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리 벽화고분 널방 동벽의 상단에 그려진 영접도 가운데 서있는 인물의 상세도이다. 화면 오른 쪽의 인물은 대부분이 박락되고 소매부분만 약간 남아있다. 의관을 잘 갖춘 모습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먼저 인물의 차림새를 살펴보면, 머리에는 검은 무관용 책(幘 : 문무관의 의례용 모자로, 뒷부분의 운두가 두 갈래로 갈라져 앞으로 구부러진 문관용 책과 운두가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무관용 책 두 가지로 구분됨)을 쓰고 몸에는 바닥까지 흘러내리는 황색의 긴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다. 양 손은 앞으로 모은 공수(拱手)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포개진 소매 자락 아래에는 허리띠로 고정시킨 폐슬[蔽膝: 조복(朝服) 또는 제복(祭服)을 입을 때 가슴에 늘어뜨려 무릎을 가리게 하는 수건 모양의 헝겊]이 흘러내리고 있다. 폐슬은 왕족이나 신분 높은 벼슬아치만이 착용할 수 있었던 의복양식으로, 조례(朝禮)나 제례(祭禮)와 같이 격이 높은 의례에 참가할 때 착용한 것이다.
두루마기의 목깃과 소매 부리 그리고 도련에는 검은색의 천으로 선(襈 : 학이나 두루미의 날개 끝이나 목 분에 있는 검은 깃털을 모방한 의복양식으로,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볼 수 있음)을 대었다. 선을 대는 풍습은 북방민족의 복식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징으로, 장식적인 측면과 실용적 측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우 효율적인 디자인이다. 즉 서로 다른 색깔의 천으로 옷의 가장 자리를 장식하여 화려함을 강조하였고, 쓸려서 헤지기 쉬운 목둘레나 소매부리, 저고리 아랫단[도련]에 천을 덧댐으로써 내구성을 살렸다.
저고리 착의법은 옷섶을 오른쪽으로 여며 입는 우임(右袵 : 왼쪽 옷섶을 오른쪽 가슴으로 여며서 입는 방식) 방식이다. 고구려의 전통적인 착의법은 좌임(左袵 : 오른쪽 옷섶을 왼쪽 가슴으로 여며서 입는 방식)이었으나 한족의 우임방식이 고구려로 전래됨에 따라 좌임과 함께 우임이 혼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풍만한 얼굴 표현이나 유려한 옷 주름, 균형 잡힌 비례 등에서 고구려 화공의 높은 회화수준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