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곁방의 동벽 왼편에 그려진 주방 그림 가운데 주방 건축물의 상세도이다. 주방 그림은 초·중기 고구려 고분벽화의 생활 풍속 장면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인데, 그 중 안악 3호분의 예가 주방의 외부 건축 구조와 내부 구조를 가장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방의 외부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맞배지붕 구조로 지어진 기와건축물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지붕만 있고 벽체가 없는 개방형 부엌으로, 입구에만 벽체를 세워 아궁이의 굴뚝을 설치하였다. 입구를 제외한 부엌의 삼면이 외부와 직접 통하도록 설계되어 일하기에 편리한 구조로 지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처리된 건축물이 뒤로 가면서 더 크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원근법에 의하면 앞에 있는 물체는 크게, 뒤에 있는 물체는 작게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에서는 이와 반대로 뒤로 가면서 더욱 크게 그려져 고대의 독특한 ‘역원근법’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역원근법’은 멀리 있는 물체가 잘 보이도록 앞의 것보다 더 크게 그리는, 현재와는 다른 고대의 원근법 개념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이 인물화에도 적용되어, 고대에는 인물들을 그릴 때 실제 크기와는 상관없이 중요한 인물을 가장 크게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