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龜茲)는 서역(西域)의 오래된 국(國)이다.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시에 그 왕의 이름이 홍(弘)이었는데, 사거(莎車)의 왕(王) 현(賢)에게 죽임을 당하고 멸족을 당하였다. 현이 그 아들 즉라(則羅)를 구자왕으로 삼았다. 국인(國人)이 다시 즉라를 죽였다. 흉노(匈奴)가 구자의 귀인(貴人) 신독(身毒)을 왕으로 삼았는데, 이로 인해 흉노에 속(屬)하였다. 그러나 구자는 한대(漢代)에 내내 대국(大國)이었으며, 도읍한 곳은 연성(延城)이라 불렀다. 조위(曹魏)의 문제(文帝)가 즉위한지 얼마지 않아 [구자국에서] 사자를 보내 공헌하였다. 진(晉) 태강 연간(太康, 280∼289)에 [왕의] 아들을 보내 입시(入侍)하게 하였다. 태원(太元) 7년(382)에 전진(前秦)의 군주 부견(符堅)이 장수 여광(呂光)을 보내 서역을 쳤다. [여광의 군대가] 구자에 이르자, 구자왕 백순(帛純)이 보화를 싣고 성을 나가 도망가고, 여광이 그 성에 들어갔다. 성(城)은 세 겹으로 되어 있는데, 외성(外城)은 장안성(長安城)과 [그 크기가] 같았다. [성내의] 가옥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웠는데, 주옥(珠玉)같은 아름다운 돌(琅玕)과 금옥(金玉)으로 꾸몄다. 여광은 백순의 아우 진(震)을 세워 왕으로 삼고 귀환하였으며, 이로부터 중국과 [왕래가] 끊어져 교통하지 않았다. 보통(普通) 2년(521)에 그 왕 니서마주나승(尼瑞摩珠那勝)이 사자를 보내 표를 받들어 공헌하였다.