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폐하

 

저는 최근 극동의 우리 상황에 대한 제 견해와 이곳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요새인 블라디보스토크가 처한 상황을 폐하께 아뢰는 것을 본분으로 생각합니다.

포츠머스 조약의 결과, 극동에서 정치적 균형은 명백하게 일본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전쟁에서 우리의 패배는 청국인들 사이에 우리의 위신을 떨어뜨렸고, 이제부터 청국과 만주지역 주민들에게 미칠 일본의 영향력은 우리에게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해로운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과 묵덴^{주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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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심양

의 철도 연결로 인해 일본철도 노선은 남만주의 모든 해안지대 및 요하 계곡과는 사실상 단절될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영구, 대련, 여순항 및 한국의 항구들을 장악하면서 남만주의 경제 환경을 전적으로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곳은 북만주뿐인데 이곳의 경제관계는 동청철도의 중심지인 하얼빈과 이 철도가 자연스럽게 경유하는 지점인 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북만주에서 하얼빈-블라디보스토크 선로구간이 갖는 상업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즉 북만주에서 우리의 영향력 및 정치적 우위는 동청철도에 직접 종속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철도의 실질적 주인으로써 블라디보스토크를 꿋꿋하게 지켜낼 때까지만 북만주에서 우리의 영향력 및 정치적 우위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오늘 날 블라디보스토크를 확실히 강화해야만 하는 의의가 특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태평양 연안의 최후의 보루이면서 극동에서 우리의 지배를 위한 모든 것의 열쇠입니다. 또한 일본인들의 손에 완전히 장악되어 있는 한국과 만주의 항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로 인해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 국가의 중심부와 견고하게 연결된 강고한 요새를 건설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극동에서 새로운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일본인들은 동청철도 선로 남쪽 230 베르스타^{주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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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스타(верста)는 과거 러시아의 길이 단위로 1 베르스타는 1,067m임

지점에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전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2천 베르스타에 달하는 이 철도의 방어는, 이 철도가 현재 극동과의 주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렵고 불안합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우리 군대를 이동시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르 주 쪽으로 철도를 부설해야만 하는 긴박한 필요성이 명백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철도가 없다면, 블라디보스토크와의 연락과 지원은 확보될 수 없으며 우리의 극동 지배도 계속될 수 없을 것입니다.

남만주와 한국에서 우리를 밀어낸 일본인들이 이로써 우리에 대한 진군을 멈추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이 극동에 있는 우리의 마지막 보루를 장악할 경우, 얻으리라고 예상되는 이익은 분명합니다. 이런 까닭에, 일본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만주와 태평양 연안에서 우리를 몰아낸 다음 강력한 함대를 동원해 여순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점령한다면 일본은 의심할 바 없이 공격하기 어려운 나라가 될 것이고 동해^{주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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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에는 일본해로 되어 있음

는 일본의 내해(內海)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일본의 활동은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만주에서 우리의 배타적 영향력을 무력화시기 위해 체결한 청일협약에 따라 동청철도에 있는 주요지점들인 하얼빈, 만주, 해랍이(海拉爾), 치치하얼, 관성자는 물론, 그 외에 북만주의 가장 중요한 지점들인 길림, 영고탑, 쌍성^{주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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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성(雙城). 현 흑룡강성 쌍성市로 하얼빈 인근에 위치함

, 혼춘^{주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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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에 인접한 청국의 국경도시

과 아무르 강에 바로 인접해 있으며 현재까지는 그다지 발전되지 않은 아이훈마저도 국제무역을 위해 개방했습니다.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일본 곳곳에서 활동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병기공장들에서는 대규모 작업이 진행 중 입니다. 부족한 포탄은 이미 보충되었으며 포 관련 장비의 개량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이, 자신들이 점령한 만주와 한국을 예속시키기 위해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취한 조치들 중 그들이 만주에 세운 6개의 사범학교와 한국에 있는 일본어 학교들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단체인 토아다분카이 상해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일본인들이 학교의 교사들로 임명되고 있습니다. 토아다분카이 즉 ‘동아시아 상형문자문화연합회’는 만주와 한국에서 일본의 정치적 목적 수행을 자신의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현재 일본인들은 남만주에 있는 기존의 6개의 사범학교 외에 추가로 몇 개의 새로운 학교설립에 관해 묵덴의 장군과 협상 중 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인들이 우리의 우수리스크 변경지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요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얼마 전 요새 전방 근처에서 5명의 간첩이 체포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정보에 의하면, 인민대중들 사이에 블라디보스토크 군사작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군사작전은 겨울에 시작할 것이고 어름판 위로 육전대를 투입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은 벌써부터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만주에서는 일정수를 농가에서 착출하는 방식으로 신병을 징집하고 있습니다. 이에 촌락은 징집된 신병의 가족에게 일 년치의 보수를 현물로 지급하고 있으며, 모든 신병들은 글을 알아야만 하고 나이는 25~30세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3월 하순에 길림성에서 유럽과 유사한, 새 제복을 갖춰 입은 새로운 부대가 창설되었습니다. 길림에는 생도가 500명인 군사학교 설립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묵덴 성(省)에는 2개 사단이 창설될 예정이고, 묵덴에는 일본식의 3개상급 군사학교와 2개 하급 군사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흑룡강성의 개혁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헌병부대 증설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데, 재무장을 위해 북경에서 8만 2천 냥이 지급되었습니다.

청국정부가 몽골에 군부대를 조직하기로 결정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정보들에서 알 수 있듯이, 폐하께서는 극동에서 우리 이웃국가들이 강도 높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지니고 있는 특별한 역할과 일본이 가장 먼저 그곳을 공격할 것이라는 개연성을 염두에 두면서, 저는 현재 우리 요새가 처한 몇 가지 상황을 언급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일전에 혁명과 군사반란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게다가 특수부대의 일부가 반란에 참가했고 반란으로 인해 많은 수가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에, 파괴된 체계는 수비대 절반을 교체하면서 복구되었습니다.

카즈베크 장군이 떠난 후 블라디보스토크 요새의 사령관은 아직까지 공석입니다. 이 직책으로 여순항의 뛰어난 방어자 중의 한 사람인 육군소장 이르만이 임명되었으나 그는 이번 달 말에야 도착할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요새 포병부대는 1월의 소요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에게르셀트에 있는 3개의 해안포대는 정상화 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총독 대리인 안드레예프 장군이 소요 후에 몰수한 격침과 압축관을 부활절 축제기간 동안 병사들에게 되돌려줄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포병대장 직위에 새로 임명된 여순항의 용감한 방어자인 육군소장 벨롬에게는 블라디보스토크 요새 방어를 위해 포병부대를 강건한 부대로 새롭게 재탄생시켜야 하는 커다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1만 2천명에 달하는 이 포병부대를 두 개의 독립된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장군의 지휘 하에 둘 예정입니다. 이는 루스키 섬과 무라비요프 아무르 반도라는 두 개의 분리된 지역에 있는 요새 자체의 특성에도 완전히 부합할 것입니다.

루스키 섬의 수비를 맡았던 제10 동시베리아 보병사단이 해체된 후, 1백 베르스타가 넘는 요새의 광범위한 둘레와 방금 말씀드린 요새의 사정은 저로 하여금 만주에 있는 제9 동시베리아 보병사단을 이곳으로 이동시키게끔 했습니다.

지난 전쟁의 경험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즉 적들은 여순항의 육지 방어시설을 향하여 11인치 포를 사용했는데 여순항의 성곽은 6~8인치 포의 효력만을 계산하여 축조되었습니다. 이것이 콘크리트 방어시설이 적들의 포탄을 막아낼 수 없었던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블라디보스토크 요새도 바다와 육지에서 11인치 포의 사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저는 블라디보스토크 콘크리트 방어시설 중 특히 포곽과 화약고의 두께가 어느 정도여야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를 해명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요새에 육군과 해군이 함께 주둔할 경우,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평화기에 미리 그들 간의 지휘체계의 통일성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평화기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전투행위가 발생한 뒤에야 이를 관철시켜려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여순항의 경험이 보여주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요새의 핵심적 결함은 이 요새의 울타리 내에, 즉 바로 포구들 앞에 무역항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로부터 수비대를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밀정행위를 감시하는 것도 극히 어려우며 요새의 어떠한 것도 비밀로 감추어 둘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항을 블라디보스토크 요새 지역에서 페르바야 강의 북쪽인 아무르 만 기슭으로 옮겨 요새의 보호를 받게 하는 것이 지극히 바람직 할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생한 10월과 1월의 폭동은 수비대의 규칙적인 생활을 무너뜨렸고 일정정도 그들의 정신 상태도 해이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보병 수비대의 일부를 교체시키고 폭동의 가장 큰 요소를 제거한 것은 수비대의 정신 상태를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폭동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는 아직도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제가 폐하께 아뢴 모든 것을 요약함으로써 극동에서 우리의 지배를 보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지체 없이 아무르 철도를 부설한다.

2) 블라디보스토크 요새를 강력한 수비대를 갖춘, 실제로 견고한 요새로 전환시킨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지체 없이 이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아무르 철도의 의미를 인지하면서 우리에게 철도를 부설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철도건설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와 새로운 전투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쟁을 대비해 우리의 극동방어가 목적인 대규모 군대를 포함하여 모든 수단을 지금 우수리스크 변경으로 집중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복 보병대장 니콜라이 그로데코프는 폐하께 영광을 표합니다.

 

1906년 4월 11일

하얼빈市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