고 먹이가 줄어들고 추위가 찾아오면, 산기슭의 협곡으로 내려와 추위를 피하고 늦봄이나 초여름에 다시 산으로 올라가 꼭대기에서 산다. 겨울철 먹이가 부족할 때는 평원으로 내려와 풀을 뜯어먹고 사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여름철 저녁 무렵 시원해 질 무렵이나 겨울철 대낮에도 산 아래로 내려와 풀을 뜯기도 한다. 야생 염소는 발정기를 제외하면 암컷과 수컷이 따로 지낸다. 암컷을 야마(Yama), 수컷을 테흐(Tekh), 새끼를 이식(Ishig)이라고 부른다.주 057
각주 057)
D. Tsevegmid/D. Tsendjav, Mongol orny khökhtön am'tan, UB., 1988, tal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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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동물들
 몽골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야생 염소가 서식하는 곳에 생활하면서 야생 염소에 주목하고 그들의 생존 조건과 특성 및 신체 구조, 살찌고 새끼를 낳는 것 등 모든 면에 대하여 소상히 알게 되었다. 이는 과거 몽골 지역 거주민들이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야생 동물의 재생산 구조에 이르기까지 의식적으로 관여했음을 말해주는 근거이다.
 몽골 역사학자 오치르(A. Ochir)의 보고에 따르면, 예전에 몽골알타이 지방 거주민들은 그 해 큰 눈이 내려 재해가 들 조짐이 보이면 인위적으로 새낀 밴 암컷을 유산케 하였다고 한다. 그 지방 사람들의 전문(傳聞)에 의하면, 암컷을 유산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야생 염소가 서식하는 산에 올라가 위에서 큰 바위를 굴려 야생 염소들이 놀라 다른 산으로 이동하게 하고, 다시 그 산에 도착하면 곧바로 바위를 굴려 또 다른 산으로 도망가게 하는데, 이를 몇 차례 반복하면 새끼 밴 암컷이 유산을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새낀 밴 염소는 큰 눈이 내린 겨울을 넘길 수 없지만 임신하지 않는 것은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전문은 과거 몽골 지역 거주민들이 단지 자신들의 가축 뿐 아니라 자기 고장에 서식하는 사냥 동물에 대해서도 자세한 지식을 갖고, 그들을 아끼고 보호해왔음을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몽골 지역에서는 먼 옛날부터 야생 염소를 귀하게 여기는 관습이 전해 내려왔다. 예를 들면 중앙아시아 구석기 시대를 대표할만한 그림이 있는 호이트 쳉헤르(Khoid Tsenkher) 동굴 벽화에는 야생 염소 그림이 있고, 청동기 시대 말기와 초기 철기 시대 바위그림 가운데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보이는 그림이 야생 염소 모습이다. 이와 같이 야생 염소 그림이 다른 동물에 비하여 몇 배나 많고 가장 일반적일 뿐 아니라 바위그림이 존재하는 곳마다 야생 염소 그림이 있는 것은 다음 세 가지 것을 근거로 삼아 설명할 수 있다.
  1. 야생 염소는 그보다 몸집이 큰 동물, 이를 테면 큰 사슴·곰·늑대·영양 등에 비하여 너른 지역에 분포하고 그 숫자 또한 많다.
  2. 산악 지대나 평원, 고비 지대나 항가이 지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야생 염소를 존중해 왔다.
  3. 다른 동물에 비하여 야생 염소를 수월하게 그릴 수 있다. 또한 야생 염소의 위풍당당하고 아름다운 뿔을 그려 놓으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림 4-1] 동물들
[그림 4-2] 추격
 야생 염소가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몽골 각지에 널리 분포했기 때문에 현재 몽고에는 야생 염소 또는 염소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 예를 들면 항가이 산맥의 동쪽에 해당하는 아르항가이 아이막 운두르 산트 솜에는 ‘검은 염소의(Khar Yamaat)’라는 작고 끝이 뾰족하고 가파른 산이 있는데 반하여, 몽골알타이 산맥에는 ‘염소의(Yamaat)’, ‘붉은 염소의(Yamaat Ulaan)’, ‘야생 염소의(Yangirt)’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다. 또한 호브드 아이막 우엔치 솜과 알타이 솜 경계에는 ‘염소의 물(Yamaany Us)’ 협곡이라는 높은 절벽으로 이루어진 협곡이 있고, 그 협곡의 거대한 바위에는 청동기 시대와 관련이 있는 야생 염소 및 다른 동물 그림, 두 마리 말이 이끄는 몇 개의 마차 그림, 그리고 흉노 시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활과 화살 통을 메고 말 탄 사람 및 상자(箱子) 마차 그림이 있다. 또한 아르항가이 아이막 골 모드(Gol mod), 투브 아이막 보르노르 솜에 소재하는 유명한 노욘 산(Noyon uul, 속칭 노인-울라)의 수직틴 암(Süigtyn am)에 있는 흉노 귀족 무덤에서 이마에 단 하나의 야생 염소 뿔을 달고, 야생 염소의 몸통에 말 머리를 갖추고, 구름 가운데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동물을 묘사한 물결무늬 나뭇잎 모양의 은제(銀製) 장식 총 10여 개,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와 비슷하면서도 날개 달린 동물을 표현한 동그라미 형태의 은제 장식 총 10여 개가 출토되었다. 이처럼 야생 염소 모습은 구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 및 초기 철기 시대 예술에서 주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야생 염소는 중앙아시아 유목민 가운데서 최초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흉노 예술에서도 그들의 귀족들이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하늘 신화의 혼합물 형태로 발전하였다.
[그림 5] 동물들
 한편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는 야생 염소를 다른 동물들과 함께 그린 그림도 많다. 예를 들면 양식화한 사슴과 함께(그림 3) 새끼가 딸린 염소를 사실적으로 그린 것, 사슴 및 사람과 함께(그림 4-1) 그린 것, 또한 야생 염소 떼를 사슴 떼와 함께(그림 4-2,그림 5) 그린 것 등이 있다. 여러 개의 반듯한 가지가 있는 큰 뿔과 큰 머리를 갖고 있고, 수컷의 성기를 강조하여 그린 큰 사슴을 약간 측면의 뒤쪽에서 쫓아가고 있는 야생 염소의 뭉툭한 뿔 및 다리 등을 뚜렷하고 커다랗게, 그리고 이를 늑대의 긴 꼬리를 가진 것으로 그린 그림은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끈다(그림 4-2). 그런가 하면 한 바위에는 야생 염소 3마리와 늑대 2마리, 소 1마리가 함께 그려져 있다. 소는 타원형 뿔을 가지고 등에 짐을 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곧바르고 짧은 뿔과 길고 가는 꼬리를 가진 소를 왼쪽을 향하게 하고, 매우 사실적인 야생 염소를 왼쪽을 향하게 하고 꼬리를 위로 길게 치켜든 동작을 묘사하였다.또한 야생 염소를 말·낙타·늑대 등과 함께 그리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동물과 사람이 있는 구성에 염소를 보조적인 모습으로 그린 것, 또는 활로 야생 염소를 사냥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 일반적이다.
2. 사슴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 중 수량 면에서 야생 염소 다음으로 많은 것은 사슴 그림이다. 사슴은 먼 옛날부터 몽골 땅에 서식해 온 동물로 현재도 몽골국의 항가이 지대, 헨티 아이막, 흡스굴 아이막, 몽골알타이 지대, 그리고 내몽고자치구의 대흥안령 산맥의 삼림 지대에서 서식하고 있다. 수컷 사슴을 보가(Vuga), 암 사슴을 소고(Sogoo), 새끼를 일(Il), 한 살 바기를 조르골(Zorgol), 두 살 바기를 소욘도이(Soyondoi), 세 살 바기를 초흐(Tsokh), 네 살 바기를 타르갈타이(Targaltai), 두 살 이상의 암 사슴을 소고라고 한다. 수컷 사슴은 한쪽에 5-7개의 가지가 달린 짝퉁 뿔을 갖고 있는 반면, 암 사슴은 뿔이 없다. 발정기를 제외하고 암수가 따로, 그리고 몇 마리씩 무리지어 산다. 발정기 및 새끼를 낳을 무렵에는 암 사슴 무리가 해체되고, 수사슴 1마리가 암사슴 3-8마리를 거느린다. 암사슴은 대부분 한 마리 새끼를 낳는다. 사슴뿔, 즉 녹각(鹿角)은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 혹은 말 사이에 떨어진다. 녹용(鹿茸)은 대개 3월 말부터 자라기 시작하여 5월에 골화(骨化) 된다. 녹용은 여러 가지 약재로 사용되고, 녹각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도구나 화살촉·재갈·각종 장식품·화살 이음매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어 왔다.
 사슴 그림은 청동기 시대 및 초기 철기 시대 바위그림에서부터 널리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금이나 구리, 뼈, 진흙 등을 써서 사슴을 만든 것도 매우 많았다. 로본 산맥의 바위에는 사실적으로 단 한 마리 또는 짝으로 약간 비스듬하게(그림 6-1) 다리가 갈라진, 즉 포크 모양으로 양식화 하여 그리면서, 뿔을 뒤편으로 기울려 문양처럼 매우 아름답게 표현한 사슴 그림(그림 6-2)이 있다. 또한 사슴돌(鹿石)에 그린 것처럼 몇 마리씩 한꺼번에 새처럼 긴 주둥이를 하고, 허리를 따라 그린 여러 줄기 문양 형태의 뿔을 갖고 있고, 커다란 원형의 눈과 길고 가느다란 귀를 갖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그림 6-3)도 있고, 일부는 단검과 해머, 도끼 등 무기와 함께 그려놓은 것(그림 6-4)도 있다.
[그림 6-1] 사슴들
[그림 6-2] 사슴들
[그림 6-3] 사슴들
[그림 6-4] 사슴들
[그림 6-5] 사슴들
 사슴을 양식화 하여 그린 바위그림은 몽골 및 중앙아시아, 알타이, 바이칼 호 동남부, 그리고 투바공화국에 널리 분포한다. 로본 산맥의 사슴 그림 중 흥미로운 것은 사실적으로 그린 한 마리 사슴 뒤편에 시위에 화살을 메긴 활 또는 석궁(石弓)을 표현한 모습이다. 로본 산에는 또한 크고 위풍당당한 몸집에,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에 짧고 넓은 뿔을 가진 순록을 표현한 그림도 하나 있다(그림 6-5). 이와 같이 사슴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것 가운데서 대다수는 사실적으로 그리고, 일부는 양식화하여 표현한 것을 보면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은 청동기 시대와 관련이 있으며, 동물양식(animal style) 예술 발생 당시의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사슴과 함께 야생 염소, 드물게는 늑대 및 말 탄 사람을 표현한 그림 외에, 많은 바위그림에는 동물이나 소, 말, 활로 사냥하고 있는 사람을 담아 낸 커다란 구도(構圖)에 사슴이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바위그림 중에는 네 마리 야생 염소(뿔이 없는 새끼 염소) 측면에 넓고 큰 뿔을 가진 사슴을 (안장이 없이) 타고 있는 사람을 그린 흥미로운 것도 있다. 우리는 이전에 몽골국 오브스 아이막 사길 솜 차간 운구트(Tsagaan öngöt)에서 사슴을 타고 활과 화살을 들고 전투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바위그림을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다.주 058
각주 058)
D. Tsevendorj, Mongolyn ertnii urlagyn tüükh, UB.,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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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는 소를 그린 그림이 상당수에 달하고, 이들 소를 단 한 마리(그림 7-1), 또는 짐을 싣거나 사람이 끌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는 소를 사냥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점인데, 이는 해당 그림들이 이미 목축 경제가 발생하여 자리를 잡은 청동기 시대에 그려진 것임을 확인해 준다.
[그림 7-1] 소들
[그림 7-2] 소들
[그림 7-3] 소들
[그림 7-4] 소들
[그림 7-5] 소들
 바위에는 커다란 뿔에, 긴 몸통에, 뾰족한 주둥이에, 긴 꼬리에, 수컷의 성기를 강조한 채 짐을 싣고 있는 소의 모습이 그려진 것도 있다(그림 7-2). 이와 유사하게 단 한 마리를 묘사한 소 그림도 많다(그림 7-3). 그런가 하면 등에 짐을 실은 소를 끌고 가는 사람 위에 역시 조그마한 소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도 있다(그림 7-4). 또한 짧고 곧은 뿔을 갖고 있는 소를 사실적으로 그린 것(그림 7-1), 혹은 덮개 수레를 이끌고 있는 짐차 행렬을 표현한 흥미로운 그림도 있다(그림 7-5).
4. 말
 몽골은 말의 원산지 가운데 하나이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에 흉노인들은 작달막한 몸집의 몽골 말을 타고 중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침략하고, 13~14세기에 대몽골의 용감한 전사들도 역시 이러한 말을 타고 그 당시 세계(유럽과 아시아)의 대부분을 지배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즉 1941~1945년 사이에 몽골 말을 탄 소련군은 독일 파시즘 군대를 물리치는데 영웅적인 공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러한 몽골 말의 선조는 지금까지 몽골 땅에서 서식하고 있는 타히(Takh', 프르제발스키 말)라는 야생마이다. 타히는 호브드 아이막의 바이탁 복드(Baitag bogd)에서 타힌 샤르 노로(Takhiin shar nuruu) 및 하브탁(Khavtag)에 이르는 지역에서 서식해 왔으며, 현재는 투브 아이막 호스타인 노로(Khustakhyn nuruu)의 금렵(禁獵) 지구와 바얀홍고르 아이막의 이흐 고비(Ikh gov')의 금렵 지구에서 국가의 보호 하에 방목되고 있다. 타히는 일반 말과 엇비슷한데, 7월에 암컷 타히는 새끼 1마리를 낳는다. 대체로 5-20마리 정도가 산 남북 기슭에서 무리지어 다닌다.
[그림 8-1] 말들
[그림 8-2] 말들
[그림 8-3] 말들
[그림 8-4] 말들
 몽골 타히를 1901년 독일의 함부르크 동물원으로 가져가 번식시켰으며, 현재는 전세계 약 10개 국가의 동물원에서 기르고 있다. 로본 산맥의 한 바위에는 동쪽을 향하고 있는 두 마리 말 그림이 있다. 귀는 위쪽으로 세워져 있고, 성기가 커다랗게 발기된 것으로 미루어 종마(種馬)를 표현한 듯하다(그림 8-1). 여러 가지 동물과 사람을 큰 바위에 말과 함께 표현한 그림도 있다(그림 8-2). 그런가 하면 줄지어 달리고 있는 두 마리 말을 표현한 그림도 있다(그림 8-4). 또한 말을 탄 사람들을 표현한 그림도 몇 개가 있으며(그림 8-3), 사람들은 주로 사냥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와 함께 말 탄, 그리고 마차에 매어져 있는 그림도 상당히 많다. 이를 주제하여 별도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5. 낙타
 로본 산 바위에는 낙타 그림이 상당수에 달한다. 낙타는 몽골 토종 동물인데, 하브트가이(Khavtgai)라는 야생 낙타가 지금까지도 바얀홍고르 아이막, 고비-알타이 아이막, 우믄고비 아미막의 엘스트 망한, 호닌 오스니 고비, 섹스 차간 복드, 나린 후흐 고비, 차간 데르스니 오스, 알타인 우브르 고비, 에드렌긴 노로, 아타스 칭기신 노로, 고비 고르반 사이흐니 노로 등 여러 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낙타는 주로 고비 지대에 서식하는 즙이 많은 식물, 즉 석남 류, 마황 류, 뽕나무 류, 나래새 류, 부추 류, 명아주 류 등을 먹고, 겨울철에는 삭사울(Saksaul) 나무 등 관목과 그 줄기, 띠물 등을 먹는다. 또한 낙타는 주로 염분이 있고 소택(沼澤)이 있는 황무지에서 서식한다. 가축화된 낙타는 고비 지대나 평원 뿐 아니라 알타이, 항가이, 헨티의 산악 지대 등 몽골 거의 전역에 서식하고, 사람들은 낙타를 짐 싣는 등 생활에 폭넓게 이용하여 왔다. 낙타는 장기간(30일 정도) 풀을 먹고 물을 마시지 않을 정도로 끈기 있는 동물이자 한 번에 200~500㎏을 등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다.
[그림 9] 낙타들
 낙타털은 옷을 만드는데 매우 좋은 재료로 이용된다. 몽골인들은 먼 옛날부터 낙타털로 여러 가지 용도의 옷을 해 입고, 담요를 만드는 데도 이것을 이용하였다. 또한 낙타 젖으로는 타락(Tarag, 요구르트), 호르목(Khoormog, 발효시킨 요구르트), 그리고 호르목을 내려 제조하는 증류주(蒸溜酒) 등 여러 가지 음료를 만들어 먹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최초로 국가를 세운 흉노 시대에는 낙타가 이른바 비단길 교역의 주요 교통수단 역할을 한 것은 세계사 입증하고 있다.
[그림 10-1] 낙타를 탄 사람
[그림 10-2] 낙타를 탄 사람
 로본 산의 한 바위에는 낙타 7마리가 줄지어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두 개의 혹과 짧고 곧은 꼬리, 긴 목을 강조하여 그렸다(그림 9). 또한 여러 가지 동물·가축·사람의 그림, 또는 적지만 야생 염소와 사람 그림에도 낙타 그림이 그려져 있다(그림 10-1). 그런가 하면 수량은 적지만 낙타를 탄 사람 그림도 보인다(그림 10-2). 구석기 시대와 관련이 있는 가장 오래된 낙타 그림은 몽골국 호브드 아이막 망한 솜의 호이트 쳉헤르 동굴, 그리고 같은 솜의 이쉬깅 톨고이(Ishgin tolgoi) 바위그림이다. 또한 청동기 시대와 초기 철기시대의 바위그림과 청동 제품에도 드물지만 낙타 그림이 있다.
6. 늑대
 늑대는 몽골 땅에 널리 분포하는 육식 동물이다. 완전히 성장한 수컷을 아즈라가(Azraga), 암컷을 기치(Gichii), 새끼를 벨트레게(Beltrege)라고 한다. 늑대는 4월부터 털갈이를 하고, 9월에 새털이 온전히 자란다. 대체로 12월에 암수가 교미를 하는데 이때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몇 마리가 따라다닌다. 그 후 5~8월 사이에 암컷은 특별히 마련한 땅굴이나 바위 동굴에서 대개 6~8마리 새끼를 낳는다. 엄마 늑대는 출산지 1개월 후 반쯤 씹은 먹이를 먹이기 시작하여 새끼들을 거친 먹이에 길들인다. 늑대는 새끼를 낳은 다음 며칠 동안 굴 부근에 머물면서 새끼를 보호한다. 그리고 여름 중간 달(양력 6월경) 엄마 늑대와 아빠 늑대는 동물을 물어뜯어 산채로 새끼에게 주어 향후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훈련을 시킨다. 늑대는 주로 가축, 야생의 유제(有蹄) 류 동물, 땅 다람쥐, 타르바가(Marmot), 토끼, 설치류 동물, 조류의 새끼, 식물의 낱알이나 열매 등을 먹는다. 암컷은 대체로 황혼녘에 새끼를 낳는다.
 늑대는 자신의 먹이가 되는 야생 동물이나 가축을 따라 서식하고 계절마다 옮겨 다닌다. 늑대는 사람을 피하여 낮에는 산 절벽이나 깊은 삼림 속에서 지낸다. 어미는 새끼를 낳을 무렵에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물이 가까이 있는 곳에 자리 잡는다.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는 늑대 그림이 상당수에 달한다. 한 마리 또는 줄지어 가는 것(그림 11-1), 야생 염소 또는 사슴을 쫓아가고 있거나 야생 염소의 곁에 있는 모습으로 그린 것(그림 11-2), 사슴 및 염소에게 달려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린 것(4-2), 입을 떡 벌린 늑대가 사슴과 염소를 쫓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그림 11-3)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림이 있다. 그런가 하면 여러 마리 야생 동물과 소, 말, 낙타 등을 사냥하고 있는 사냥꾼, 가축을 끌고 가는 사람 등이 그려진 커다란 구성의 그림에 늑대가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또한 한 그림(그림 11-4)에는 교미하는 두 마리 늑대가 그려져 있는데, 성교하는 사람이나 교미하는 늑대 또는 동물을 묘사한 그림은 바위그림 가운데서 널리 퍼진 주제로서 이는 풍요와 번식을 상징하는 뜻을 담고 있다. 늑대는 주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큰 머리와 긴 꼬리, 뾰족한 귀의 형태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림 11-1] 늑대들
[그림 11-2] 늑대들
[그림 11-3] 늑대들
[그림 11-4] 늑대들
7. 개
 로본 산맥의 한 바위에는 무기를 메고 말을 탄 두 사람의 그림이 있다. 그들 말 탄 사람 앞에는 긴 꼬리에, 원추형 귀에,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두 마리 (동물) 개가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개는 중석기 시대부터 가축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 그림에 두 마리 개를 데리고 어떤 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을 표현한 듯하다. 몽골 지역 거주민들은 흉노 시대부터 개를 귀하게 여겨왔는데, 1990년 몽골 고고학자들은 울란바타르 부근의 바론 하이르한(Baruun khairkhan)에서 개를 매장한 별도의 무덤을 발굴하기도 하였다.
8. 불분명한 형상
 로본 산맥의 바위에는 야생 염소·사슴·말·소·낙타·사람 그림 외에도, 수량은 적지만 현재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동물 그림도 그려져 있다. 이 동물은 가느다랗고 긴 주둥이를 갖고 있으며, 몸집이 크고 불룩하며, 꼬리가 길고 곧게 펴져 있다(그림 12-1). 또 다른 몇 개의 그림에 그려진 동물은 몸집이 눈에 띠게 크고, 꼬리가 곧고 길며, 가끔 몸집이 작은 것(그림 12-2)도 있다. 우리는 현재 이 동물들이 과연 어떤 동물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아무튼 선사 시대 바위그림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림 12-1] 불분명한 형상
[그림 12-2] 불분명한 형상
9. 사람
 로본 산맥의 바위에는 사람을 표현한 그림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당연히 바위그림을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들이다. 단 한 사람(그림 13-1), 또는 야생 염소 등 많은 동물 사이에서 긴 무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그림 13-2), 북 또는 방패 같은 동그란 것을 들고 있는 장면(그림 13-2), 활을 쏘려고 준비하고 있거나 사냥하고 있는 것(그림 13-3)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야생 염소의 다리와 뿔을 붙들고 끌고 가거나 잡으려고 쫓아가고 있는 모습(그림 13-4), 말 탄 그림(그림 13-5), 낙타 탄 그림(그림 13-6), 소를 타고 가는 장면(그림 13-7), 짐을 실은 소를 끌고 가는 장면(그림 7-4), 사슴을 붙들고 서 있는 장면, 개를 데리고 가는 그림, 마차를 몰고 가는 그림(그림 13-8), 말을 타고 개를 데리고 사냥하는 그림 등 다양한 모습이 눈에 띤다.
[그림 13-1]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2]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3]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4]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5]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6]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7]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8] 사람의 다양한 모습
[그림 13-9] 사람의 다양한 모습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서 사람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성교하고 있는 남녀를 묘사한 그림이 있는데, 여자는 양쪽으로 머리를 풀어헤친 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그린 반면에, 남자는 측면에서 바라 본 모습으로 그렸다(그림 13-9). 이 바위에는 성교하고 있는 두 쌍이 그려져 있다. 첫 번째 바위에는 꼭 낀 옷을 입고 넓은 모지를 쓴 남자가 길고 곧은 다리와 머리를 여러 가닥으로 땋은 여자의 다리를 끌어당겨 성교하는 모습을 묘사하였다(그림 167). 이 바위 왼쪽 상단에도 성교하는 남녀가 묘사되어 있다. 여자는 양쪽으로 머리를 땋았으며, 무릎을 구부리고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 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남자는 허리, 즉 키가 큰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그림 167). 이 바위그림에는 성교하는 남녀를 바로 위에서 바라보고 머리를 각각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단지 성기만을 대고 행위를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그림 174, 211). 이와 같이 성교하는 장면은 몽골 및 중앙아시아 바위그림에 널리 퍼져 있다. 이는 선사인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고 행복해지고자하는 생각을 바위에 남긴 것이다.
10. 기(旗)를 든 기마 전사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는 삼각형 깃발이 펄럭이는 긴 깃대를 들고 있는 기마 전사들이 그려져 있다. 그들의 다리는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으며, 등자와 안장이 없는 말을 탄 전사의 뒤편에는 활 통과 화살 통이 매달려 있다(그림 14-1, 2).
 한 바위의 상단부에는 3개의 깃발을 치켜든 기마 전사들이 양쪽에서 만나 싸울 채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로 그 바위의 하단부에는 두 명의 기마 전사가 싸우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그 중 한 전사가 깃대로 상대방을 찌르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이때 깃대는 손잡이 끝에 화살촉을 부착하여 창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중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인들은 유라시아 유목민 가운데서 가장 먼저 쇠등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따라서 조금 전 위에서 언급한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서 전사들이 등자와 안장이 없는 말을 타고 있는 것은, 이 그림들이 흉노 시대 이전 시기 또는 쇠등자 발명 이전 시기와 관련이 있음을 말해준다.
 몽골인들은 10여 년 전부터 말총이나 갈기로 만든 ‘아홉 개의 다리를 가진 흰 기(旗)’를 정부 청사에, 전시(戰時)에 쓰는 검은 기(旗)를 국방부에 안치하고, 국가 나담(Naadam, 몽골의 전통 축제)이 개최되는 나담 장(場)에 이들을 가져다가 세워 놓는다. 이는 몽골인들이 자신의 전통과 역사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하게 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흰 기는 오늘날 우부르항가이 아이막 하르 호린 솜에 있는 바론 후레 사원(Baruun khüree)에서, 검은 기는 오늘날 도르노드 아이막 할흐 골 솜에 있는 할힌 사원(Khalkhyn khüree)에서 각각 가져온 것이다. 이와 같이 말총과 갈기 털로 만든 기(旗)는 간혹 중세기 국내외 학자들의 저술에 부록 그림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현재까지 몽골에서 실물 자료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
 그런데 몽골-러시아-미국 공동 석기 시대 조사단이 지난 2000년 바얀홍고르 아이막 바얀릭 솜 비칙틴 암(Bichigtiin am)에 있는 바위그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사 시대 몽골 기(旗)의 흥미롭고 귀중한 자료를 발견하였다.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비칙틴 암의 바위에서 동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공간에 안장이 없는 말에 탄 사람 그림, 그리고 말을 하나의 바위 전체를 활용하여 움푹 파서 사실적으로 새겨 그린 그림이 있다. 이 바위그림에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청동기 시대에 널리 퍼진 기법이 이용되었다.
[그림 14-1] 기마 전투도
[그림 14-2] 기마 전투도
 말의 귀는 가늘고 우뚝 서 있으며, 몸집은 기다랗고, 머리는 우아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배는 가느다랗고, 꼬리는 두껍고, 다리는 기다랗다. 거기에 그려진 사람은 길고 가는 목을 갖고 있으며, 독특한 형태의 모자를 쓰고, 겨드랑이와 아래 자락이 넓은 델(Deel, 몽골 전통 복장)을 입고 있으며, 양 팔을 양쪽으로 약간 치켜든 채 한 손에 기(旗)를 들고, 다른 한 손을 뒤로 펴고 있으며, 두 다리는 말의 배위로 늘어뜨린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와 함께 말의 갈기를 여러 개의 짧고 가는 선으로, 말 꼬리털을 길고 가는 선으로, 말고삐를 턱에서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부속물과 같이 가는 선으로 그려놓았다.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갈기와 꼬리털로 만든 선사 시대 몽골 기(旗)를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말 탄 사람은 기(旗) 외에 채찍이나 오르가(Uurga, 말 잡는 도구), 기타 무기를 들거나 메고 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전사(戰士)나 목축민이라기보다는 특별히 기수(旗手)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모든 것을 놓고 보면 몽골인들은 청동기 시대부터 말갈기와 꼬리털로 기를 만들고 이를 존귀하게 여기고 숭배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말갈기와 꼬리털로 만든 현재 몽골의 국가 기와 군기(軍旗)는 청동기 시대부터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미국 오레곤대학교,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지부 고고·민족학 연구소 공동 ‘고대 알타이’ 조사단은 지난 2003년에 몽골알타이 산맥 동쪽에서 발원(發源)하는 하르 살라긴 골(Khar Salaagiin gol) 상류에서 청동기 시대와 관련이 있는 대규모 바위그림 유적을 새로이 발견하였다. 이 가운데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손에 기(旗)를 들고 있는 말 탄 사람 모습이다. 이 그림에는 한 손에 기를, 다른 손에 북 같은 것을 들고 있으며, 허리띠에 곤봉과 같은 무기를 차고, 안장이 없는 말을 탄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는 서쪽을 향해 있는 납작한 바위 전면을 활용한 그림으로 몽골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청동기 시대에 널리 퍼져 있던 사실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 한 손에 들고 있는 기는 손잡이에 동물 가죽을 붙여 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몽골인들의 옛 선조들이 먼 옛날에 동물 가죽을 나무에 매달아 기를 만들었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또한 로본 산맥의 바위그림에 그려진 활은 모두가 간단한 형태의 조잡한 것으로 철기 시대 초기의 M-형 합성(合成) 활이나 흉노 시대에 사용된 뿔을 붙인 활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로본 산 바위그림을 청동기 시대와 관련지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11. 샤먼
 로본 산맥의 노곤 혼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흥미로운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 그림에는 한 사람의 모습을 거칠게 그리면서 둥근 모양으로 표현하고, 머리 위에는 늑대와 같은 꼬리가 달린 동물을 오른쪽을 향하여 서 있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또한 양손을 곧은 선(線)을 쪽 펴서 표현하고 양손의 손가락 끄트머리에 각각 긴 꼬리의 늑대 같은 동물을 머리를 위로 향하게 하여 표현해 놓았다. 사람의 몸통을 넓고 곧은 선으로 표현하였으며, 몸통 양편으로 나란히 여러 개의 점을 줄지어 새겨 놓고, 아래 편 끝을 사람의 발처럼 표현하였다. 그런가 하면 사람의 양 어깨 부근에 위쪽으로 나란히 여러 개의 점을 새겨놓고, 머리 위로는 그 점을 쪼아 놓았다. 이들 두 줄로 된 점을 사람의 어깨 위로 뻗게 하고 머리의 커다란 점과 연결하여 타원형 테두리를 만들어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하였으며, 이 사람을 큰 태양(큰 점)과 관련지어 놓았다. 또한 그 그림을 빙 둘러 여기저기에 확실하지 않는 크고 작은 점을 불규칙적으로 섞어 새겨 놓았다.
 우믄고비 아이막(Ömnögov' aimag) 한볼드 솜(Khaanbold sum)의 자브할란트 하이르한(Javkhalant khairkhan) 바위에는 청동기시대와 관련이 있는 한 사람을 거칠게 표현해 놓은 그림이 있다. 그 그림에는 머리를 두 겹의 원(圓)으로 위로 향하게 하고, 곧 선 뿔처럼 표현하고, 그 내부에 동물(야생염소) 한 마리를 그려 놓았는데, 이는 노곤 혼드의 바위그림에 등장하는 동물과 겉모습이 비슷하다. 또한 자브할란트 하이르한의 한 바위에 거칠게 표현한 사람의 머리를 세 겹의 원으로 그리고, 그 바깥 원을 빙 둘러 퍼진 햇빛과 같은 짧은 빛을, 머리 위에는 두 개의 긴 뿔과 같은 빛을 표현해 놓았다. 또한 많은 빛을 발하는 원으로 머리를 표현한 사람, 사람 머리 옆에 많은 빛을 발하는 태양을 그린 그림을 자르갈란트 하이르한 바위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다.주 059
각주 059)
D. Tsevendorj/Ya, Tserendagva/B. Günchinsüren/D. Garamjav, Jargalant Khairkhany khadny zurag, UB., 2004, 그림-19, 55, 129, 137, 314,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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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카자흐스탄 탐갈(Tamgal)에도 사람을 두 겹의 원으로 그리고, 그것을 빙 둘러 많은 원을 둥글게 파서 그리고, 머리를 태양과 같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표현한 10여 개의 바위그림이 있다.주 060
각주 060)
A.N. Marijashev, Petrogryphs of South Kazakhstan and Semirechye, Almaty, 1994, Fig-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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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설명한 세 지역 바위그림의 비슷한 점은 모두 사람(머리)을 태양과 관련지어 보여주고 있다는데 있다. 차이점은 자르갈란트 하이르한과 탐갈의 바위그림은 사람의 머리를 햇빛, 즉 머리를 빙 둘러 많은 원을 쪼아서 태양을 표현한 반면, 로본 산의 바위그림은 태양을 머리에서 멀리 떨어져 표현하고 여러 줄의 점을 연결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그림의 구성상에서 매우 독특한 측면이다. 사람의 머리 위에 서 있거나 두 손의 손가락 끝에 역시 서 있는 긴 꼬리를 가진 늑대와 같은 동물을 표현한 것은 그 사람(씨족)의 토템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곤 혼드의 바위그림에는 늑대를 토템으로 숭배하는 씨족의 선임자(무당)가 태양과 하늘 및 천체와 관련되어 있음을 생각을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림 15] 사람

  • 각주 057)
    D. Tsevegmid/D. Tsendjav, Mongol orny khökhtön am'tan, UB., 1988, tal 178 바로가기
  • 각주 058)
    D. Tsevendorj, Mongolyn ertnii urlagyn tüükh, UB., 1999. 바로가기
  • 각주 059)
    D. Tsevendorj/Ya, Tserendagva/B. Günchinsüren/D. Garamjav, Jargalant Khairkhany khadny zurag, UB., 2004, 그림-19, 55, 129, 137, 314, 315. 바로가기
  • 각주 060)
    A.N. Marijashev, Petrogryphs of South Kazakhstan and Semirechye, Almaty, 1994, Fig-2-12.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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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알타이 아이막 바양 올 솜 암각화의 세계 자료번호 : ag.d_0001_0010_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