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　　　　....1896

1896

 

첨부 1.

 

제가 발송한 2월 3일자 비밀전문의 첨부로 각하께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고 드립니다. 조선 국왕 전하께서는 4등관 베베르와 저를 인견하신 후, 자기 신임 고문들의 전적인 동의하에 러시아와 밀접해지기 위하여 국왕께서 취하고 계신 최근의 조치들을 러시아 정부가 지지해 달라고 진지하게 요청하셨습니다. 국왕 전하께서는 오직 러시아만을 무한히 신뢰하시며, 티끌만한 의심의 여지도 없이 자기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자 원하고 계십니다.

국왕 전하께서는 향후 조선이 독립국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러시아와 러시아 황제폐하께서 어느 정도 참여해 주시는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계십니다. 국왕께서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불행한 국가를 향한 동정심을 원하고 계시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태평양 동단에 위치하며 불가분의 의리라는 인식으로 러시아와 연결된 국가가 완전한 자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러시아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에 입각하여 러시아 정부는 조선이 종국적으로 일본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국왕이 요청하는 지원과 지지에 우호적으로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계십니다.

모든 중요한 국가적 사안을 러시아 한 국가의 조언과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불가피성을 인식한 조선의 국왕 전하는 황제 폐하의 정부가 누구든 권한을 위임 받은 인사에게 조선 대신들의 지도자이자 스승의 역할을 일임해 주시고, 그 인사는 내각 최고고문의 자격으로 모든 대신회의에 참석하여 조선 고관들의 활동을 정당하면서도 이성적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원하고 계십니다. 기초가 매우 부실한 조선의 재정 분야에서 우리 고문의 지시는 경험이 일천한 조선 정부에게 특별한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군사 분야를 올바로 조직하는 것 역시 조선을 위해 재정분야 못지않게 중요하고도 불가피합니다. 국왕 전하께서는 신뢰할 수 있고 잘 훈련된 군부대를 조직하고 싶어 하십니다. 초기에는 부대의 병력을 3,000명으로 예상하고 계시는데, 조선 왕국의 재정이 빈약하여 보다 광범위한 목적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왕 전하의 판단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이런 병력만으로도 국내의 소요와 조선의 독립에 대한 외부의 침해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러시아가 조선에서 군대 조직의 노고를 감당해주면 국왕께서는 행복해 하실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그것에 동의할 경우 국왕께서는 미래를 낙관하며, 러시아가 조직한 부대의 보호 하에 조선이 지닌 풍부한 자원의 개발에 전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전문을 이용하여 위와 같은 요청을 각하의 결재에 올리겠다고 국왕 전하에게 약속드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본인의 지난 1월 20일자 № 10 보고서에서 이미 상기시켜드렸던 총참모부 소속의 카르네예프^{주 001}

각주 001)

카르네예프(В.П. Карнеев).

대령에게 여기 동봉하는 단신(短信)을 작성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본 단신 속에서 카르네예프 대령은 조선 현지의 모든 조건에 대해 우리와 공동으로 검토한 후, 조선 국왕께서 우리에게 호소하신 요청을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조선 군대의 훈련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입각해야만 하는 모든 원칙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본 단신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듯이 우리의 군사 교관단을 조선으로 파견하는데 드는 비용은 5년 동안 200т.р.с.^{주 002}

각주 002)

단위로 나와 있는 ‘т.р.с.’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음.

를 약간 상회합니다. 이 액수에는 러시아로부터 운송해 와야 하는 무기와 군수품 가격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황제 폐하의 정부가 위에서 언급된 조선 국왕의 요청에 우호적으로 응하실 경우, 조선에서의 군사업무 조직이 그 어느 것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는 만큼, 교관단의 파견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저의 아둔한 견해인 바, 위와 같은 제 의견을 서둘러 각하께 제안합니다.

카르네예프 대령은 자신이 서울에 머무는 동안 조선의 현지 조건 및 인사들은 물론 조선 군대의 역사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각 지역을 여러 차례에 걸쳐 여행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그가 조선 육군의 훈련을 총괄하는 매우 힘든 직책을 담당할 만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심심한 충성과 성심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