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돌아보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

글 : 박정애 (숙명여자대학교)
출전
일본군 위안소 지도관련 사이트 열기

“위안부는 일본군이 싸우기 위해 가는 곳이면 어디에서건 발견되었다.”

“위안부는 일본군이 싸우기 위해 가는 곳이면 어디에서건 발견되었다.”

1944년 8월, 미야마의 국경 부근에서 일본군 위안소 업자와 ‘위안부’ 여성들을 체포하고 이들에 대한 심문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미군이 삽입한 말이다. 1932년 상하이 사변을 일으키고 상하이에 최초의 위안소를 개설한 뒤부터 전쟁이 끝나는 1945년까지, 일본군은 그들이 가는 곳 어디에서건 위안소를 설치하였다. 병사의 성병예방과 사기고양, 정보누설방지와 일반 여성에 대한 강간방지를 막는다는 명분이었다.

일본군이 15년 동안 자행한 태평양전쟁은 오랜 기간,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치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군 위안소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을 대상으로 설치되었다는 특성을 갖는다.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위안소의 설치방식과 모양새, 운영방식이 달랐다. 하지만 전체적인 규모와 각 시기별, 지역적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종전 후 일본정부의 군기밀문서 소각으로 일본군 위안소 설치와 관련된 공문서가 완전히 남지 않았고 위안소 제도의 설치와 ‘위안부’ 동원, 위안소의 운영이 단일하지 않은 주체에 의해, 때로는 은폐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군 위안소 제도의 전체적인 피해 실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인 ‘위안부’의 피해양상을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소 제도를 이해해온 측면이 있다.
일본군 위안소 지도는 복잡다기한 일본군 위안소 제도의 전체상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안내한다. 공문서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 옛 일본군 병사의 증언, 주변의 목격·증언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만들었다. 공문서는 일본군?정부관계자료, 도쿄재판 기록, BC급 전범 재판기록, 연합군 작성자료를 활용했으며, 피해자 증언은 재판자료, 증언집, 증언기록, 관계서적, 피해당사자의 현장답사 기록을 모은 것이다. 옛 일본군 병사의 증언은 전쟁기록물, 군부대 기록물, 전우회 기록?관련 서적 등에 기술된 ‘위안부’ 관련 체험기 내용이고, 목격·증언은 위안소를 이용한 적이 없는 옛 병사나 위안소 설치 지역의 주민 증언, 당시 위안소의 경영자의 증언에 해당한다. 출처가 분명한 자료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망라하여 현재로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일본군 위안소 제도 관계 자료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도는 일본 도쿄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이 작성했고, 한국의 동북아역사재단이 제작을 후원했다.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女たちの??と平和資料館)은 2005년 8월 1일 일본 도쿄의 한 대학 사무실을 빌어 개관했다. 바우넷재팬(VAWW-NET JAPAN : 전쟁과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일본 네트워크 Violence Against in War Network Japan)의 전 대표인 마츠이 야요리(松井やより)가 남긴 유산을 씨앗돈 삼아 만든 전시관이다. 일본 대표로서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국제여성법정을 이끌었던 마츠이 야요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박물관 건립을 제안하고 2002년 사망했다. 자료관은 행동하는 박물관(active museum)으로서 정체성을 내걸고 다섯 가지 이념을 내걸었다.

첫째, 젠더 정의의 관점에서 전시 성폭력에 초점을 맞출 것.

둘째, 가해책임을 명확히 할 것.
셋째, 평화와 비폭력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의 거점으로 삼을 것.
넷째, 국가권력과 거리를 두는 민중운동을 만들 것.
다섯째, 국경을 넘는 연대활동을 할 것.

2008년에 작성과 제작을 일단락한 일본군 위안소 지도는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 활동가들이 그 동안의 연구, 조사 활동을 집대성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도는 전쟁 중 일본군이 주둔했던 모든 지역, 곧 한국, 타이완,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말레이시아, 타이, 괌, 미얀마, 베트남 등을 망라했다. 각 지역에 대해서는 도입부에 개요를 적어놓아 당시의 전쟁 상황과 ‘위안부’ 피해상황, 전후의 지역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다시 세부지역으로 구분하여 그 지역의 ‘위안부’ 피해실태를 입증하는 공문서와 여러 증언들을 한 데 모아놓았다. 시기와 지역에 따른 위안소의 실태를 독자들이 입체적으로 상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이미지 자료 또한 그 지역의 피해를 입증하는 훌륭한 자료다. 마지막으로 지도제작에 활용했던 데이터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공했다. 아직도 갈 길이 바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진상규명을 위해 기초자료로서 두고두고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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