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이 러시아 황제에게 보내는 서신
대조선국 대군주 이형(李凞)이 대아라사국 대황제 폐하의 안부를 묻습니다.
짐이 생각건대 두 나라가 조약을 맺어 우호를 나눈 것이 이미 몇 해가 되었습니다. 하물며 이웃 나라 간의 우의가 더욱 친목을 더하였으니 이에 나라 간의 교류를 공고히 하여 영원히 바뀜이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짐이 평소 친애하는 궁내부(宮內府) 특진관(特進官) 종일품(從一品) 민영환을 특명전권공사로 선발하여 귀국의 수도에 가서 일체의 교섭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짐은 이 신하가 충성되고 근면하며 일도 세심하게 처리하여 이 직분을 감당해 맡을 수 있음을 알기에 특별히 편지를 마련해 이 사신이 몸소 나아가 바치도록 합니다. 아직도 바라는 점은 대황제 폐하가 정성을 미루어나가 서로 신뢰하고 이로써 여유롭게 접대하시어 적절한 시간에 맞춰 들어가 뵈어 짐의 충정을 대신 전달하여 화의와 우호를 더욱 돈독하게 다져 국가의 태평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황제 폐하의 성대한 복조가 한량없기를 기원합니다.
대조선국 개국 505년 건양 원년[1896년] 4월 1일
한양 경성 경운궁에서 친히 서명 검인(鈐印)하여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