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 3호분 서쪽 곁방에 묘사된 무덤 주인공 초상의 상세도이다. 정좌한 모습의 주인공은 검은 내관 위에 하얀 덧 관을 쓰고 있는데, 이것을 두고 결이 아주 고운 비단 종류인 ‘라관(羅冠)’라고 하는 설과 한 나라에서 유행한 무관(武官)이라는 설 두 가지가 있다. 관복으로는 상하가 연결된 긴 붉은 색 두루마기인 포(袍)를 걸쳐 입었다. 두루마기에는 허리띠를 묶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릎 앞으로 허리끈이 흘려 내린 것이 확인된다. 두루마기의 목둘레와 소매 단에는 황색의 선(襈)이 덧 대여 있으며, 두루 마기 안으로 흰색 속저고리가 보인다. 손에는 털 부채인 주미(麈尾)를 들고 있다. 평상 뒤에는 ㄱ자 병풍이 둘러져 있고 묘주(墓主)의 허리에는 빙궤(憑机)라고 하는 팔을 걸쳐 몸을 기대는 좌식용 가구가 보인다.
삼각형의 구도 속에 매우 안정적으로 그려진 묘주초상은 마치 신상(神像)에서 느껴지는 위엄마저 엿보인다. 병풍에 수놓인 화려한 무늬와 얼굴의 수염까지 한 올 한 올 치밀하게 그린 화공의 섬세한 표현력과 그 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화공의 뛰어난 회화수준을 알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