驃의 습속과 토산물
표왕(驃王)의 성은 곤몰장(困沒長)이고 이름은 마라야(摩羅惹)이다. 그 재상의 이름은 마가사나(摩訶思那)이다. 왕이 외출할 때는 금줄로 침상을 묶은 가마를 타는데, 멀면 코끼리를 탄다. 빈(嬪)과 사(史)를 수백 인 거느렸다. 푸른색 벽돌로 둥근 성을 만들었는데, 둘레가 160리(里)이고, 열 두 개의 성문이 있으며, 네 귀퉁이에는 불탑을 지었다. 민은 모두 성안에 거주하며, 납과 주석으로 기와를 만들고, 여지(荔支) 나무주 001로 재목을 만든다. 풍속이 살생을 싫어한다. 절할 때는 손으로 팔을 감싸 안고 머리를 숙여 이마와 가지런히 하는 것을 공손한 것으로 여긴다. 천문에 밝고, 불법(佛法)을 좋아한다. 많은 사찰이 있다. 유리로 기와를 만들어 얹는데, 금과 은으로 무늬를 놓는다. 또 붉은 빛 무늬가 있는 자주색 쇳돌로 바닥을 깔고, 비단 같은 융단[錦罽]을 덮는다. 왕의 거처 또한 이와 같다. 민(民)이 7세가 되면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절에 머무르는데, 20세가 되어도 불법(佛法)에 통달하지 못하면 다시 민으로 돌아간다. 옷은 흰 모포와 조하포(朝霞布)로 짓는다. 누에를 쳐서 비단을 만드는 것을 생명을 해치는 것이라 여겨서, 감히 입지 않는다. 금화관(金華冠)과 취모(翠冒)를 쓰는데, 갖가지 구슬로 줄을 만들어 잡아맨다. 왕궁에는 금과 은으로 만든 두 개의 종(鍾)을 설치하여 놓았는데, 적이 이르면 향(香)을 사르고 종(鍾)을 쳐서 길흉을 점친다. 크고 하얀 상(象)이 있는데, 높이가 백 척(尺)이나 되었다. 송사(訟事)거리가 있는 사람은 향을 사르고 이 상(象) 앞에 꿇어앉아, 스스로 옳고 그름을 생각한 뒤에 물러 나온다. 재해나 돌림병이 생기면, 왕 또한 향을 사르고 이 상(象) 앞에 꿇어앉아 스스로를 책망한다. 차꼬와 쇠고랑은 없다. 죄지은 자가 있으면, 다섯 개를 하나로 묶은 대나무로 등을 때리는데, 무거운 자는 다섯 대, 가벼운 자는 세 대를 친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토양은 콩, 조, 기장에 알맞다. 사탕수수는 굵기가 정강이만 하고, 마(麻)와 보리는 없다. 금과 은으로 전(錢)을 만드는데, 모양이 반달 같고, 등가타(登伽佗)라고 부르는데, 족탄타(足彈陀)라고도 부른다. 유지(油脂)가 없어서, 밀랍에 향을 섞은 것으로 대신하여 불을 밝힌다. 시장을 열어 여러 만(蠻)과 교역을 하는데, 강저(江猪)주 002와 백첩(白氎), 유리로 된 항아리와 장군을 서로 바꾼다. 부인은 머리카락을 정수리 위에 높게 감아 매고, 은 진주 구슬꿰미로 장식한다. 옷은 청사(靑娑) 치마를 입고, 나단(羅段)을 두른다. 다닐 때는 부채[혹은 햇볕가리개]를 가지고 다니는데, 귀족 가문의 부인은 부채를 들고 시중드는 사람이 5, 6명에 이른다. 성(城) 가까이 풀 한 포기 없는 모래 산이 있다. 땅은 또 파사(波斯)
주 003
바라문(婆羅門)
주 004과 붙어있는데, 서사리성(西舍利城)과 20일 거리 떨어져 있다. 서사리(西舍利)는 중천축(中天竺)
주 005이다. 남조(南詔)가 군사력이 강해져서 국경을 맞대게 되자 늘 기미하여 통제하였다.
- 각주 001)
- 각주 002)
- 각주 003)
- 각주 004)
- 각주 005)
색인어
- 이름
- 마라야(摩羅惹), 마가사나(摩訶思那)
- 지명
- 파사(波斯), 바라문(婆羅門), 서사리성(西舍利城), 서사리(西舍利), 중천축(中天竺), 남조(南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