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동북공정’이 남긴 것,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동북공정’은 2007년 초반 5년간의 사업기간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동북공정’의 결과물들이 사업기간 중에 책으로 출간되었거나 앞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 서적들에는 ‘동북공정’식 역사인식이 담겨 있다. 한번 세상에 나온 역사서는 없앨 수가 없다. 그러므로 ‘동북공정’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에도 지속될 문제인 것이다. 또한 ‘동북공정’은 다른 형태로 계속 파급되고 있다. ‘동북공정’ 관련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중앙이 주도하던 연구가 지방정부 기관이나 대학으로 옮겨져 ‘동북공정’식 역사인식을 담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2002년 이후 지린성에는 ‘지린성 고구려연구중심’, ‘고구려연구기지’, ‘고구려연구원’, ‘고구려·동북민족연구중심’ 등 여러 기관이 세워졌고, 랴오닝성에는 ‘중국동북사연구중심’이 만들어졌다. 이 연구기관들에서는 고조선사, 고구려사, 발해사 등 우리 고대사 관련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동북공정’의 논리를 보완하고 심화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종전까지 한국고대사를 연구하던 중국학자들은 다른 나라의 연구성과를 거의 보지 않았고, 우리의 『삼국사기』는 물론 다른 외국 사서의 기록도 참고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들의 주장에 맞는 사료만 골라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사서와 연구 성과도 분석·비판해 가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고조선사, 고구려사, 발해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동북 3성에 국한되었던 과거와 달리 지역적 연관이 없는 학자들도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신진연구자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요컨대 ‘동북공정’을 계기로 고구려사를 비롯한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연구물의 양적 팽창과 질적 수준의 향상, 연구자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산된 연구물들은 여러 학술잡지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