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一書)에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10-2).

문 앞에 우물이 있고 우물가에 아가위나무가 있었다. 언화화출견존이 그 나무 위에 뛰어 올라 있었다. 그때 해신의 딸 풍옥희가 손에 아름다운 그릇을 들고 와서 물을 길으려 하였다. 마침 사람 그림자가 우물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올려다보았는데 놀라서 아름다운 그릇을 떨어뜨렸다. 그릇이 깨졌지만 뒤돌아보지도 않고 돌아와서 부모에게 “제가 한 남자가 우물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굴이 수려하고 매우 잘 생겨서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아버지 신이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겨 여러(여덟) 겹으로 된 자리를 마련하여 맞아들였다. 그리고 좌정한 후에 여기에 온 뜻을 물었다. 이에 언화화출견존이 그간 사정을 모두 이야기하였다. 그때 해신은 측은한 생각이 들어 모든 물고기를 불러 물어보았다. 모두 “모릅니다. 다만 적녀가 입에 병이 나서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였다. 또는 구녀(口女)^{주 001}

번역주 001)

바늘을 삼켜 입에 병이 난 도미를 의인화한 것인데, 일서 10-4에서는 ‘口女는 鯔魚’라 하여 숭어(鯔)를 말하고 있다.

가 입에 병이 났다고 말하였다. 즉시 그를 불러 그 입을 찾아보았더니 잃어버린 낚시를 금방 얻을 수 있었다. 이에 해신은 “너, 구녀는 앞으로 낚시 무는 것을 금한다. 또 천손의 밥상에 오르지 말라.”고 말하였다. 이는 구녀를 임금님의 밥상에 올리지 않는 연유가 되었다.
언화화출견존이 돌아가려 하자 해신이 “지금 천신의 손자가 우리 땅에 오셨습니다. 그 기쁨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음대로 되는 조일경(潮溢瓊)과 조학경(潮涸瓊)을 낚시와 함께 주며 “황손께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종종 생각하고 버리지 마세요.”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낚시를 형에게 줄 때는 ‘가난한 낚시, 망하는 낚시, 시들어 가는 낚시’라고 말한 다음에 뒤쪽으로 던져 주세요. 마주보고 주지 마세요. 만일 형이 화를 내어 덤벼들 때는 조일경을 내어 물에 빠지게 하세요. 만일 고통에 겨워 살려달라고 할 때에는 조학경을 내어 살려주세요. 이렇게 혼내면 자연히 따를 것입니다.”라고 타일렀다.
언화화출견존이 그 구슬과 낚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직 해신의 가르침대로 먼저 낚시를 형에게 주자 형이 화를 내며 받지 않았다. 그래서 아우가 조일경을 꺼내니 바닷물이 크게 불어 형이 저절로 물에 빠졌다. 형이 빌며 “나는 그대를 섬겨 심부름꾼이 되겠다. 제발 살려다오.”라고 말했다. 아우가 조학경을 꺼냈더니 바닷물이 저절로 줄어 형이 다시 편안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 형은 전에 말한 것을 버리고 “나는 그대의 형이다. 어찌 형이 아우를 섬기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우가 조일경을 꺼냈더니 형은 높은 산으로 도망갔다. 그러자 바닷물이 산을 덮쳤다. 형이 높은 나무로 오르자 바닷물이 그 나무를 덮쳤다. 형은 길이 막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자복하여 “내가 실수를 했다. 지금부터는 나의 자손에 이르기까지 너의 배우[어떤 책에서는 구인(狗人)^{주 002}

번역주 002)

개처럼 짖는 데서 의인화한 명칭인데, 개 짖는 소리를 내는 隼人의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라 하였다.]가 되겠다. 제발 불쌍히 여겨다오.”라고 하소연했다. 아우는 그때서야 조학경을 꺼내니 바닷물이 저절로 물러갔다. 이에 형은 아우에게 신덕이 있음을 알고 아우를 따랐다. 이 때문에 화초근명의 후예인 여러 준인(隼人；하야토)들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황의 집을 떠나지 않고 짖는 개처럼 섬기는 것이다. 세인이 잃어버린 낚시를 되돌려 달라고 하지 않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