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넷

상세검색 공유하기 모바일 메뉴 검색 공유
닫기
리스트

러시아 소장 근대한국문서

상세검색

닫기
소장처
기사명
작성·발신·수신자
본문
구분
주제분류
사료라이브러리 열기
  • 글씨크게
  • 글씨작게
  • 프린트
  • 텍스트
  • 오류신고

Ⅲ.

 
본 보고서 제2부의 최종 결론은 극동에서의 우리의 주요 국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능성 면에서 현재 일본과의 전쟁이 갖는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이 결론을 통해 현재의 전쟁과 관련해 우리가 제시해야만 하는 개별 과제들의 윤곽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 과제란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원하는 결말이 날 때까지 일본과 전쟁을 계속한다.
2) 중국 측의 중립 위반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적절하게 이용한다.
3) 영국과 미국의 중립 위반 또는 외교적 개입이 우리의 성공에 끼칠 수 있는 해로운 영향을 제거한다.

이 개별 과제들 중 우리가 원하는 결말이 날 때까지 일본과 전쟁을 계속 한다는 첫 번째 과제의 해결 방안 검토에 들어가면서 우선적으로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즉, 현재 러시아의 군사적 위력으로 볼 때, 이 전쟁이 우리와 일본과의 단독 싸움으로 국한되든 아니면 다른 열강들의 중립 위반으로 복잡하게 되든 전혀 상관없이 우리는 이 과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복잡해지더라도 일본과의 전쟁 목표를 세우는 데 전혀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되고, 단지 우리는 전쟁터에 집결시켜는 병력 수를 그에 걸맞게 증강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일본과의 전쟁의 최종 목표는 다음 중에 있을 것이다.
1)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러시아가 만주와 한국에서 차지하고 있던 위상을 유지한다.
2) 한국에서의 이런저런 권리를 일본에 보전시켜 줌으로써 그들이 만주 문제의 해결에 개입하는 것을 단념하도록 강제한다.
3) 일본이 만주 문제의 해결에 개입하지 않고 또 한국에서 갖고 있던 어떤 권리도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4) 일본을 완전히 패배시켜 그들에게 우리 뜻대로 평화조약을 강요할 수 있게 만든다.

극동에서의 주요 국가 과제라는 견지에서 이 목표들을 평가한다면, 당연히 우선은 첫 번째나 두 번째 목표가 채택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목표 설정이 분명 러시아의 위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극동에서 러시아의 예전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나 일본에 한국에서의 이런저런 권리를 허락하는 것이나 모두 극동에서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에서는 우리를 진일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목표 가운데서 선택하는 일이 남게 된다.
이 중 첫 번째 목표, 즉 일본이 만주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한국에서의 모든 권리도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한국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만주 문제의 결정을 용이하게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일본은 전쟁의 직접적인 동기가 된 문제들과 관련해 양보를 강요받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동의 사안들에 적극 관여하는 것을 오랫동안 단념할 정도로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확실히 일본은 극동의 가장 큰 문제인 중국 문제를 결정하는 데 적절한 때에 참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고, 그밖에도 당연히 러시아에 당한 패배에 복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태평양 연안에는 이미 위에서 지적한 대로 러시아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그 ‘무장’ 평화가 또 다시 조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극동에서의 우리의 주요 국가 과제를 해결할 가능성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러일 전쟁에 유일하게 적합한 목표는 오로지 일본 제국의 완벽한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군사,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기간에 걸쳐 일본을 약화시킬 것이고, 당연히 일본이 극동의 사안들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을 오랫동안 박탈할 것이다.
대일 전쟁의 목표를 그렇게 설정하면 이후 전쟁 기간 동안 우리 군사행동의 전반적인 성격도 윤곽이 드러난다. 우리 측의 군사행동이 오직 방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 된다. 왜냐하면 방어적인 형태로는 다만 적을 격퇴할 수 있을 뿐 위에서 말한 전쟁 목표인 적을 패배시키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는 병력이 집결하면서 조성된 현재 우리의 방어적 입장을 가능한 대로 바로 육·해상 모두에서 강력한 공세로 바꾸어야 한다.
일본에 대한 결정적인 타격은 다음과 같이 나타날 수 있다.
1) 만주 또는 한국의 어느 곳에서든 일본 주력군이 완전히 패배한다.
2) 무력으로 아시아 대륙에서 일본인들이 축출된다.
3) 전장(戰場)이 일본 영토로 바뀐다.

한편으로는 전장이 광활해서 적의 병력이 필연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최후의 극단까지 끌고가고자 하는 적의 의심할 바 없는 완고함과 결단력을 생각하면, 우리가 미카도 정부에게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자신의 제국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평화조약에 동의하도록 강제할 만큼 대륙에서 그들을 결정적으로 패배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카도 정부는 심지어 아시아 대륙에서 모든 것을 잃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자국에 유리한 정치 연합을 통해 계속 도움을 기대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아주 고분고분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난관을 피하고 미카도 정부의 완강함을 꺾으려면 전장을 일본 영토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또는 최소한 우리는 [일본] 제국의 섬과 해역에서 싸움을 계속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과 우리의 확고한 결단력을 명확하게 표현하면 된다. 달리 말해 일본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을 전쟁의 목표를 삼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적군의 본토로 침입한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경우, 현 전장에서 일본군이 보이는 저항뿐만 아니라 일본 인민과 일본 정부의 완강함이 결국 꺾이지 않는 한 일본이 강화 협상에 동의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우리가 아시아 대륙에서 아무리 승리를 거둔다 할지라도 평화 협상에 나서서는 안 되며, 평화 협상에 대한 최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오로지 우리가 수도나 또는 일본의 다른 어떤 중요한 지점을 점령한 후에만 가능하다. 단, 우리가 일본을 침략할 준비를 마친 후 일본 정부와 인민이 완전히 정신적 패배를 당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얻는다면 그럴 경우는 예외이다.
아주 대략적이나마 우리가 일본과의 평화 협상에 대체 어떤 조건을 포함시켜야 할지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지금 이야기한 내용이 모두 정당하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위에서 이미 밝혔듯 일본과의 전쟁 목적이 그들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완전히 그리고 장기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볼 때, 이 평화조약에는 당연히 다음의 조건들이 담겨야 한다.
1) 군사적 측면-우리의 극동 병력 수를 최소화시킬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것.
2) 정치적 측면-일본이 극동의 사안들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없애고, 특히 그들이 한국, 만주, 중국 문제를 결정하는 데 적극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
3) 경제적 측면-일본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일본 제국의 경제 발전이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에 전적으로 좌우되게 하는 것.

앞으로 있을 평화협정의 세부 조항을 미리 결정짓지는 않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바에 따라 지금 이 협정의 가장 중요한 조건들을 그려볼 수는 있다. 그 조건이란 틀림없이 이런 것이 될 것이다.
1) 일본이 자국 병력, 특히 해군을 조속히 복구시킬 권리와 가능성을 없앨 것. 해군은 섬나라 제국의 주력군이기에 해군이 없다면 상당수의 육군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
2) 블라디보스토크와 여순항 사이의 우리 해양 교통로에 위치한 쓰시마 섬을 러시아에 병합할 것. 쓰시마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현재 ‘황색 보스포루스 해협’ [주006]
각주 006
닫기

러일전쟁 시기 러시아인들이 대한해협을 지칭하여 쓴 말.

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3) 우리가 일본과의 정치적 평등권을 인정한 1895년 조약을 포함해 이전에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 등을 폐기할 것. 일본의 오랜 외교적 노력의 결과인 1895년 조약을 폐기하는 것은 일본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행한 배신과 전쟁 초기에 드러낸 국제법 원칙의 무례한 멸시에 대한 마땅한 징벌이 될 것이다.
4)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최혜국 열강’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도록 할 것. 이는 우리가 미카도 제국과의 관계 정립 시 완전한 자유를 획득하려는 목적이자, 미카도 제국이 다른 국가들의 권리에 근거해 우리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할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5) 일본이 한국에서 갖고 있는 모든 국가적 권리와 개인적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제할 것. 이 권리들은 일본이 전쟁 전에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일본군이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강압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하다. 이때 일본의 모든 이권(영토, 철도, 광산 등등)은 한국에 반환되든가 러시아 공민에게 양도되어야 한다.
6) 일본이 우리의 전쟁 비용 총액을 전쟁배상금으로 지불하도록 부과할 것. 이는 정말로 배상금을 받기를 기대해서라기보다 일본의 재정을 어느 정도 우리에게 종속시키려는 목적이다.
7) 일본이 우리의 태평양 연안(연해주, 한국, 만주)에서 연안무역에 참여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것. 이것은 일본 경제를 약화시키고 그들의 운송선단을 축소시키기 위함이자 러시아 상선이 좀 더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함이다.
8) 연해주의 생선, 한국의 쌀, 만주의 콩 수출에 이런저런 제한을 둘 것. 이는, 한편으로는 일본제국의 중요한 필수 식료품 수입을 장악함으로써 일본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기 위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이 생산물을 수출하는 것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함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조약의 모든 내용이 이 조건들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임박한 평화조약이 일본에는 틀림없이 아주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아는 데는 이상의 내용으로 충분하다. 이 평화조약은 본질적으로 미카도 제국을 완전한 제2류 열강, 심지어는 어쩌면 제3류 열강으로 강등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처럼 반드시 궤멸해야 할 필요성은 당연히 극동에서의 우리의 주요 국가 과제가 지닌 본질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정치, 경제, 군사적 안녕이 유지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 주목할 때, 우리는 위의 극단적인 요구조건의 제시를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구조건을 완화하면 우리의 중대한 이익에 명백한 손실이 생길 수가 있다. 더구나, 우리는 첨예해진 위기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쟁 전에 온갖 수단을 썼고, 우리가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적군의 배신적인 습격 때문이었으므로, 우리는 그런 요구조건을 제시할 권리를 전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패배한 적에게 그토록 가혹한 조약 조건을 주문하려면, 당연히 우리는 다소 꽤 오랫동안 미카도 제국과 완전히 우호관계를 회복하고, 더욱이 일본과 동맹을 맺겠다는 생각은 단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정치, 군사적으로 완전히 약해진 데다가 경제적으로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종속되어 있어서, 가혹한 평화협정의 결과 분명 일본 안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을 다소의 적대감을 과감하게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 때문에 일본에 대한 의무를 저버려서는 절대 안 된다. 말하자면, 이후의 올바른 대일정책 방향과 일본의 진정한 이익에 대한 공명정대하고 신중한 태도를 통해 우리는 일본이 자신의 패배를 잊고 러시아와의 우호가 자국의 국가적 행복의 진정한 원천임을 알아 그 중요성에 눈을 뜨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이것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본에 때 이르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험한 정치적 근시안에서 나온 행동으로 여겨지기 쉽고, 일본에서는 유약함과 우유부단함의 징후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 전에 그들이 우리의 평화애호 정신과 겸손함을 그렇게 해석했던 것처럼 말이다.
 

주 006
러일전쟁 시기 러시아인들이 대한해협을 지칭하여 쓴 말.
 

태그 :

태그등록
이전페이지 리스트보기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