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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장 근대한국문서

머리말

국제관계의 시각에서 볼 때 미래의 세기는 태평양 연안에서 우위를 다투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테지만, 이미 현재 분명하고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대양의 연안에서 강력한 전략적 위치를 점할 때에야 비로소 여러 국가들은 이익이 약속된 이 싸움에 적극 참여할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유럽 정부들이 이미 이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거점들을 정하고 있고 미래에 자국의 통치권을 보장해 줄 해상기지도 벌써 선택하고 있는 그런 시대라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주 001
각주 001)
이 글이 작성된 때부터 독일은 자국이 거점들을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거점 하나를 ‘정해’ 그곳을 점유했다고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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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에게 유리한 기지를 점령할 순간을 간과해 응당 필요한 전략적 위치를 마련할 시간을 놓친 정부라면 그 자체로 자국민에게서 미래의 헤아릴 수 없는 이익을 전부 빼앗는 꼴이 된다. 그 미래의 이익이라는 것이 토지가 많은 수백만 인구의 나라들에 대한 지배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 국가들에게 전략적 위치란 그런 의미이다. 그들은 여기에 식민지만 갖고 있을 뿐이어서 극동에서 전쟁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여기서는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본국에는 아무 위험부담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지역들에서 처해 있는 조건은 완전히 다르다. 러시아는 거점이 되는 곳들과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처지여서, 응당 필요한 전략적 준비가 향후 이곳에서의 국가적 성장에만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그것 말고도 전략적 준비는 기존의 정치적 위상을 성공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서 중요하다. 전략적 위치의 개선은 우리에게 자위의 조건이자 국가 방위의 수단으로서 필요 불가결하다. 사전에 합당한 전략적 위상을 확보해 놓아야만 러시아는 세계적인 국가라는 의의를 유지한 채 극동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태평양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서쪽의 지원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강고한 해군력이 필요하다. 또한 크론슈타트주 002
각주 002)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해군 기지이자 항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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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근거지를 둔 분함대가 아니라 태평양 연안지역에 강력한 기지를 확보해 놓은 함대가 필요하다. 함대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그런 해양기지를 점유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주 003
각주 003)
우리 함대 안에는 새로운 항구가 러시아에 쓸데없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문제는 새로운 항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상 설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견해를 고수하는 무리가 있다. 이런 관점에 설 경우 우리의 공세적인 계획을 위한 한국의 역할에 관해 우리가 차후 이야기하는 내용은 전부 완전히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한국의 방위적 의미는 전적으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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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에서 취할 수 있는 그 밖의 모든 조치는 이 기지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 이상은 아니다. 따라서 본질적인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은 조건의 항구를 점유하는 것이다. 1) 얼지 않는 곳, 2) 철도를 통해 제국과 연결되는 곳, 3) 인접국들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곳. 안전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새로운 항구 및 그 너머까지의 연안 전체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것은 황해(Желтое море)의 어느 곳에 있는 항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첫 발걸음부터 한국 지배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일본의 요구와 충돌하고 만다.
일본이 한반도 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단지 자신들이 황해와 동해(Японское море)주 004
각주 004)
원문 표현대로 하면 ‘일본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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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에서 완전한 주인이 되어 자국의 육상 병력이 남우수리스크 지역에 위협적인 상태가 되도록 만든다는 전략적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 점유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국의 경제 발전에 굉장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세운 계획은 [자국 내] 쇼비니즘 성향의 아무 정당이고잠시 현혹할 것이다. 이 계획이 섬 안에 갇혀 있는 근면한 4천만 인구의 자연스러운 역사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까닭이다. 300년에 걸친 일본과 한국의 싸움은 이 점을 증명한다. 일본의 군사력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도 바로 이에 대한 증거이다. 전 유럽 열강의 연합 상륙부대가 인원수에서 50만 일본군의 1/5을 넘지 못했을 텐데도 정작 일본이 50만 군 창설을 열망하는 것을 그들의 어떤 방위 계획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일본 육상 병력과 함대의 놀라운 성장은 일본인들에게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세적 계획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음을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마음 속에 품어온 목표는 자국의 통치권을 대륙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그들의 이런 열망에 주된 훼방꾼이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도 아닌 러시아에 대해 일본의 육·해군은 발광적인 적대행위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대러 전쟁의 가장 단기적인 실질적 목표는 무엇일까. 우리를 우수리스크 지역에서 축출하고 대양과 차단시키는 것일까? 하지만 일본인들이 그런 계획을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왜냐하면 군사 행동 초반에 그들이 전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1년 후 우리의 유럽쪽 병력이 도착하면 필연적으로 패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우리의 태평양 분함대 박멸을 전쟁의 목표로 삼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승리 역시 일시적인 성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 노력하면 우리는 이전의 분함대보다 조직이 더 큰 함대를 이 해역에 파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줄기차게 체계적으로 준비하면서 완전히 확정적으로 염두하고 있는 목표는 바로 국제적 의의를 갖는 법령을 통해 한국을 점유해서 자기 것으로 확고히 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법령이란 것은 우리가 일본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열강들과의 협정을 깨지 않는 이상 미래에 우리가 한국 지배를 위해 노력할 가능성을 박탈할 수도 있는 그런 것이다.
이 전쟁은 언제 시작될까? 답은 명확하다. 일본이 자국 병력이 우리보다 충분히 우위라고 확신하는 순간이다. 그 시기가 아주 가까이 와 있다. (1897년) 여름 현재 이미 청국의 군무관은, 우리가 크레타 섬의 복잡한 문제로 서방에서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경우 일본은 전쟁을 선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몇 년 후 일본에서 위협적인 해상 계획이 실현되면 확실히 우리의 적군 쪽 병력이 우세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현 정세에서 어떤 전혀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나야만 우리는 이 힘겨운 싸움을 시작할 필연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컨대 태평양에서의 국제 분쟁은 불가피하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 분쟁은 러일 전쟁으로 표출될 위험이 있다. 일본 측의 전쟁 목표는 바로 한국 점령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일본의 국력은 놀랄 만큼 신장하는 반면, 현재 우리의 정치적 위상은 곧바로 약화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약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일본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어지도록 전략적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이 순간 극동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전장을 검토함으로써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조치들을 끌어내 보자.

  • 각주 001)
    이 글이 작성된 때부터 독일은 자국이 거점들을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거점 하나를 ‘정해’ 그곳을 점유했다고 시사한 바 있다.  바로가기
  • 각주 002)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해군 기지이자 항구 도시. 바로가기
  • 각주 003)
    우리 함대 안에는 새로운 항구가 러시아에 쓸데없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문제는 새로운 항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상 설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견해를 고수하는 무리가 있다. 이런 관점에 설 경우 우리의 공세적인 계획을 위한 한국의 역할에 관해 우리가 차후 이야기하는 내용은 전부 완전히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한국의 방위적 의미는 전적으로 유효하다. 바로가기
  • 각주 004)
    원문 표현대로 하면 ‘일본해’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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