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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장 근대한국문서

1885년 4월 25일 폐하께서 재가하시어 5등관 베베르에게 하달된 비밀훈령의 사본

Копия с Высочайще утвержденной в 25 день Апреля 1885 г. секр. Инструкции Статскому Советнику Веберу
  • 구분
    훈령
  • 수신자
    베베르
  • 번역·감수
    김종헌, 이원용, 조재곤, 하원호
  • 발송일
    1885년 4월 25일(1885년 4월 25일)
  • 문서번호
    АВПРИ,ф.150,оп.493,д.214,лл.27-52об.
  • 원소장처
    제정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 대분류
    외교
  • 세부분류
    외교정책/동맹·조약·협정/이민
  • 주제어
    비준서 교환, 육로통상장정, 러시아 군사교관단
  • 색인어
    조약, 비준, 블라디보스토크, 청불전쟁, 서울, 상설대표부, 크로운, 슈네우르, 시페이예르, 불가리아, 중립화, 벨기에, 운코프스키, 라자례프, 프리아무르, 육로통상, 일본, 천진, 다비도프, 묄렌도르프, 교관단, 영국, 거문도, 엑스페디치야, 함경도, 러시아정교, 포교, 아프가니스탄
  • 형태사항
    52  , 타이핑  , 러시아어 
고결하신 황제폐하께서는 지금까지 우리의 대표가 존재하지 않았던 조선에 우리의 대리공사 겸 총영사로 귀관을 임명하셨다. 폐하께서 본 직책에 귀관을 임명하시면서 신중히 고려하신 것은 귀관이 장기간에 걸쳐 중국에서 근무하며, 러시아의 극동 이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임지에 도착하면서 귀관의 첫 번째 임무는 조선 측의 전권과 작년 6월 25일에 체결한 조약의 비준을 교환하는 것이다. 본 조약은 조선이 독일과 영국에게 제공한 것과 동등한 조약상의 권리와 이익을 러시아에게 보장해 줄 것이다.
귀관은 초기에 우리가 본 조약으로 우리 스스로를 한정지을 수밖에 없는 원인과 조선과의 정치 및 무역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의 해결을 일정 기간 연기해야 하는 원인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원인은 조선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점, 청불전쟁의 결과가 청의 속국인 조선과도 연관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일부 열강들이 조선을 상대로 자신의 탐욕적 음모를 학대하고 있는 점 등에 존재한다. 조선은 수단주 001
각주 001)
경제 및 군사적 분야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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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적절한 수준에 전혀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태평양 상의 우리 영토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비해 우월한 항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남우수리 지역의 주민들에게 식품이나 가축 같은 일차적인 생활필수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 또한 지니고 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런 음모의 실현은 우리의 이익에 극도로 유해하다. 이상의 사실을 고려하여 조선에서 최대한 여타 열강들과 동등한 수준의 기반을 확보하고, 조선이 복잡한 상황에 말려들거나 타국의 이익범위로 흡수될 경우 우리가 국외자로 남지 않고자 빠른 시일 내에 조약을 체결해야만 했다. 서울에 우리의 상설대표부를 개설함으로써 러시아의 이익에 가장 상응하는 방침에 따라 조선과의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따라서 황제의 정부는 귀관이 모든 노력을 다하여 이런 목표를 달성해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침탈기도로부터 조선의 독립과 불가침성을 보다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해 최근까지 조·중 양국의 주종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 이유는 최약소국 조선은 중국의 침략에 대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타국의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해 수차례 증명된 바와 같이, 중국과의 충돌은 매우 곤란한 상황을 초래했으며, 긍정적인 결말로 맺어진 경우가 드물었다. 따라서 열강들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매사에 조심성을 지침으로 삼았다. 조·중 양국의 주종관계를 인정하는 우리의 관점 역시 바로 그런 이유에 기초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이런 관점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선의 내부 상황을 보다 더 직접적으로 확인함에 따라 현저하게 변했다. 이런 관점은 조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독일인 폰 묄렌도르프에 의해 변했다. 묄렌도르프가 작년에 크로운(Кроун) 육군소장 및 북경주재 육군무관 슈네우르주 002
각주 002)
니콜라이 야코블레비치 슈네우르(Николай Яковлевич ШНЕУ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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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령과 함께한 각각의 논의 석상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조선은 자신이 처한 세기적 폐쇄성에 종말을 고하고 변혁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변혁의 장애를 목격하고 있는 젊은 국왕은 러시아, 영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공동보장이 조선의 자주와 불가침성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의 육군무관이 그런 개념의 비 적절성과 러시아 단독보호의 우월성에 대해 설명하자, 묄렌도르프는 그의 견해에 동조했다. 또한 그는 조선의 국왕과 함께 이미 위와 같은 개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이 사라졌고 조선의 국왕 역시 자신의 충고에 따라 러시아 단독의 보호를 요구할 것으로 보증한다고 첨언했다.주 003
각주 003)
제1차 한러밀약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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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서울에서 발생한 사태주 004
각주 004)
갑신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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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중국과 일본 간의 지배권 투쟁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조선 정부가 위와 같은 의미에서 새로이 진술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사건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도쿄주재 러시아 공사관의 서기관 시페이예르주 005
각주 005)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시페이예르(Алексей Николаевич Шпейе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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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전함 편으로 조선의 제물포로 파견한 후, 가능하면 서울로 향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그의 임무는 우선적으로 묄렌도르프를 통하여 조선정부의 진의를 규명하고, 어떤 조건 하에서 러시아가 조선을 보호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묄렌도르프의 견해, 그리고 우리가 조선에 보호관계를 제공하는 대가로 조선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등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시페이예르의 조선 파견은 단기간이었지만 사건의 정황을 해명하는데 매우 유익했다. 그가 수집한 정보에 의해 밝혀진 것은 서울의 지난번 소요사태가 일본인에 의해 발생했으며, 일본에서 교육 받은 소수의 친일파 조선인에 의존하고 있었던 일본의 외교대표 다케조에주 006
각주 006)
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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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재의 조선국왕을 폐위시키고 그 대신 방계의 나이어린 아들주 007
각주 007)
흥선대원군의 종손자이자 국왕의 종조카 이준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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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권좌에 앉힌 후, 그의 명의로 친일파가 국가를 통치하도록 만들려는 야심만만한 의도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수비대가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여 궁궐에서 모반자들을 몰아냄에 따라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시페이예르의 상기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의 주민들은 버릇없고 오만한 태도의 일본인들에게 오래전부터 적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전혀 달랐다. 조선인민들은 중국 병력이 서울에 주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정 간섭을 자제하고 통치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언제나 힘든 시기에 지원과 지지를 제공하는 선에서 스스로를 자제하는 중국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12월 사태의 발생 직후 러시아 관원이 서울을 방문함으로써 가장 호의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국왕은 물론 그의 대신들 역시 그런 상황 속에서 러시아황제의 정부가 보여준 뚜렷한 관심과 배려의 징표를 확인했으며, 시페이예르에게 뜨거운 감사를 표명했다. 심지어 서울 주민들마저도 그에게 명백한 공감을 표했다.
시페이예르의 조선 방문은 공식적 성격이 아니었다. 따라서 조선 대신들을 상대로 러시아의 조선 보호에 관한 문제를 협상하기 곤란했던 시페이예르는 그 사안을 묄렌도르프에게 직접 설명하는 수준에서 자제했다. 묄렌도르프는 슈네우르 대령에게 이미 제안한 것과 동일한 내용을 시페이예르에게도 언급했다. 즉 러시아가 조선을 보호국으로 받아들여 불가리아 공국과 같은 지위를 조선에 부여하거나,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면 조선을 중립화하여 아시아의 벨기에로 만드는 국제조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만 조선은 자신의 장래를 안심할 수 있는 만큼, 이 두 가지 구상에 대한 선택권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일임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거듭 밝혔다. 묄렌도르프는 첫 번째 계획의 조건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것의 전개만을 상상하면서, 조선의 보호가 러시아에게 불리한 만큼 황제의 정부가 본 문제를 논의하기 적절한 시점에, 조선은 보상의 차원으로 자국 항구 중 한 곳을 러시아가 선택하여 항만시설을 설립하는 것에 동의하며, 필요한 경우 러시아 군대는 비밀조약을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그 항구에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묄렌도르프의 견해에 따르면 북위 36도 5분 45초에 위치한 완벽한 부동항이자, 북위 3도 더 북쪽에 위치한 라자례프주 008
각주 008)
송전만(松田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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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의심의 여지없이 월등한 운콥스키주 009
각주 009)
영일만(迎日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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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이 그런 항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는 항구 제공과 관련하여 복잡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러시아 정부가 모종의 무역회사, 예를 들면 중국에 소재한 〈스타르체프 & Co.〉에게 조선 정부로부터 항구 주변의 모든 토지를 미리 임대하게 만든 후, 협상에 임하도록 하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페이예르의 보고서가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기 전에 외무부는 프리아무르주 총독이 발송한 지난 2월 3일자 전문을 수신했다. 본 전문(電文)에 따르면 조선 국왕에 의해 파견된 수 명의 조선 관헌이 우리의 국경위원회를 방문하여, 조선 국왕이 한편으로는 일본의 야심 찬 의도 때문에 위협받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 군사원조를 부탁할 경우 중국에 완전히 예속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선 국왕은 러시아에 조력을 청하여 일본이 자신의 계략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왕위 찬탈 음모에 가담했으나 정변이 실패하자 해외로 도주한 조선인 관리 5명을 조선 측에 인도하도록, 러시아가 일본을 강압해 달라고 언급했다. 당시 사절단은 조·러 간에 체결된 조약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확인하고, 육로통상에 관한 특별 조약의 체결을 희망한다고 했다.
육군소장 코르프 남작은 황제폐하의 명령에 따라, 최근의 소요사태에 관한 첫 정보가 도착하는 즉시 러시아 황제께서는 조선의 상황에 직접 동참하실 것이 명백하다고 사절단에게 답변했다. 러시아 정부는 조선의 불행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태의 정황을 직접 확인하고자, 군함과 일본주재 러시아 공사관 소속의 시페이예르 서기를 서둘러 제물포로 파견했다. 그의 보고를 기다리면서 우리의 공식대표를 빠른 시일 내에 조선으로 파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 대표의 임무는 체결된 조약의 비준을 교환하고 육로통상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며,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적절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조건을 조선 정부와 함께 고찰하는 것이다. 한편 태평양 주재의 해군 사령관에게는 조선의 해안을 감시하라는 명령이 내려질 것이다. 그와 동시에 프리아무르주 총독이 지역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외무부는 복잡한 대외적 분규에 처하지 않고서도, 조선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통보해 줄 것을 총독에게 부탁했다.
지난 2월 3일과 9일자 비밀전문에서 언급되었던 육군소장 코르프 남작 견해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즉 그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청일 간의 대 조선 지배권 투쟁을 가장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승리할 경우, 만주를 위한 항구가 확보되면서 만주지역은 발전하겠지만, 우수리스크 지역은 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승리하면 가공할 만큼 강력해진 일본은 우리에게 위험한 이웃국가가 될 것으로 보았다. 특히 그는 일본이 유럽의 한 국가와 연합하게 되면 조선에서 자리를 잡는 중인 우리 상선단(商船團)이 말살될 것으로 보았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할 때, 우리의 영향력 아래 조선의 독립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를 위한 최선의 결과라는 것이다.
시종무관장 코르프 남작은 중국과의 전쟁이 우리 입장에서 극도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며, 그 기간 역시 길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에 더하여 우리의 극동 지역에는 거의 군부대가 존재하지 않으며, 현지 조건에 따르면 군사력의 보강 역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본과의 무력 충돌이 위험하지 않은,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유리한 정치적 상황, 즉 다름 아니라 청불전쟁으로 인하여 중국이 극도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영국이나 프랑스 모두 동일하게 곤경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조선을 상대로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코르프 남작은 이런 조치의 성격을 미리 결정하는 것에 앞서, 조선정부에 파견될 우리 대표가 중국 또는 일본 군대의 서울 주둔에 대해 항의를 표명해야 하며, 만약 이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 분견대를 파견하여 조선을 점령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러시아 부대를 조선으로 파견하는데 곤란할 것이 없으며, 비용 역시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 함대는 조선의 항만, 특히 그 중에서도 라자례프 항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르프 남작 스스로도 이런 조치가 극단적이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는 것보다는 이런 조치들이 덜 위험하다고 인식했다. 즉 우리가 서울에 주둔하고 있으면, 적게는 하나의 적을 갖게 되지만, 크게는 하나의 주둔지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재원이 극도로 궁핍함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예상을 실행하려면 일시적인 정치적 혼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 예상이 전적으로 옳은 것으로 판명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사전에 보장되어야만 한다. 즉 우선 위와 같은 혼란이 중단되지 않음에 따라, 우리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지 못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외부로부터의 매우 적대적인 기도에 대응하여 그 지위를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조선에서 우리의 지위가 확고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잠시 동안 망설인 일본 정부는 분규에 연루될 수 있는 위험을 의식하여, 작년 소요사태주 010
각주 010)
갑신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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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 주재 일본대표부에 가해진 모욕주 011
각주 011)
일본 공사관의 소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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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배상하는 문제로 조선은 물론, 중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그런 연유로 서울에 파견된 일본의 외무대신 이노우에 백작은 조약을 조선정부와 체결하여, 자신의 확신을 명백하게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이노우에주 012
각주 012)
이노우에 카오루(井上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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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은 서울에 주둔 중인 중·일 양국 군대의 상호 지위와 관련해서는 중국 측 전권사절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이토가 북경으로 향했으며, 북경주재 우리나라 공사가 보고한 바와 같이, 그는 양국 군대의 동시 철병에 대한 북경 정부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한편 당시까지 청불전쟁이 자국 이익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영국 정부는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 간의 국경선 획정에 따른 어려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바, 상호 적대적인 양측을 서둘러 중재하기 위해 1884년 5월 11일 천진(天津)에서 청, 불 양국 전권들이 체결한 사전 협약으로 성립된 원칙에 입각하여 강화하도록 설득했다. 영국정부가 강화조약을 중재한 것은 중국을 자유롭게 만들어줌으로써 아프간 문제에 관한 영·러 협상이 무력충돌로 종결될 경우, 우리와 대치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아야만 한다. 그 외에도 영국은 중국과 프랑스의 강화에 따른 직접적 이익을 향유하기도 했다. 즉, 영국의 국기가 동해에서 중국해로 향하는 항로 중간에 위치한 최고의 항구 해밀턴 항주 013
각주 013)
거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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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게양되었으며, 그 지점에 저탄소를 건설했다. 따라서 후일 거문도는 강력한 해군기지로 변할 수도 있다. 일본의 대신들이 도쿄주재 러시아 공사에게 통보한 정보에 기초하면, 영국의 거문도 점령은 중국 정부의 동의하에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우리 외무부도 북경주재 러시아 공사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그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4등관 다비도프주 014
각주 014)
알렉산드르 페트로비치 다비도프(Александр Петрович Давыдо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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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선 정부가 사태 파악을 위해 자국 관리를 그곳으로 파견했으며, 영국인들도 조선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조선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시작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철저한 형안과 극도의 용의주도함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궁극적 목적이 타 열강들의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에 있지 않고, 지배적 영향력의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달성하면, 러시아 극동지역은 반드시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 즉 타 열강의 영향력 하에 복속된 조선은 우리에게 위험의 수준은 아닐지는 몰라도, 정치적 혼란기에 반드시 우리들이 고려해야만 하는 그런 이웃이 될 수 있다.
조선에서의 모든 음모는 우리의 영향력 강화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 설정되어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음모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조선정부의 완전한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며, 모든 관심과 제안을 우리와 논의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여, 귀관은 부임 초부터 조선의 국왕과 그 대신들에게 황제폐하의 내각이 조선의 운명에 직접 참여하실 것이며, 만약 조선의 독립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면 정신적, 물질적으로 언제나 실질적인 협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 만약 귀관에게 그런 협력이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경우, 반드시 귀관은 협력의 형태는 전적으로 상황에 따른 것인 만큼 예견은 실로 곤란하며, 황제폐하의 정부는 조선의 재원과 관련하여 보유한 정보가 실로 빈약한 만큼, 협력의 형태를 명확하게 표명하기에 앞서, 보다 가까이서 재원 상태를 확인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대답하라.
조선과 열강들 간에 필연적으로 성립되어질 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우리에 대한 조선정부의 신뢰를 강화하는 실질적 방법일 것으로 판단된다.
즉 중국이 현재까지 조선의 자주적 존립을 침탈하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은 중국 정부의 중용 때문이 아니라, 조선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현 청조의 고향인 만주가 처한 조건 때문이었다. 청조의 통치자들은 중국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한 후, 만주족을 위해 만주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흥망성쇠에 대비하여 믿을만한 발판을 항유(恒有)하려는 의도에서 외부의 모든 영향으로부터 만주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반드시 만주족이 그 지역의 지배적 구성인자가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만주족에 비해 더 유능하고 발전된 중국 주민들이 만주로 집결하자 청조의 통치자들은 그것을 시샘하듯 막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서 채택된 방법들은 상황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즉 중국내 각 성에서 과도하게 남아돌던 인구가 외지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광활하고 비어있으며, 자연적 부 또한 갖춰진 공간, 만주로 유입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인들의 이주에 대응할 수 없음을 확인한 중국 정부는 마침내 이주를 법제화하기로 결정하고, 중국 행정부를 설치하여 공지(空地) 내의 이주민을 관리했다. 그 결과 만주에 거주하는 중국 주민의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구의 지나친 증가와 자산이 증대되면 주민들은 정착 지역을 확장하고, 만주가 보유하지 못한 태평양 상에서의 항구를 획득하길 원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시기가 도래할 경우, 조선이 중국인의 첫 번째 전리품이 될 것이다.
조선으로부터 먼 곳에 위치한 열강 중, 그 어느 국가도 중국인의 강습에 최소한이나마 대응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유일한 직접적 이웃국가인 러시아만이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조선을 자신의 보호 하에 받아들일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그래야만 하는 필요불가결한 입장에 처해있다. 귀관은 위와 같은 사실을 조선 정부에 알려주어야 한다.
묄렌도르프의 발언에 따르면, 열강에 의한 집단보장은 조선 국왕이 고안했다. 그러나 이런 조건 하에서 위와 같은 집단보장은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하는데 효력이 없으며, 아시아의 벨기에라는 지위가 조선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안전을 위한 유일한 담보는 조선의 방어력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협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조선의 방위책 발전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조선군의 훈련을 위해 러시아 장교와 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이다. 묄렌도르프가 도쿄주재 러시아 공사에게 전해 준 비망록에 적혀 있는 바와 같이, 청·일 양국 군대의 동시 철병과 관련하여 양국 간에 체결된 조약이 교관단 파견에 특히 도움이 된다. 중국 정부가 독일 군사교관의 도움을 받아 자국 군대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매우 현실적인 방안을 채택했으며, 그 결과 역시 북경주재 우리나라 육군무관의 견해에 따르면 실로 가시적이었다고 한다. 조선 정부는 자신의 군사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위의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귀관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세심함을 기울여 이 사안에 대해서 조선정부와 논의해야 한다.
묄렌도르프가 러시아의 공식 인사들과 의논했던 보다 섬세한 문제, 즉 조선에 대한 러시아의 보호관계 설정 및 조선 내 항구 중 한 곳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 등을 공표하려면, 특히 최적의 상황이 요구되며, 평화의 유지라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태평양에서의 극동 방어를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충분한 수단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친 긴장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 국왕 그리고 그의 이름으로 발언했던 묄렌도르프 양자 모두 귀관의 부임 초기부터 귀관을 통해 상기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점을 파악하려 들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귀관이 그 문제에 대해 국왕 또는 대신들과 회담을 나눌 때는 이론적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황제 폐하의 정부는 조선 정부의 제안에 대해 전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에게 밝혀야 한다. 귀관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조선 국왕과 대신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상기의 제안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후 그 진실성을 완전하게 확인한 시점에서, 묄렌도르프의 제안이 실행될 수 있는 조건을 상세하게 검토·분석하기 바란다. 여기서 시페이예르가 저지른 부주의함을 고려하여, 귀관의 담판이 비밀에 부쳐질 수 있도록 극히 조심하라. 비밀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열강 특히 중국이나 일본처럼 조선과 인접한 국가의 반감을 미리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럼 회담의 결과는 물론 조선에 있어서 우리의 전반적 지위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귀관은 회담을 통해, 모든 외부의 혼란으로부터 효과적 형태로 조선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희생이 조선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항구를 제공받는 것으로부터 획득하게 될 이익에 의해 충분히 보상될 수 있는가를 밝혀내야 한다. 귀관은 위의 사안과 그에 따른 모든 세부적인 사항을 밝혀내기 위해 당연히 프리아무르주 총독 및 태평양함대장의 협조와 명령을 받아야 한다. 위 사안에 관한 협조와 명령은 부속 훈령으로 전달될 것이며, 그에 대해 귀관은 귀관이 수집한 모든 정보와 귀관의 판단을 비밀리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우리에게 항구를 제공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선 해안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묘사해야한다.
이와 동시에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할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귀관은 모든 노력을 다하여 거문도 점령이 조선 정부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진 것인지, 그렇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독특한 의무에 조선 정부가 스스로 구속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밝혀내야만 한다. 조선 정부가 이번 사건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확실할 경우, 귀관은 조선이 영국에게 거문도를 절대 양보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선 정부를 설득하여 거문도를 모든 열강의 선박이 입출항 할 수 있는 개항장으로 만들어, 거문도가 지닌 영국의 배타적 요항이라는 특성이 사라지게 만들라. 일본 정부가 런던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통해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영국 제독은 타 열강이 거문도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그곳을 점령한 것이며, 거문도에 저탄소를 건립하는 것 이상의 의도가 없다고 한다. 이런 영국의 주장에 따르면, 거문도 점령은 우리와 영국 사이에 발생한 분쟁과 일부 연관되어 있다. 그 분쟁이 해결될 경우, 대영제국 정부 역시 국제법적 의미에서 거문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황제의 내각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않고 제안할 것이다.
귀관은 조선의 현지 사정을 보다 더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조선 정부 및 조선 국왕과의 개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의 대표들은 오직 묄렌도르프하고만 접촉했다. 외국인 묄렌도르프는 우리 이익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완벽하게 갖춰졌음을 보여줬다. 귀관이 개인적으로 확신하고 있는 바와 같이, 조약체결 당시 그는 우리에게 실로 유익했으며, 특히 황제폐하께서 수여하신 훈장을 고려하면, 확실히 이후에도 우리에게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시페이예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묄렌도르프는 부주의, 무절제 그리고 금전욕 등과 같은 심대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의 현직을 유지시키되, 조선의 대신 및 국왕과 확고한 관계를 직접 맺어두고, 국왕이 그 어떠한 배타적 영향력 하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하여 국왕이 습관적으로 러시아의 대표와 직접 의논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 조러 간의 육로를 통한 국경관계는 즉각적인 합의를 필요로 한다. 위 문제의 해결과 관련하여 외무부에 보관중이거나 전임 동시베리아 총독이 가져온 자료들은 전혀 완전하지도 못하고 자세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금년 2월 외무부는 프리아무르주 총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발송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종무관장 코르프 남작이 보고한 정보에 따르면, 조선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생산품은 많지 않지만 조선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축과 급양품의 비축고라는 점에서, 조선과의 육로무역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태평양 연안지역의 미약한 산업발전을 고려하면 실로 이해가 간다. 전체 육로무역은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인 또는 우리 영토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런 자료들에 기초하여 육군소장 코르프 남작은 육로통상조약을 체결할 때,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해야만 유익한다고 보았다.
만주를 위해서는 조선을 거치는 통과무역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우리는 육로무역이 반드시 훈춘으로부터 우리 영토를 지나 엑스페디치야(Экспедиция) 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중국이 그런 통과무역을 조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생산품을 만주에 판매할 때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송화강(松花江 Сунгарь)주 015
각주 015)
흑룡강(黑龍江, 아무르강)의 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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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개방하도록 중국에게 강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조선 내부로 가능한 한 더 깊숙하게 침투함으로써 조선이 우리에게 강한 매력을 갖게끔 만들 수 있으며, 두만강을 따르는 자유항행도 금지될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 체결한 조약에 의해 규정된 바와 같이, 현재 이행 중인 자유무역은 러·청 양국 국경으로부터 각 50베르스타주 016
각주 016)
1베르스타는 1.067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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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허락되어 있다. 이런 예에 따라 조러 국경으로부터 최소한 [조선의 방향으로]100베르스타까지는 중국과 일본 상품의 유입 그리고 양국 군대 주둔 및 관리의 주재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상품이 인하된 관세에 따라 내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주정, 아편, 무기 그리고 탄약의 교역을 금해야 한다.
위에 언급된 사실들에 대한 논의에서 외무부는 다음과 같이 확신하고 있다. 즉 우리의 주요 목적이 조선에서의 배타적 지위 확보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우리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과 특권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서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지 못하면서도, 최혜국 대우의 원칙에 기초한 타 열강들이 동등한 혹은 동일한 의미의 특권을 강청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식의 양보를 조선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아마도 약소국 조선은 열강의 그런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어 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민족에게 그런 특권이 제공되면, 조선에서 외국의 영향력과 이익이 공고해질 뿐이다.
위와 같은 외무부의 예상처럼, 조·러 국경지대에서의 자유무역 승인을 구실삼아, 타 열강들이 다른 요구를 제시할 수 있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외무부가 알고 있는 한, 조선과의 유일한 육로 접경 국가인 중국이 자유무역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상품의 육로운송은 해상운송에 비해 매우 곤란하고 비싸기 때문이다. 비록 조선의 대신들은 귀관과 논의하면서 국경지대에서의 자유무역 승인이나 관세율 인하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회피할 것이며, 귀관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 역시 최혜국대우의 원칙에 입각하여 중국과의 관계에서 허용된 것보다 불리한 조건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불리한 조건에 동의할 경우 불가피한 결과로서 모든 무역을 중국인이 장악하면서, 우리의 이익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조·중 간의 번속관계가 이런 불평등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중국 황제나 조선 국왕의 성명을 통해서 양국의 번속관계가 무역정책에 있어 조선의 독립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 국왕 역시 이런 관계에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하여 귀관은 50베르스타 이내의 국경지대 또는 남 우수리 변강과 접경한 조선의 함경도에서 러시아 인민에게 무관세 매매를 허여해 줄 것을 조선 정부에 요청하라. 여기서 조선 정부가 우리의 요구에 보다 쉽게 따르도록 만들기 위하여, 만약 무역규모에 제한을 둘 경우, 그로 인한 관세부과가 가져다 줄 이익은 하찮은 것에 불과지만, 그런 제한이 조선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조선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라. 만약 중국의 무역이 관세적용을 받게 될 경우에 한하여 우리도 모종의 양보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귀관은 조선의 국경 도시 중 한 곳에서 상업에 종사하는 러시아 인민들의 상주권 및 가능한 한 넓은 지역, 예를 들어, 함경도 내에서의 자유 여행권에 대해서도 조선정부에게 동의를 요청하라.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상기 지역에서 러시아인이 현지인과의 합자회사와 같은 형태일지라도 예를 들어 광산업 등과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허가해 달라고 조선 정부에 요청하라.
주정, 아편, 무기 그리고 탄약의 무역은 프리아무르 주 총독의 견해에 따라 무조건 금지되어야 한다.
육군소장 코르프 남작은 중국 및 일본 상품이 조선을 거쳐 (러시아로-역주)수입되는 통과무역이 개설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무부 역시 그의 견해가 실로 바람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프리아무르주 총독의 제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현지에서 의논하도록 귀관에게 명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 문제는 조약의 비밀조항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또한 두만강 항행금지에 관한 문제는 귀관이 현재의 항행 상황과 관련하여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 기초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외무부의 견해이다. 두만강 항행 문제에 대한 조선정부와의 협약은 외국 선박의 두만강 진입 가능성을 배제해야만 한다. 또한 중국이 송화강을 우리에게 개방하지 않을 것임을 고려하여 중국의 선박 역시 두만강 항행에서 배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외무부의 견해이다.
조선과의 무역관계가 발전하는 정도에 따라 새로운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는 만큼, 처음 체결될 육로통상에 관한 조약은 예를 들면, 5년 정도로써 가능한 한 유효기간을 설정해 두고, 양국 정부 간에 새로운 협약이 성립되기 전까지는 제반 규칙이 효력을 유지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와 같은 사안 이외에도 육로통상에 관한 조약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1. 조러수호통상조약에 의거하여 본 조약의 체결 일자인 1884년 6월 25일 이전에 러시아 영토로 이주한 모든 조선인들은 러시아 인민에게 보장된 모든 권리를 누리는 러시아 인민으로 인정한다. 프리아무르주 총독은 향후 조선인민이 계속해서 이주하는 것은 남우수리 변강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인정했다.
2. 조선 북부에서 러시아 영사관 설립 요청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우리 측 입장을 고려하여 프리아무르 주에서 조선 영사관의 설립을 허락할 수 없다. 이 경우 남우수리 주의 국경위원회가 조선 북부 지역을 방문하여 그곳에 거주하는 러시아 인민을 보호하고, 러시아 인민 간에 또는 러시아 인민과 조선 인민 간에 발생하는 분쟁을 판결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조선의 지방관헌과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반드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3. 프리아무르주 총독이 서울주재 러시아 대표에게 파견한 관원은 육로를 통해 서울을 방문할 수 있는 권리를 지녀야 한다.
4. 조선을 여행하는 러시아 인민 또는 러시아에 입국한 조선인민들은 의무적으로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조선 정부에게 러시아 인민의 여권 신고 건수 당 1루블 이하의 세금 징수권을 제공할 수도 있다. 단, 러시아가 조선 인민의 여권에 대하여 위에 언급된 세금을 부과하기 이전에 징수되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조약을 체결하라.
위에 서술된 것 외에도, 서울과 프리아무르주 사이에 우선적으로 가장 간단한 형태의 서신 및 신문 송달용 우편연락소 설립,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울까지의 전신선 가설과 관련하여 조선정부의 동의를 구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전신선 가설 시, 러시아는 조선 정부에 조력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귀관에게 교시가 전달될 것이다.
묄렌도르프는 우리나라 육군무관 슈네우르 대령과 논의하는 자리에서, 조선 국왕은 이교도 국가가 유럽 열강의 눈에는 적절한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기독교 중 하나의 교단을 조선의 주 종교로서 공표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했다. 묄렌도르프는 중국과의 번속관계로부터 조선이 자유로워지기 이전에는 이런 정책을 실행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조급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당분간은 조선에 거주 중인 러시아 인민을 위해 자유로운 러시아정교의 신교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이 흐르면 그런 상황이 조선 인민들 사이에 러시아정교를 확산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영토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러시아정교를 흔쾌히 받아들였는바, 바로 그것이 바로 조선 내에서도 상당한 수준에서 성공적인 포교의 담보가 될 것이다.
 
(서명)...

  • 각주 001)
    경제 및 군사적 분야의 수단. 바로가기
  • 각주 002)
    니콜라이 야코블레비치 슈네우르(Николай Яковлевич ШНЕУР). 바로가기
  • 각주 003)
    제1차 한러밀약설을 말한다. 바로가기
  • 각주 004)
    갑신정변. 바로가기
  • 각주 005)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시페이예르(Алексей Николаевич Шпейер). 바로가기
  • 각주 006)
    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郞). 바로가기
  • 각주 007)
    흥선대원군의 종손자이자 국왕의 종조카 이준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가기
  • 각주 008)
    송전만(松田灣). 바로가기
  • 각주 009)
    영일만(迎日灣). 바로가기
  • 각주 010)
    갑신정변. 바로가기
  • 각주 011)
    일본 공사관의 소실을 말한다. 바로가기
  • 각주 012)
    이노우에 카오루(井上馨). 바로가기
  • 각주 013)
    거문도. 바로가기
  • 각주 014)
    알렉산드르 페트로비치 다비도프(Александр Петрович Давыдов). 바로가기
  • 각주 015)
    흑룡강(黑龍江, 아무르강)의 지류. 바로가기
  • 각주 016)
    1베르스타는 1.067km이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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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4월 25일 폐하께서 재가하시어 5등관 베베르에게 하달된 비밀훈령의 사본 자료번호 : kifr.d_0004_0100_0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