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국(毘騫國)의 위치와 특성
돈손의 바깥 대해의 큰 섬주 001가운데에 또 비건국(毗騫國)이 있는데, 부남과의 거리가 팔천 리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 왕의 키는 1장 2척이고 목의 길이가 3척이며, 옛날부터 죽지 않는다 하니, 그 나이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왕은 신성하며, 나라 안 사람들의 선악 및 미래의 일을 왕이 모두 안다고 하여, 이 때문에 감히 속이는 자가 없다고 한다. 남방(南方)에서는 호칭하여 이르기를 장경왕(長頸王)이라고 한다. 그 나라의 풍속은 실옥(室屋)과 의복(衣服)을 갖추었으며, 멥쌀을 먹는다. 그 국 사람들의 언어는 부남(扶南)과 조금 다르다. 금이 나는 산이 있는데, 금은 돌 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그 수량이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그 나라의 법은 죄인을 찔러 죽이는데, 모두 그 왕 앞에서 그 살을 씹어 먹는다. 국내에서는 행상이 허락되지 않는데, 그래도 가서 행상하는 자가 있으면 역시 죽여서 그 살을 씹어 먹는다. 이 때문에 상단이 감히 가지 못한다. 왕은 늘 망루에 거하는데, 육식을 하지 않으며, 귀신을 섬기지 않는다. 그 자손의 생사는 보통사람과 같고, 오직 왕만이 죽지 않는다. 부남왕(扶南王)이 여러 차례 사자와 서신을 보내 서로 답사와 답신을 주고받았는데, 항상 부남왕에게 순금으로 만든 50인분의 식기를 보냈다. [식기의] 모양은 원반 같기도 하고 또 와우(瓦塸) 같기도 하였는데, 이름하여 다라(多羅)주 002라고 하였으며, 다섯 되를 담을 수 있었고, 또 주발처럼 생긴 것은 한 되를 담을 수 있었다. 왕은 또 천축의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지은 글이 삼천 마디 남짓 되었다. [그 글은] 자신의 숙명이 말미암은 곳에 관하여 설명하였는데, 불경과 서로 비슷하였으며, 모두 선사(善事)를 말하였다.
- 각주 001)
- 각주 002)
색인어
- 지명
- 돈손, 비건국(毗騫國), 부남, 부남(扶南), 천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