訶陵의 지리적 위치와 습속
가릉(訶陵)은 사파(社婆)라고도 하고 도파(闍婆)라고도 하는데, 남해(南海) 가운데 있다.주 001
각주 001)
동쪽은 파리(婆利)와 조금 떨어져 있고, 서쪽은 타파등(墮婆登)
주 002이며, 남쪽은 바다와 면해 있고, 북쪽은 진랍(眞臘)이다. 나무로 성(城)을 만들고, 아무리 큰 가옥이라도 종려나무로 [지붕을] 덮어씌운다. 상아로 평상[침상]을 만드는데, 마치 자리[席]처럼 생겼다. 바다거북[瑇瑁] 황백금(黃白金) 무소[犀] 코끼리가 나며, 이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저절로 소금이 솟아나는 구덩이가 있다. 버드나무의 꽃[柳花]과 야자로 술을 담그는데, 마시면 쉽게 취하며 하룻밤이 지나서야 깬다. 문자가 있으며, 성력(星曆)주 003을 안다.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 독녀(毒女: 성병에 걸린 여자)들이 있는데, 더불어 교접하면 번번이 종기[부스럼]로 고생하고, 사람이 죽어도 시체가 썩지 않는다. 국왕은 도파성(闍婆城)에 산다. 그 조부 길연(吉延)이 동쪽으로 파로가사성(婆露伽斯城)으로 옮기니, 주변 28개의 소국 중에 신하로 복속하지 않는 나라가 없었다. 그 관으로는 32대부(大夫)가 있는데, 대좌감형(大坐敢兄)이 가장 귀하다. 산 위에 낭비야주(郞卑野州)가 있는데, 왕은 늘 [여기에] 올라 바다에 망제를 지낸다. 하지(夏至)에 여덟 척의 해시계 기둥[表]을 세우면, 그림자가 기둥의 남쪽에 2척 4촌의 길이로 생긴다. [당 태종] 정관(貞觀) 연간주 004에 타화라(墮和羅)
타파등(墮婆登)과 함께 모두 사자를 보내 입공하니, 태종(太宗)이 새조(璽詔)주 005로써 정중하게 답장하였다. 타화라가 좋은 말을 달라고 하여 황제가 주었다.주 006[당 숙종] 상원(上元)주 007訶陵國:『舊唐書』卷197에는 ‘海中洲’ 위에 산다고 되어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출신인 당나라 京兆 大興善寺 승려 不空이 崑崙의 선박을 타고 남해를 떠나 訶陵國 영해로 간 적이 있었다(『宋高僧傳』, 1987: 7)는 기록도 있다. 한편, 唐代의 闍婆와 宋代의 闍婆를 구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宋代의 闍婆는 자바(Java) 섬을 지칭하는 것이 맞지만, 唐代의 闍婆는 인도차이나의 남단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訶陵은 Haren의 대음이라 주장한다. Haren은 크메르어가 아니라 Bahnar어로 ‘고갈’ 등의 의미를 가지므로, 삼각주 등의 지역과 관련이 있다며, 메콩강 하류의 국가를 지칭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가릉은 메콩강 하구 삼각주상에 있었던 국가로 비정된다고 한다(韓振華, 1992: 74~75).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闍婆를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으로 비정하는 견해들도 있다. 이 경우 대개 가릉국을 사일렌드라(Sailendra)왕국에 비정한다. 사일렌드라의 기원에 대하여는 분명치 않지만 망명해온 푸난(扶南)의 일부 집단의 후손에 의해 건국되었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Sailendra’는 ‘산의 왕’이라는 의미로 ‘푸난’이 ‘산’을 의미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설명된다. 사일렌드라는 도서부 동남아시아와 대륙부 동남아시아를 동시에 아우르는 국가로, 8세기 중엽에는 스리비자야의 패권에 도전했고, 첸라를 공격하여 과거 푸난의 중심부를 차지하였으며, 참파 및 베트남까지도 공격했다고 한다(최병욱, 2006: 60~64). 사일렌드라(訶陵國)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의 글들 참조. 攝德寧(攝德寧, 2002: 3~5), 石澤良昭(石澤良昭, 1998: 149~164). KEITH W. TAYLOR(KEITH W. TAYLOR, 1992: 176~), KENNETH R. HALL(KENNETH R. HALL, 1992: 202~), 후카미 스미오(池端雪浦, 1999: 18~80).
각주 007)
연간(760~762)에 이르러 국인(國人)들이 여자를 추대하여 왕으로 삼았는데, “실막(悉莫)”이라 불렀다. 위령(威令)이 엄정하여 [민간에서는]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았다. 대식국(大食國)
주 008의 군주가 듣고, 금을 담은 자루 하나를 그 교외에 놓아두었는데, 행인들이 번번이 [그것을] 피해 다녔다. 이러기를 3년을 했다. 태자가 지나다가 발로 금자루를 밟았다. 실막이 노하여 장차 [태자를] 베려 하니, 군신(群臣)이 간곡히 [용서해주기를] 청하였다. 실막이 말하기를, “그러면 죄의 실제 뿌리가 발에 있으니, 발목을 베면 되겠구나!”라고 하였다. 군신이 다시 청하니, 결국 발가락 하나를 베어 보였다. 대식(大食)이 이를 듣고 두려워서 감히 군대를 보내지 못하였다. [당 대종] 대력(大曆) 연간(766~779)에 사자가 세 번 왔다.주 009[헌종] 원화(元和) 8년(813)주 010에 승기족(僧祇族)주 011[출신] 노예 네 명과 오색앵무(五色鸚鵡) 그리고 빈가조(頻伽鳥)주 012등을 바쳤다. 헌종(憲宗)은 [사자] 이가내(李訶內)
주 013를 사문부좌과의(四門府左果毅)주 014에 임명하였는데, 사자가 자신의 동생에게 [그 관직을] 양보하였다. 황제가 가상하고 아름답다 하여, 둘 다 관직을 주었다.주 015[문종] 태화(太和) 연간(827~835)에 이르러 두 번 조공하였다. [의종] 함통(咸通) 연간(860~873)에 사자를 보내 여자와 악(樂)을 바쳤다.이 역주에서는 上元을 唐 肅宗의 연호로 보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唐에는 ‘上元’이라는 연호가 肅宗代 말고도 한 번 더 사용된 바 있다. 高宗代이다. 둘 다 貞觀과 大曆 사이에 있기 때문에, 둘 다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역자가 이를 肅宗代의 年號로 이해한 이유는 肅宗代의 것이 大曆과 가깝기 때문이다. 대력 연간에 중국에 보내진 사자들은 상원 연간에 즉위한 여왕이 정국의 안정과 대식과의 불안한 관계 종식이라는 국내외 문제를 해결한 뒤에 중국과의 문제에 눈을 돌린 결과로 생각된다. 上元 연간에 女王의 즉위와 그와 얽힌 이야기들은 大曆 年間에 보내진 使者에 의해 唐에 생생하게 전해졌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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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001)
訶陵國:『舊唐書』卷197에는 ‘海中洲’ 위에 산다고 되어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출신인 당나라 京兆 大興善寺 승려 不空이 崑崙의 선박을 타고 남해를 떠나 訶陵國 영해로 간 적이 있었다(『宋高僧傳』, 1987: 7)는 기록도 있다. 한편, 唐代의 闍婆와 宋代의 闍婆를 구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宋代의 闍婆는 자바(Java) 섬을 지칭하는 것이 맞지만, 唐代의 闍婆는 인도차이나의 남단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訶陵은 Haren의 대음이라 주장한다. Haren은 크메르어가 아니라 Bahnar어로 ‘고갈’ 등의 의미를 가지므로, 삼각주 등의 지역과 관련이 있다며, 메콩강 하류의 국가를 지칭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가릉은 메콩강 하구 삼각주상에 있었던 국가로 비정된다고 한다(韓振華, 1992: 74~75).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闍婆를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으로 비정하는 견해들도 있다. 이 경우 대개 가릉국을 사일렌드라(Sailendra)왕국에 비정한다. 사일렌드라의 기원에 대하여는 분명치 않지만 망명해온 푸난(扶南)의 일부 집단의 후손에 의해 건국되었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Sailendra’는 ‘산의 왕’이라는 의미로 ‘푸난’이 ‘산’을 의미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설명된다. 사일렌드라는 도서부 동남아시아와 대륙부 동남아시아를 동시에 아우르는 국가로, 8세기 중엽에는 스리비자야의 패권에 도전했고, 첸라를 공격하여 과거 푸난의 중심부를 차지하였으며, 참파 및 베트남까지도 공격했다고 한다(최병욱, 2006: 60~64). 사일렌드라(訶陵國)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의 글들 참조. 攝德寧(攝德寧, 2002: 3~5), 石澤良昭(石澤良昭, 1998: 149~164). KEITH W. TAYLOR(KEITH W. TAYLOR, 1992: 176~), KENNETH R. HALL(KENNETH R. HALL, 1992: 202~), 후카미 스미오(池端雪浦, 1999: 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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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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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007)
이 역주에서는 上元을 唐 肅宗의 연호로 보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唐에는 ‘上元’이라는 연호가 肅宗代 말고도 한 번 더 사용된 바 있다. 高宗代이다. 둘 다 貞觀과 大曆 사이에 있기 때문에, 둘 다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역자가 이를 肅宗代의 年號로 이해한 이유는 肅宗代의 것이 大曆과 가깝기 때문이다. 대력 연간에 중국에 보내진 사자들은 상원 연간에 즉위한 여왕이 정국의 안정과 대식과의 불안한 관계 종식이라는 국내외 문제를 해결한 뒤에 중국과의 문제에 눈을 돌린 결과로 생각된다. 上元 연간에 女王의 즉위와 그와 얽힌 이야기들은 大曆 年間에 보내진 使者에 의해 唐에 생생하게 전해졌으리라 생각된다.
- 각주 008)
- 각주 009)
- 각주 010)
- 각주 011)
- 각주 012)
- 각주 013)
- 각주 014)
- 각주 015)
색인어
- 이름
- 길연(吉延), 당 태종, 태종(太宗), 당 숙종, 실막(悉莫), 실막, 헌종, 헌종(憲宗), 이가내(李訶內), 문종, 의종
- 지명
- 가릉(訶陵), 파리(婆利), 타파등(墮婆登), 진랍(眞臘), (闍婆城), 파로가사성(婆露伽斯城), 낭비야주(郞卑野州), 타화라(墮和羅), 타파등(墮婆登), 대식국(大食國), 대식(大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