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해관계

일본이 한국과 여순항에 공격기지를 갖게 되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및 산업화된 유럽 전반에 위협이 된다.

중국은 유럽 열강의 개발 대상이라는 이유로 일본으로부터 기술적 도움을 받아 자국의 온전한 영토와 자주성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또한 일본이 강해짐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예상도 할 수 있다. 중국은 1894~1895년 전쟁으로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상실했지만, 대영제국이 중국에서 갖고 있는 이해관계는 한 가지밖에 없다.

중국의 전체 대외무역 중 ⅔는 영국이 차지하고 있다. 1898년 조약에 따라 대영제국의 무역이 중국에서 다른 모든 나라의 무역을 앞지를 때까지 중국 항만세관 책임자는 영국인이 맡아야 한다. 러시아의 중국 수출액은 50년 전에 600만 루블이었고, 1899년에는 750만 루블이었다. 즉 우리의 수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급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산업 국가들과의 무역 경쟁을 견뎌낼 수 있는지 가늠해 줄 수 있는 척도는 페르시아가 아니라 터키이다. 페르시아는 우리에 대해 완전히 예외적인 조건을 두고 있는 반면, 터키에서는 유럽 전체와의 교역 조건이 어느 정도 동일하며, 우리와 터키의 무역은 석유를 제외하고는 거의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와 중국의 무역이 대폭 확대되려면 시베리아와 우리의 태평양 영토에 사람들이 이주하고 그곳에서 산업이 발전하게 될 정말로 아주 먼 미래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영국이 보기에 러시아는 중국에서 전혀 위험한 무역 경쟁국이 아닌 것이다.

일본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위치에, 노동력이 싸고, 문화 산업의 발달이 빠른 데다가, 역사적으로 공통된 문화를 가졌고, 업무 교류가 용이하며(언어의 이해), 대체로 중국과 상호 동질적인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중국에서 영국의 위험한 무역 경쟁국임에 틀림없다. 여기에는 타지에서 온 유럽인들에 맞서 아시아 제민족의 정치운동을 선도하겠다는 일본의 정치적 이상도 한몫 한다(일본인들의 선동에 대한 정보는 중국, 몽골, 시암,^{주 013}

각주 013)

태국 왕국의 옛 이름.

인도에서 입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 일본의 무역 이익이 확대되는 것은 영국으로서는 분명 심히 언짢은 일이며, 일본이 대륙에서 전진기지(한국－여순항)를 획득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는 점이 이해가 된다.

일본의 대중(對中) 무역은 최근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는 다음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연도	1868	1879	1884	1889	1894	1895	1896	1897	1898
(단위: 백만 엔)
수출	10.7	33	32.2	66.2	121.7	138.7	171.7	219.3	277
수입	15.5	28.2	34	70.2	113.3	136.2	117.8	163.1	165.7

 

1900년쯤 되면 일본은 이미 중국과 홍콩에서의 수출입 면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독일과 프랑스를 한참 따돌린 뒤 영국 다음으로 1위를 차지한다. 이는 다음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국가	중국으로 수출	중국에서 수입	홍콩으로 수출	홍콩에서 수입	중국 및 홍콩과의 총 무역거래액
(단위: 백만 루블)
대영제국	53.2	22.3	27.9	10	113.4
일본	30.8	28.8	37.9	10.3	107.8
미국	26.1	58.7	16.4	4.1	105.3
영국령 인도	37.9	3.1	52.8	12.4	106.2
프랑스	2	85	-	-	87
러시아	7.5	43.5	-	-	51
독일	20.1	16.2	-	-	36.3

 

중국에서의 무역·정치적 경쟁 외에 일본은 군사적인 면에서도 영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영국이 자국 무역로의 자유로운 항해를 방해하려는 적함의 시도로부터 그 무역로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 얼마나 혜안을 가지고 극도로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전함은 유럽 대륙 두 열강의 함대를 합친 것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영국은 자국을 그 식민지 및 아시아 주요 시장들과 연결해 주는 가장 중요한 무역로의 전략 지점들, 즉 지브롤터, 몰타, 수에즈, 아덴, 실론,^{주 014}

각주 014)

스리랑카의 옛 이름.

싱가포르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흑해에 범선 함대를 건설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크림전쟁이 발발했다(캐닝과 파머스턴의 책략). 러시아에 적대적인 정책은 그때부터 영국의 전통이 되었고, 우리는 캐닝의 숭배자인 디스라엘리가 1876~1877년 영국정부의 수반이 되자마자 재차 영국과 충돌하였다. 터키는 영국의 정략적 도구에 불과했는데, 1853년에는 터키와 프랑스가 그런 도구가 된 바 있다. 이후에는, 주지하다시피 1893~1896년 아르메니아 폭동사태 때 영국이 우리를 부추겨 터키와 전쟁을 하게 하려 했다. 당시 영국이 그런 책략을 쓴 진정한 동기는 물론 아직까지 문서상으로 한치의 의혹도 없이 증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사실들을 비교 조사해 보면, 이 경우 영국의 정략의 근본 동기는 새롭게 나타난 위험에 맞서 자국의 주요 무역로와 무역·정치적 이익을 확보하려고 고심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두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이 일치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ㄱ) 1893년부터 영국의 대(對) 터키 정책은 캐닝과 디스라엘리가 만들어놓은 길에서 급선회하여, 이전의 우호 대신 노골적인 적대 노선을 취했다. ㄴ) 이와 동시에 터키에서는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 현상 하나가 유독 관찰되기 시작했는데, 터키와 독일이 상부상조를 토대로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즉, 독일은 터키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터키 병력의 향상을 위해 힘쓰고, 터키는 소아시아에서의 무역산업 계획과 관련해 독일에 특전을 제공하게 된다. 이 계획들 가운데 바그다드 철도 이권은 영국 입장에서 특히 중요하고도 위험하다. 이 위험성은 영국에게 이중으로 나타난다. 1) 터키 입장에서 이것은 인도로 진격하여 인도의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터키 승려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길이고, 2) 독일 입장에서는 페르시아 만과 인도양에 독일의 무역․정치적 이익을 조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만일 독일이 터키 육군을 강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작업한 것처럼 그렇게 터키 해군을 강화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게 된다면, 영국은 또한 다르다넬스^{주 015}

각주 015)

터키 북서부의 좁은 해협.

에서 공격을 받을 위험이 생긴다. 그밖에, 우리는 바그다드 문제가 우리의 국익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되었다고 간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은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바그다드 철도 건설로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독일 및 터키의 이익과 결합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바그다드 철도로 영국이 맞게 될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바그다드 철도 건설로 위험이 발생한 것은 1892년의 일로(에스키셰히르^{주 016}

각주 016)

터키 서쪽에 위치한 도시.

－콘야^{주 017}

각주 017)

터키 중부에 위치한 도시.

이권), 영국의 대(對) 터키 정책이 급변하기 바로 전이었다. 영국은 1893~1896년의 폭동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데 실패했으나, 터키에 대한 적대 정책은 중단되지 않고 오히려 독일의 아나톨리회사(Анатолийское Общество)가 바그다드 이권을 최종 획득한 1902년 1월부터 강화되었다. 이때 영국이 아덴과 오만 두 지점을 침략한 목적이 드러났다. 영국은 해안가에 위치한 이 두 지점에서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자국의 주요 무역로를 더 안전하게 확보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은 영국이 유럽에서 펼친 외교술의 동기와 수법을 증명해 준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영국이 막대한 물질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극동, 즉 중국에서 모든 상황이 자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그냥 방관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일본은 1895년 포르모자 섬과 페스카도레스 군도(자신이 이미 방비를 해 놓았음)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거대 항구인 홍콩, 산두,^{주 018}

각주 018)

汕頭. 중국 광동성에 위치한 도시.

하문,^{주 019}

각주 019)

廈門. 중국 복건성에 위치한 도시.

복주,^{주 020}

각주 020)

福州. 중국 복건성에 위치한 도시.

상해 등지와 교류하는 영국의 무역로들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훌륭한 전략적 전진기지를 획득했다. 이 무역로들은 현재 노출된 상태라 영국과 중국의 무역은 일본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일본은 자국의 주요 중심 기지가 가깝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교류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공격 범위 안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대륙에서 위세를 넓히려는 일본의 정책을 영국이 1895년부터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국의 이 정책은 은밀한 계산이라고밖에 달리 합리적으로 설명할 도리가 없다. 즉 일본이 침략 계획을 가지고 대륙에 나타나면 가장 먼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익과 충돌하게 되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는 영국의 대일 정책에 도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1853년에는 터키와 프랑스가, 1876년에는 터키 혼자서 영국의 대러 정책에 도구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에서 영국은 미국 외교술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은 바 있다. 우리는 여기서 뜻밖에도 독특한 정치윤리와 만나게 된다. 이것은 우리 본성에는 전혀 맞지 않지만, 거의 절대적으로 식민지와 외국 시장 덕분에 살아가는 국가에는 반대로 완전히 고유한 특성으로, 말하자면 식민지 본국은 식민지 확보를 위해 전쟁을 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극히 비경제적이게도 단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일본을 부추겨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할 목적으로 일본을 지지하는 정책을 썼는데, 그 외에는 1895년부터 타산적으로 다른 어떤 정책도 따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다.

실제로 1895년에 시모노세키 조약 중 여순항을 포함한 요동반도의 양도 관련 조항 규정에 대해 러시아, 독일, 프랑스가 항의를 하는 데 영국이 가담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 1) 모두가 외교적 행보의 성공을 주로 러시아가 참여한 덕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국익이 가장 먼저 확보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영국은 세계 시장의 무역 경쟁국인 독일이 중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협조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3) 영국은 절대로 위세가 꺾이지 않을 일본을 적으로 두게 되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중국에서 영국의 입지는 악화되기만 할 뿐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1895년에 일본에 맞설 연합을 형성하는 것도 영국은 실패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동맹국들에게는 공동의 진지한 전쟁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은 일본에 대한 압력을 제거한다는 유일하게 타산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예정된 시모노세키 조약 변경안은 물론 영국에 유리한 것이었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밖에 일본 해군력의 약화와 일본 재정의 고갈도 영국에는 이익이 되는 것으로, 이는 일본과 러시아의 전쟁을 통해서만 그 달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일본을 불신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영국이 이후 모든 정책의 방향으로 잡은 것은 일본을 추동해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1900년 7월 영국 측이 중국에 질서를 확립하는^{주 021}

각주 021)

의화단의 난 진압을 의미함.

데 유럽의 이름으로 일본을 참가시키자고 우리에게 제안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청서, 문서 №1).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가장 강력한 요인은 1902년 1월 30일의 영일동맹 조약이었다.

그토록 교활한 영국의 정책은 너무도 큰 용기와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것이어서 당연히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그런 정책은 전통이 되었고, 그 결과 경험을 통해 정책에 필요한 기술적 수법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는 점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결론

일본이 9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하고 영국이 추동한 이 큰 전쟁에는 아주 심오하고 진지한 어떤 원인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지금은 크림전쟁의 원인이 명백하고 정확하게 규명된 상태인데, 이 전쟁도 그렇게 규명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우리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유일한 문서자료인 왕복 외교문서는 사안에서 가장 본질적이지 않은 형식적인 측면만을 조명해 줄 수 있을 뿐이고, 가장 본질적인 내적 측면은 시간이 지나야만 역사가들에 의해 폭로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얽히고설킨 중요한 이해관계들을 평가하여 전쟁의 실제 원인을 추측하는 것밖에 없다. 그 이해관계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1) 일본이 전쟁을 하는 것은 군사․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대륙에 여순항－한국 북부라는 우수한 공격기지의 점유를 확보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의 나머지 지역은 필연적으로 일본의 독점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일본은 정치적 물리적 힘에서 굉장한 미래를 보장받는다.
2) 러시아는 단지 태평양 연안에서 자국의 위상을 지키고 극동에서 자국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지킬 뿐이다. 어느 누구도 지금 우리에게 만주와 한국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단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백년 후에라도 시베리아와 연해주에 사람이 이주하고 산업이 발전하게 되면, 그리고 미래에 우리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극동에 강력한 해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생기게 되면, 우리에겐 반드시 부동항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부동항은 오직 한국 연안에만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한국과 만주가 강력하고 활동적인 군사 열강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만주와 한국이 넘어가면 현재 우리의 태평양쪽 영토를 모두 상실할 위험이 있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을 더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일본의 공격적인 정책은 결말을 재촉하였고 그래서 불가피하게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3) 일본과 러시아의 중차대한 국익들이 충돌할 때 영국은 뒤에 서 있지만 역할에서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중국 및 극동 전반에서 일본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막대한 물질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영국은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끔 조직적으로 유도했던 것이다. 영국의 동맹은 일본에게 군사행동의 자유만을 보장해 주며, 일본의 간청에 대한 적극적 지원의 의미로 영국은 그들에게 언어상으로만 외교적 영향력을 제공하고 있고(신문 지면을 통한 도움) 납품도(심지어 밀수품까지) 맡기고 있다. 납품에 대해서는 돈을 받으며, 실상 영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납품되는 것이긴 하지만 러시아도 납품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차관의 경우 영국은 일본에 그들의 국가신용으로가 아니라 일정한 수입을 담보로 높은 이자를 붙여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영국은 자신의 군사행동을 통해서 일본에 힘을 실어 주려는 노력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자국을 강화시키는 데에만 열을 올렸을 뿐이다. 그 결과, 1) 티베트 원정군은 중국에서 영국의 위상을 강화시켰다^{주 022}

각주 022)

1901년 영국은 티베트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달라이라마와 협약을 체결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고, 같은 해 달라이라마는 러시아에 사신을 보내 러시아와 협약을 맺는다. 이를 알게 된 영국은 1903년 티베트를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군사준비에 들어간다. 1904년 3월 29일 지안체(Джиантзе)를 점령한 영국․인도군은 이곳 병력을 강화시키고(총 4천6백 명) 1904년 7월 1일 티베트 수도 라사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한다. 이에 티베트인들은 재래식 무기로 무장하고 저항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1904년 7월 21일 영국․인도군이 라사 근처까지 진격하자 달라이라마는 몽골의 우르가로 피신하고, 7월 25일 청국의 통감부 대표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티베트는 1893년의 영청조약 내용을 준수한다, 인도－티베트 간의 무역의 자유를 보장한다, 티베트는 75년에 걸쳐 전쟁배상금 7백5십만 루피를 영국에 지불한다, 전쟁배상금 지불을 보장받기 위해 영국인들이 일시적으로 쳄비(Чэмби) 계곡을 점령한다, 영국은 티베트의 영토적 불가침성을 보장한다 등이다.

. 2) 할 사건^{주 023}

각주 023)

러시아 발트함대의 전함으로 구성된 제2 태평양함대가 러일전쟁에 참가하고 봉쇄된 여순항을 돕고자 극동으로 향하던 중 북해에서 1904년 10월 22일 밤중에 영국의 해안도시 할(Xall)에서 멀지 않은 도거스방크(Doggersbank)에서 영국의 고기잡이 어선을 공격한 사건임.

의 전개는 두 가지 측면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일본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측면으로, 신문지상에서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다른 하나가 진짜 모습으로, 이것은 우리와의 협정 체결로 나타났다. 3) 우리의 제2 분함대가 수에즈 운하를 자유로이 통행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4) 우리에게 석탄을 공급하는 문제에서는 말과 사실이 분명히 엇갈린다. 영국의 이런 이중적 행동은 이미 일본의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불만을 야기했다. 그리하여, 우리 흑해함대가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영국 신문에서 심지어 우리를 격려하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만일 영국이 다른 식으로 행동했다면 오히려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경우 일본은 중국과 아시아 대륙 전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말이 그렇게 나면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위험해질 테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 입장에서도 그런 결말은 필연적으로 자국의 모든 물리적 힘과 그에 따른 정치적 힘을 훼손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영국의 주된 힘의 원천은 아시아 대륙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때에도 우리가 영국 외교의 그런 이중적 술책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말하자면 일본이 약해진 데 만족한 영국은 화평 조건을 정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더 큰 이익을 얻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므로 러일전쟁의 진정한 원인은 급성장한 일본의 위력으로 영국이 극동, 특히 중국에서 자국의 무역·정치적, 군사적 입지에 심각한 위험이 생길 것을 간파한 데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실질적인 위험 때문에 영국은 일본이 대륙에서 공격적인 정책을 쓰도록 고무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그런 정책을 추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러시아의 중대한 국익들과 충돌할 것이고, 그러면 전쟁으로 인해 일본과 러시아는 약해질 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